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과소' 가마야마의 역설이 말하는 소도시의 생존법

[지역은 소멸하지 않는다③]
산림 83% 인구 5천명 규모의 변방 농산촌 日 가미야마정
기업·교통 악조건에도 NPO 중심 레지던스로 지역에 활력
인구수 늘리기보다 직업군 등 인구구성 변화에 집중

일본 도쿠시마현 가미야마정 풍경. 유대용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 인구감소 벼랑 끝 '선택과 집중'이 불러온 日 도야마의 변화
② 철강에서 문화도시로…9월이면 '린츠'가 들썩인다
③ '창조적 과소' 가마야마의 역설이 말하는 소도시의 생존법
(계속)

도쿄에서 항공과 차량을 거쳐 3시간 가량 이동해야 도착하는 가미야마정.
 
일본 도쿠시마현에 속하는 가미야마정은 산림이 83%를 차지하는 변방으로 대기업과 산업단지도, 철도와 고속도로도 없는 인구 5천여 명의 작은 농산촌이다.
 
지역소멸 위기에 직면한 전형적인 농산촌 마을이었지만 지난 2004년 NPO법인 그린밸리 설립을 기점으로 각계각층의 외지인들이 유입되면서 지역의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인프라 미흡 등 지역발전에 불리한 환경은 오히려 '역발상에 기초한 인재 유입'이라는 이곳만의 독특한 생존법으로 이어졌다.
 
가미야마정의 변화는 1999년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프로젝트로 시작됐다.
 
이 프로젝트는 1년에 3명의 예술가를 선정해 일정기간 지역에 머물며 작업을 하게 하는 프로그램으로, 외지인들의 작업물이 마을 곳곳에 쌓이면서 정착하는 이들도 하나 둘 늘었다.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끼운 뒤 2008년부터는 정착 가능한 청년이나 가족을 대상으로 거주지를 제공하는 워크 인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병행했다.
 
발상을 전환해 애초에 마을에 필요한 직업군이나 전문가를 역지명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직군의 인재를 모집했다.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활용, 기존에 없던 직군이 지역에 정착했을 때 발생하는 확장성에 집중했다.
 
그린밸리 설립자 오미나미 신야 전 대표. 유대용 기자

그린밸리 설립자 오미나미 신야 전 대표는 "마을에 제과점이 없다면 제빵전문가를, 웹디자이너가 필요하다면 관련 크리에이터를 모집해 레지던스를 제공했다"며 "애초에 마을에서 필요로 하는 직업군이나 전문가를 대상으로 모집하다보니 외지인이 유입될 때마다 퍼즐이 맞춰지는 것처럼 잘 운영됐다"고 말했다.
 
이같은 전략은 디지털 인프라 정비를 비롯해 현재 가미야마 인구구성의 토대가 됐다.
 
가미야마정의 푸드허브 프로젝트 레스토랑 '가마야'. 유대용 기자

살기 좋은 산골마을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청년 예술가에 이어 기업가와 리모트 워커 등도 함께 정착하는 등 청년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직종의 인구가 유입됐으며 이는 기존 지역 경제구조의 중심이었던 농림업 외에 베이커리와 공유 식당, 위성사무소 등 새로운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결과를 불러왔다.
 
청년 세대가 가족과 함께 정착하는 사례가 늘면서 세대 구성에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났고 결과적으로 문화 행사 증가와 커뮤니티 활성화, 인프라 증대로 이어지며 청년, 중장년층이 도시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효과도 일으켰다.
 
가미야마 밸리 위성오피스 콤플렉스 내부. 아티스트와 IT 종사자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 유대용 기자

오미나미 신야 전 대표는 이같은 변화가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인재들을 한데 모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외지인이 마을이 재미있게 바뀌기 시작했지만 처음부터 인구 유입을 의도한 것은 아니다"며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면 새롭고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는 우발성의 디자인이 작용한 결과다"고 전했다.
 
오미나미 신야 전 대표는 가미야마정의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으로 '창조적 과소'를 꼽았다.
 
인구가 줄어드는 흐름을 바꿀 수는 없지만 인구수가 아닌 인구구성을 창조적으로 디자인해 마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오미나미 신야 전 대표는 "대부분 지역에서 이주자를 늘리고 기업을 유치하려고 노력하지만 인구수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구의 구성도 중요하다. 인구구성 역시 청년층의 비중만 중요하다는 뜻은 아니다"며 "가미야마처럼 규모가 대단하지는 않더라도 스스로 새로운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조금씩 모여 마을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비중이 중요하다. 그것이 창조적 과소다"고 설명했다.
 
가미야마정 사례에 비춰볼 때 전남은 외부 인재 유입과 창업지원, 정주여건 개선을 주요 수단으로 삼는다는 점에선 유사하지만 인구정책에 있어 특화 모델의 유무가 갈리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진행 중인 관련 사업을 특화하는 한편, 인구정책 타깃의 변화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남연구원 김대성 사회정책연구실장은 "전남의 경우 이미 진행 중인 창업지원이나 관계인구 활성화 등을 좀 더 통합적이고 특화된 모델로 발전시키는 과제가 남았다"며 "30~50대까지는 유입이 더 많은 곳도 있다. 청년도 물론 중요하지만 신중년과 같은 인구정책 타깃의 변화도 지역의 여건에 맞춰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본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 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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