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지도자로 변신한 '배구 여제' 김연경이 "성장하는 나 자신이 보였다"며 뿌듯함을 드러냈다.
흥국생명은 18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정관장과의 진에어 2025-2026 V-리그 여자부 홈 개막전을 마친 뒤 김연경 은퇴식을 개최했다. 지난 2024-2025시즌 통합 우승 직후 은퇴식을 진행할 여유가 없었던 흥국생명은 이날 개막전을 김연경과의 작별의 시간으로 마련했다.
김연경과 한솥밥을 먹었던 동료들은 그의 은퇴식을 짜릿한 승리로 장식했다. 김연경은 자신이 빠진 뒤 치르는 흥국생명의 첫 경기를 관중석에서 지켜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은퇴식 후 취재진과 만난 김연경은 "1세트까지는 감독의 시선으로 봤다. '가짜 감독'이지만,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2세트부터는 편하게 봤다"며 "어드바이저의 시선으로, 우리 팀이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할지 생각하며 봤다"면서 웃었다.
최근 김연경은 배구 예능 프로그램 '신인감독 김연경'에서 원더독스의 사령탑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은퇴 선수, 프로팀 방출 선수, 실업팀 선수 등 다양한 사연을 지닌 이들로 구성된 원더독스는 '언더독'의 약진을 목표로 한다.
국내 첫 배구 예능이라 의미가 깊다. 김연경은 "배구 예능은 처음이고 생소해서 고민이 많았다. 처음 하는 배구 예능인데, 진짜 팀을 꾸려서 한다는 것에 메리트를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의) 진심이 보여서 사랑 받고 있지 않나 싶다. 배구에 대한 설명도 많이 나와서 많은 분들이 몰랐던 배구의 매력을 느끼시는 것 같다"며 "배구 선수였고, 배구계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너무 기분 좋고 뿌듯하다"고 미소 지었다.
방송 속 김연경의 모습은 '호랑이 감독' 그 자체다. SNS상에서는 김연경이 선수들에게 "그런 표정을 지으면 누가 너를 믿을 수 있겠냐", "미안하다는 얘기 좀 그만해", "자꾸 너희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다른 데 가서 해" 등 일침을 가하는 모습이 화제다.
이에 김연경은 "너무 자극적으로 나온 게 아닌가 싶었는데 주위 분들이 '그냥 넌데?'라고 하시더라"며 "회피형 사람들이 봐야 한다. 일침을 가하는 짤도 많이 올리시더라"며 웃었다.
이어 "배구에 대한 진심을 담아서 하다 보니까 그런 모습이 많이 나왔다. 그걸 좋게 봐주시지 않았나 싶다"라며 "앞으로 더 재미있을 거다. 이렇게 만들라고 해도 만들지 못할 스토리가 펼쳐진다"며 원더독스를 향한 응원을 부탁했다.
선수 시절보다 더 호통을 많이 쳤던 건 사실이다. 김연경은 "선수 때도 조금 했지만, 감독으로서 할 수 있을 얘기를 한 거다. 우리 선수들이 더 강해지길 바라는 마음에 직설적으로 했다"며 "선수들이 잘 받아주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감독으로서 성장하는 나 자신도 보였다"며 씨익 웃었다.
훈련 과정도 쉽지 않았다던 그는 "초반부터 틀을 잡아가는 과정이 힘들었다. 기간이 짧지만, 우리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결과로 보여줘야 했다"며 "내가 원하는 배구를 만드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많은 관심 속 높은 시청률을 기록해 '시즌2'도 기대를 모은다. 하지만 김연경은 "많이 힘들었다. 두 달 반 동안 합숙하고 매일 훈련했다"며 "다시 하라고 하면 괜찮을까 싶긴 하다.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