"몸이 작다고 얕보면 큰코다쳐요. 이 아이들이 주짓수 '판'을 이끌어갈 인재들입니다."
10년차 '주짓수 리더' 한동수(44·팀토마주짓수, 블랙벨트) 관장이 한 말이다. 한 관장은 제자들에게 세컨(기술 지도)을 봐주면서 목이 쉬도록 소리치는 '호랑이'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가드(Guard, 방어 자세)!", "스윕(Sweep, 자세 전환)!", "니온밸리(Knee on Belly, 배 위에 무릎)!". 한 관장의 짧고 강한 주문에 아이들은 몸을 비틀고 뒹굴며 점수를 쌓는다.
작은 몸집의 제자들이지만 성인시합에서나 볼법한 암바(armbar, 관절 꺾기)와 초크(Choke, 목 조르기)로 '한판'에 경기를 뒤집는 서브미션(Submission, 항복 전략)도 곧잘 구사한다.
그의 지도 철학은 단호하다. 유치부부터 고등부까지 전 연령대 주짓수 꿈나무들을 상대로 놀이체육이 아닌 '기술훈련'에 초점을 둔다. 유소년선수반도 꾸려 '전문성과 자부심'을 키운다.
17일 한 관장은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유소년층이 빈약했던 주짓수가 동네 곳곳 팀이 만들어질 정도로 활성화됐다"며 "이젠 유망주를 키우는 게 사명이 됐다"고 힘을 줬다.
놀이 아닌 '훈련' 집중, 대회로 실력 진단+자신감 고취
그는 주짓수를 단순한 운동이 아닌 '성장 프로그램'으로 본다. 학부모들 걱정처럼 아이들을 '방치'하지 않고 전문 기술을 단계별로 가르쳐 성취감을 높이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한 관장은 "자녀들이 재미를 느끼고 강해지는 모습도 보고 싶어하는 부모들이 많다"며 "진지하게 심신을 단련하는 걸 원하는 것 같다"고 짚었다.
이 같은 탄탄한 기술 훈련은 마음껏 대회에 뛰어들 체력과 자신감의 토대다. 주짓수는 여느 무술종목보다 전국대회들이 많아, 한 달에도 1~2차례씩 실전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는 "주짓수는 공인대회뿐만 아니라 사설대회가 수시로 열린다"며 "일상 속에서 꾸준히 자신의 실력을 재보면서 성취감을 맛보고 도전정신을 키우기에 안성맞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타격을 가하거나 상대를 떨어트리는 등 부상 위험이 높은 다른 무술과는 다르다"며 "주짓수는 서로 몸을 붙여 겨루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게 자주 대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재양성 체계화로…"K-주짓수 저변 확대에 기여"
이를 기반으로 한 목표도 확고하다. 인재육성 시스템을 구축해 이른바 'K(한국형)-주짓수'의 저변 확대에 힘을 보태겠다는 게 한 관장의 포부다.
한 관장은 "팀들이 많아진 만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이 과정을 거쳐 어린 선수들의 기량도 동반 상승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제자들에게 진지함과 함께 주짓수의 즐거움을 가르치는 것 자체가 주짓수의 뿌리를 넓히고, 무술로서의 자부심을 키우는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관장의 열의로 제자들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16년 인천 부평에서 첫 도장을 연 이후 동료 관장들과 청라·송도·김포(본관) 등지로 확장, 2021년부터 청소년 국가대표를 배출하기 시작해 2023년 7명, 지난해 8명 등 누적 20여 명을 넘어섰다.
한 관장은 "다른 무술을 익히다 온 아이들이 '주짓수 매력'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며 "제자들의 역동적이고 끈질긴 모습에서 K-주짓수의 미래가 보인다"고 자부했다.
"약자가 강자 이기는 무술, 올림픽무대 설 제자들 상상"
그가 말한 주짓수 매력의 핵심은 '유연성'이다. 유도를 기반으로 파생된 주짓수는 정형화된 틀보다 창의적인 기술 변형을 폭넓게 인정한다.한 관장은 "전통무술은 교본과 다르면 야단을 치지만, 주짓수는 두 번 이상 성공한 기술이라면 '유효 기술'로 인정받기도 한다"며 "그만큼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무술"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기술적 유연함은 체급을 초월한 승부에서도 빛을 발한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생이 블루벨트 성인과 대결했는데, 학생이 암바로 눌렀다"며 "상대의 힘보다 합을 읽고 약점을 파고드는 게 주짓수의 본질"이라고 역설했다.
주짓수의 창시자 엘리오 그레이시가 '약자가 강자를 이기기 위한 무술'을 만들겠다던 정신이 지금도 살아 있는 셈이다.
한 관장은 "언젠가는 주짓수가 올림픽 주종목이 될 것"이라며 "제자들이 세계무대에 오를 그날 목청이 터져라 세컨을 보고 있을 제 모습을 상상해 본다"고 웃었다.
대한주짓수회에 따르면, 주짓수는 2019년 대한체육회 준회원 종목으로 등록된 뒤 4년 만에 정회원으로 승격됐다. 그 사이 전국 체육관 수는 800여 곳에서 1300여 곳으로 급증했다. 유소년 선수층 확대와 맞물려 주짓수 대중화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018년부터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이 됐고 향후 올림픽 종목이 될 가능성도 있는 데다, 잇단 대학교 전공 개설과 경찰공무원 시험 가산점 적용 등 주짓수의 '진로 확장성' 역시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