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을 꿈꿨나"…경복궁·종묘 곳곳 누비며 '어좌'에도 앉았다[오목조목]

김건희, 휴궁일인 2023년 9월 12일 경복궁 방문
상황일지에 따르면…협생문 입장→근정전→경희루→흥복전
방문 사유에 대해 "기념식과 국빈 방문 답사 차원"이라고 해명
국가유산청 "김 씨가 어좌에 앉은 사실이 있음을 확인"

노컷뉴스·류영주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씨가 휴궁일에 비공개로 경복궁을 방문한 사실이 확인됐다. 김 씨는 근정전 내부도 들어가 '왕의 의자(어좌)'에 앉은 것으로 밝혀졌다.

22일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보한 경복궁 2023년 9월 12일 상황일지에 따르면 김 씨는 휴궁일인 이날 오후 1시 35분 협생문을 통해 경복궁에 입장한 뒤 근정전에 이어 경회루와 흥복전을 잇따라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씨는 오후 3시 26분까지 경복궁에 머물렀다. 김 씨는 일지에 'VIP'로 표기돼 있다.

당시 김 씨는 근정전 내 비치된 어좌에 앉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유산청은 임오경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김 씨가 어좌에 앉은 사실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복궁 2023년 9월12일 상황일지. 이기헌 의원실 제공

경복궁 근정전에 비치된 어좌는 조선시대 당시 '왕'만이 앉을 수 있는 자리다.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제101조(관리행위 방해 등의 죄)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장의 공개 제한을 위반하여 출입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해당 사실에 대해 캐물었다.

양문석 민주당 의원은 당시 배석한 정용석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사장에게 "김건희가 왜 경회루에 갔냐. 일반 민간인이 근정전 용상에는 왜 앉았느냐"며 "김건희가 스스로 가서 앉은 건가"라고 물었다. 조계원 의원은 "그 자리에서 왕을 꿈꿨나 보다"라고 비꼬기도 했다.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정용석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사장이 김건희 씨의 경복궁 방문과 관련 의원 질의를 받고 있다. 윤창원 기자

정 사장은 당시 김 씨의 경희루 방문 사유에 대해 "월대 복원 기념식과 아랍에미리트(UAE) 국왕 국빈 방문이 있었고, 답사 차원에서 설명을 들으러 간 것으로 기억된다"며 "국왕 내외분의 동선을 (점검)하면서 근정전을 들렀다가 경회루로 갔다가 흥복전까지 가셨다"고 해명했다.

이기헌 의원은 "근정전 어좌(용상)에는 누가 앉으라고 했나.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이 권유한 것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고, 정 사장은 "(김 씨) 본인이 가서 앉지 않았을까 싶다. 계속 이동 중이었기에 앉았더라도 1~2분 정도"라고 답했다.

이 의원이 "이 전 위원장이 (어좌에) 올라가라고 했기 때문에 김 씨가 올라간 것 아니냐"고 재차 묻자 정 사장은 "상황이 그렇다"며 이 전 위원장이 권유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 전 위원장은 김 씨에게 금거북이를 선물하고 초대 국가교육위원장 자리를 얻었다는 매관매직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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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논란은 지난 20일 주진우 시사인 편집위원이 김 씨가 경회루를 방문한 모습을 공개하면서 확산됐다.

공개된 사진에서 김 씨는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민소매 원피스 차림으로 경회루 2층에 서 있었다. 허리춤에 손을 올린 채 편안한 자세를 취한 그 옆에는 이 전 위원장이 동행했다. 국보 224호인 경회루는 평소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는 공간이다.

김 씨는 현재 특검 수사를 받고 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수사하는 대상은 총 16개로 △도이치모터스·삼부토건 등 주가조작 의혹 △명품 가방·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금품 수수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등과의 국정·인사 개입 의혹 △임성근 등 구명 로비 의혹 등 광범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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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차담회 의혹도 수사 중이다. 지난해 9월 김 씨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에서 외부 인사들과 차담회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왕과 왕비의 신주(죽은 사람의 위패)를 봉안한 영녕전 신실까지 개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민중기 특별검사팀 김형근 특검보는 "민간인인 김 씨가 유네스코 세계 유산인 종묘를 사적 지인들과 차담회 장소로 무단 사용했다는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이라며 "대통령실 자원을 이용해서 사익을 추구했다는 조항을 근거로 한 수사"라고 설명한 바 있다.

특검팀은 수사기간을 30일 연장하기로 결정해 다음 달 28일까지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앞으로 수시기간을 한 차례 더 연장할 수 있어 김건희 특검은 최장 오는 12월 28일까지 수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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