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주점 접대 사법거래 의혹을 받는 부장판사가 최근 국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변호사와 함께 다녀온 곳이 유흥주점이 아닌 "7080라이브카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해당 업소는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됐지만 술자리에 여성 종업원이 동석하는 사실상 유흥주점이다.
일반음식점 등록됐지만…불법 접객행위
문제의 업소는 수원지법 여경은 부장판사와 A 변호사의 SNS 대화에 등장하는 곳이다. 제주지법에 근무한 지난해 12월 11일 A 변호사가 '스윽 애기 보러갈까?'라고 하자, 여 판사가 '아유 좋죠 형님^^'이라고 한 업소다. 당시 A 변호사는 여 판사의 친분을 과시하며 사법거래를 시도한 혐의다.여 부장판사는 지난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기표 의원이 '애기 보러갈까'는 무슨 뜻이냐고 묻자 "7080라이브카페 종업원"이라고 답했다. 특히 김 의원의 '유흥주점 아니냐"는 질문에, 여 부장판사는 "룸이 없는 오픈된 공간이고 그런 곳 아니"라고 했다.
취재 결과 여 부장판사가 국감에서 해명한 '7080라이브 카페'는 제주시내에 있으며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있다. 하지만 여성 종업원들이 손님 술자리에 동석하며 함께 술을 마시는 등 불법이 의심된다.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상 일반음식점에서는 유흥 접객 행위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시 관계자는 "일반음식점에선 여성 종업원이 함께 손님과 술을 마셔선 안 된다. 유흥주점에서만 가능하다. 이를 위반하면 영업정지, 영업장 폐쇄 등 행정처분이 이뤄진다"고 했다.
실제로 취재진이 해당 업소를 찾았을 때 여 판사가 설명한 것처럼 룸(방)이 없는 오픈된 공간에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무대가 설치돼 7080라이브 카페 모습이다. 하지만 여성 종업원 3명이 손님이 앉아 있는 테이블을 돌아가며 함께 술을 마시는 등 유흥주점처럼 손님 접객 행위를 하고 있다.
특히 여 판사와 A 변호사가 '애기'라고 지칭한 여종업원은 실제로 이 업소에서 3개월 전까지 일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소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여종업원 5명이 근무하고 있고 가게에서 손님을 응대하고 있다. 그 친구(애기)는 20대로 가장 어리고 미모가 뛰어나 인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고가의 양주 판매…청탁금지법 위반 소지
업소 메뉴판을 보면 고가의 양주와 와인만 있다. 제일 저렴한 양주는 22만 원, 와인은 16만 원으로 주로 30만 원대 술을 판매한다. 양주와 와인을 주문하면 과일 안주가 나오는 식이다.A 변호사가 지난해 12월 11일 이 업소에서 여 부장판사에게 술을 사준 게 사실로 드러나면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도 있다. 청탁금지법상 직무와 관련해 대가성 여부와 상관없이 100만 원 이하의 금품 등을 수수한 공직자의 경우 수수금액 2배 이상, 5배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직무관련 여부 관계없이 '1회 100만 원' '매 회계연도 300만 원'을 초과한 금품 등을 수수한 공직자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 처벌받을 수 있다.
특히 여경은 부장판사는 지난 21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문제가 된 A 변호사가 증인 사건을 단 한번이라도 변론한 게 있느냐'는 질문에 "지난해 11월 진행한 형사사건 중 1건 있다"고 답했다. 유흥주점 접대 의혹 당시라 직무 관련성이 있는 것이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여 판사는 거짓 증언하지 않겠다고 국감장에서 선서까지 했는데, 사실상 유흥주점인 업소에 다녀온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판사 신분이면서 일반음식점에서 접객행위를 금지하는 걸 모를 수가 없다. 사실상 알고도 간 게 아닌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고가의 양주와 와인을 판매하는 업소로 문제의 변호사가 당시 술 접대까지 했다면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도 있다.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제대로 사실관계를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