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디 폰세(31)도 사람이었다. 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외국인 투수로 꼽히는 폰세가 KBO 리그 진출 뒤 처음으로 1경기에서 6점을 내줬다.
폰세는 18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삼성과 플레이오프(PO) 1차전에 선발 등판해 4회까지 6실점했다. 5전 3승제 시리즈의 가장 중요하다는 첫 판에서 에이스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올해 KBO 리그에 진출한 폰세의 첫 1경기 6실점이다. 폰세는 지난 6월 8일 KIA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7탈삼진 5피안타(2홈런) 3사사구로 5실점한 게 최다 기록이었다.
폰세는 올해 최고의 투수다. 정규 리그 17승(1패) 평균자책점(ERA) 1.89, 252탈삼진으로 승률(9할4푼4리)까지 4관왕에 올랐다. 피안타율이 1할9푼9리, 이닝당 출루 허용(WHIP)도 0.94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삼성을 상대로도 6이닝 8탈삼진 6피안타 무실점으로 승리를 따냈다.
하지만 가을 야구 첫 경기에서 무너졌다. 폰세는 그래도 이날 6이닝 동안 105개의 공을 던지며 삼진 8개를 잡아냈다. 그러나 7피안타 1볼넷 6실점(5자책)했다.
출발은 좋았다. 폰세는 1회 김성윤, 구자욱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삼자 범퇴로 이닝을 마쳤다. 속구 최고 구속이 157km에 이를 정도로 좋았다.
그러나 2회초부터 급격하게 흔들렸다. 폰세는 4번 타자 르윈 디아즈에게 안타를 맞은 뒤 김영웅, 이재현에게 연속 2루타를 맞고 2실점했다. 이후 우익수 송구 실책까지 무사 3루에 몰렸다. 결국 1사 3루에서 강민호에게 희생타를 맞고 2회만 3점을 내줬다.
한화도 확실하게 반격했다. 2회말에만 대거 5점을 뽑아내 단숨에 5 대 3, 역전을 이뤘다.
하주석, 김태연의 연속 안타 뒤 한화는 최재훈의 안타성 타구가 2루수 류지혁의 호수비에 걸렸다. 심우준까지 내야 땅볼로 물러나 기회가 무산되는 듯했다. 그러나 2사 2, 3루에서 손아섭의 빗맞은 땅볼을 잡은 삼성 선발 헤르손 가라비토가 1루가 아닌 홈으로 토스해 3루 주자 김태연이 살았다.
이에 흔들린 듯 가라비토는 루이스 리베라토를 볼넷으로 내보내 2사 만루를 자초했다. 이를 놓치지 않고 문현빈이 홈 구장 오른쪽 담장인 명물 몬스터 월을 맞추는 싹쓸이 2루타로 4 대 3 역전을 이끌었다. 가라비토는 폭투로 2사 3루에 몰린 뒤 노시환에게 좌전 적시타까지 맞았다.
하지만 폰세가 2점의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3회초 김지찬, 김성윤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무사 1, 3루에 몰린 폰세는 구자욱과 신경전 끝에 좌익수 희생타를 맞고 1점을 내줬다. 폰세는 디아즈를 삼진으로 잡았지만 김성윤의 도루, 김영웅의 몬스터 월 직격 동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4회도 폰세는 실점했다. 선두 타자 김태훈에게 던진 초구 시속 154km 속구가 몰리면서 우월 1점 홈런으로 연결됐다. 김태훈은 비거리 120m 아치로 6 대 5역전을 이끌었다.
당초 폰세는 전날 1차전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비로 경기가 취소되면서 18일 1차전에 선발로 나섰다.
이날 경기 전 삼성 박진만 감독은 폰세에 대해 "낮 경기의 영향이 없진 않을까 싶다"면서 "선발 투수 입장에서 긴장감을 갖고 준비하는 시간이 하루 더 갔는데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폰세가 흔들려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은근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전날 경기 전에도 박 감독은 비슷한 의견이었다. 박 감독은 "폰세도 사람인데 실투가 나오면 인플레이로 연결하는 게 관건"이라면서 "폰세도 포스트 시즌(PS)는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에 첫 게임이고 하니 흔들려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박 감독의 바람대로 폰세는 흔들렸다. 다만 가라비토 역시 흔들리면서 3⅓이닝 만에 5실점하며 강판했다. 가라비토는 올 시즌 한화를 상대로 2경기 1승 11이닝 무자책점으로 강했는데 이날은 달랐다.
폰세는 다행히 6회말 심우준, 손아섭의 연속 2루타로 동점이 되면서 패전을 면했다. 이어 채은성의 2타점 적시타로 8 대 6으로 역전이 되면서 승리 투수 요건까지 갖췄다. 가라비토는 패전을 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