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겼지만 시원하게 웃지 못했다. 프로야구 한화가 18년 만에 삼성과 치른 가을 야구 첫 판을 따냈지만 큰 고민도 생겼다.
한화는 18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삼성과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9 대 8 신승을 거뒀다. 5전 3승제 시리즈에서 서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이날 한화는 장단 15안타를 몰아치며 11안타의 삼성에 타격전에서 우위를 거뒀다. 에이스 코디 폰세가 6이닝 6실점(5자책)을 기록했지만 타선의 도움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한화는 폰세가 2회초 3실점, 3회초 2실점, 4회초 1실점하면서 초반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2회말 곧바로 타선이 5점을 뽑았고, 6회말 3점을 보태며 승기를 잡았다. 8회말에는 채은성이 쐐기 적시타를 날렸다. 9 대 6으로 앞선 가운데 한화는 기분 좋게 승리하는 듯했다.
하지만 마무리 김서현이 흔들렸다. 김서현은 선두 타자 이재현에게 시속 151km 속구를 던졌다가 우중월 홈런을 맞고 불안하게 출발했다. 후속 김태훈에게 안타를 맞은 김서현은 1사 2루에서 대타 이성규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고 강판했다.
1점 차까지 쫓긴 가운데 한화는 부랴부랴 좌완 김범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다행히 김범수가 김지찬을 1루 땅볼, 김성윤을 중견수 뜬공을 잡아내 승리를 지켰다.
경기 후 한화 김경문 감독은 "경기 마칠 때 팀으로는 깔끔하게 끝났으면 했는데 김서현이 끝마무리를 못했다"고 짚었다. 이어 향후 김서현 운용에 대해 "오늘 다 말씀드리기는 그렇다"면서 "선수의 자신감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고, 팀이 이기는 것도 중요한데 내일 대화를 하면서 김서현이 살아날 수 있는 길을 코치들과 논의할까 생각 중"이라고 고민을 털어놨다.
지난 2023년 입단한 김서현은 올해 시즌 초반 주현상의 부진으로 마무리의 중책을 맡았다. 69경기 2승 4패 33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ERA) 3.14를 기록했다. kt 박영현(35세이브)에 이어 구원 2위에 오를 만큼 정상급 마무리로 활약했다.
김서현은 전반기 42경기 1승 1패 1홀드 22세이브 ERA 1.55의 빼어난 성적을 냈다. 그러나 후반기에는 27경기 1승 3패 11세이브 1홀드를 기록했고, ERA가 무려 5.68까지 치솟았다.
김 감독은 "정규 리그라면 그대로 김서현으로 갔을 테지만 가을 축제는 기회가 지나면 다음이 없기에 투수를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부분에 있어서는 쉽지 않은 상화잉었는데 (김)범수가 큰 일을 했네요"라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이런 가운데 7회 등판해 2이닝 4탈삼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은 선발 자원 문동주의 마무리 변신도 가능성이 있다. 김 감독은 이날 문동주의 향후 활용 방안에 대해 "야구는 미리 답을 못 내린다"면서 "사실 7회에 끊으려 했는데 던지는 게 의외로 좋아 2이닝을 던졌다"면서 "투수 코치와 얘기해서 뒤에서 또 나올 수도 있지만 지금은 뭐라 말씀을 못 드리겠다"고 말했다.
문동주도 백의종군의 자세로 임하겠다는 각오다. 이날 경기 최우수 선수(MVP)에 오른 문동주는 마무리 등판 가능성에 대해 "어떤 자리든 팀의 승리에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맡겠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PO 1차전 승리에도 크게 웃을 수 없었던 한화. 과연 마무리 김서현 고민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