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아우디의 전기차에 붙는 '이트론(e-tron)'이라는 이름이 200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지 16년이 흘렀다. 그 사이 이트론 차량들은 극한의 레이스로 불리는 '르망 24시' 등 굵직한 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 경험을 쌓아왔다.
이처럼 전기차에 매진해온 아우디가 '이트론의 진화'를 알리며 올해 국내에 내놓은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있다. 더 뉴 아우디 Q6 이트론이 그 차다.
'포르쉐와 공동 개발한 뼈대가 처음 적용된 아우디의 신세대 순수 전기차'라는 짧은 설명 만으로도 성능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하는 Q6 이트론을 지난 14일 만났다. 시승차는 스포츠 서스펜션을 갖춘 '퍼포먼스 프리미엄' 트림으로, 다양한 편의사양과 조명 옵션까지 추가한 모델이다.
외관은 아우디 고유의 세련된 이미지가 강조된 '미래차'라는 인상을 줬다. 브랜드의 오랜 상징과도 같은 전면의 큼직한 싱글프레임그릴은 폐쇄형으로 제작돼 전기차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여러 개의 LED 픽셀로 구성된 날카로운 눈매의 주간주행등은 운전자가 조명의 형태까지 설정할 수 있었다. 하나로 길게 연결된 후면부의 테일라이트도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배가시키는 요소였다. 측면에서 보면 짧은 오버행과 긴 휠베이스의 차체가 부각되는데, 직선과 곡선들이 굵직한 근육을 표현하듯 곳곳을 지나며 안정적으로 잘 달릴 것 같다는 이미지를 부여했다.
이 차를 타고 서울에서 경기도 연천군까지 왕복 4시간가량을 주행해 본 결과 2톤이 넘는 육중한 무게와 달리 움직임은 경쾌했다. 최대토크 49.46kg.m, 최대출력 225kW(302마력)의 주행성능을 갖춘 만큼 직선구간에서 엑셀을 밟으니 시차가 거의 없이 즉각적으로 부드럽게 가속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6.7초인데, 그보다 더 고속 구간에서도 힘이 남아 아쉬움 없는 가속감을 체감할 수 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주행모드를 다이내믹으로 바꾸면 액셀을 밟는 힘에 차량이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다.
후륜 구동이자 스포츠 서스펜션이 탑재된 만큼 코너 구간에서 어느 정도 속도를 올려도 차량이 자세를 쉽게 잃지 않았다. 손에 착 감기는 신형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는대로 차가 정확하게 반응했다. 거친 도로를 달릴 때 노면이 시트로 느껴지지만, 희미하게 희석돼 적당히 부드러운 느낌을 유지했다.
이처럼 준수한 주행성능을 뒷받침하는 이 차의 플랫폼은 포르쉐 마칸 EV와 동일하다. 프리미엄 플랫폼 일렉트릭(PPE)이라는 이름의 신형 전기차 플랫폼인데, 아우디에서는 Q6 이트론에 처음 탑재됐다.
그 위에는 삼성SDI의 100kWh 대용량 배터리가 얹혀져 800V 초고속 충전 시스템과 연계됐다.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거리는 468km에 달하며, 짧은 시간 충전으로도 긴 거리를 달릴 수 있다. 퍼포먼스 프리미엄보다 상위 트림으로서 주행성능에 차이가 있는 콰트로 프리미엄과 SQ6 이트론에는 중국 CATL 배터리가 장착된다.
Q6 이트론은 아우디의 새로운 인테리어 디자인 요소들이 대거 적용된 모델이기도 하다. 운전석에 앉으면 11.9인치 계기판과 14.5인치 센터 디스플레이가 하나로 연결된 시원한 디자인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마주하게 된다. 이를 통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 설치와 이용이 가능하다. 조수석에도 전용 10.9인치의 디스플레이가 설치돼 네비게이션을 확인하고 엔터테인먼트 앱을 즐길 수 있다.
총 16개의 스피커로 구성된 덴마크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 뱅앤올룹슨의 사운드 시스템은 전기차 특유의 정숙성과 만나 그 진가를 제대로 발휘한다. 이 차에는 AI(인공지능) 기반의 음성인식 기능도 탑재돼 있어 대화하듯 말하면 창문을 열거나 차량 온도를 조절하는 등의 다양한 제어를 할 수 있다. 2열의 공간감은 성인 2명이 타기에 적당하지만, 넉넉할 정도는 아니었다.
Q6 이트론은 전장 4770mm, 전폭 1965mm, 전고 1690mm로, 트렁크 용량은 526L이며 뒷좌석을 완전히 접을 경우 1529L까지 늘어난다. 가격은 트림별로 8290만 원부터 1억 1590만 원(환경친화적 자동차 등재 기준, 부가세 포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