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현 특별검사팀이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 주요 피의자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대한 향후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특검팀은 다만 채상병 순직 사건의 책임자로 지목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는 성공했다.
이종섭 전 장관 등 영장 기각…혐의 소명·증거인멸·도주우려 모두 인정 안돼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2시 40분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김동혁 전 국방부 검찰단장,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에 대해 청구된 영장을 모두 기각했다.정 부장판사는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어느 정도 소명되나 주요 혐의 관련하여 법리적인 면에서 다툴 여지가 있고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책임 유무나 정도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 광범위한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한 증거가 수집된 점, 수사진행경과, 수사 및 심문절차에서의 출석상황과 진술태도, 가족 및 사회적 유대관계 등의 사정에다 방어권 보장의 필요성, 불구속 수사의 원칙까지 더하여 고려하면,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혐의 입증, 증거 인멸, 도주 우려 등 주요 구속 사유를 모두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직권남용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는 특검의 예측처럼 혐의 입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채상병 순직 사건 초동수사결과 이첩 보류나 기록 회수 등 수사외압 의혹에 이들의 관여 정도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법원은 사건 발생 이후 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특검까지 여러 기관에서 오랜 기간 수사가 진행된 상황에서 구속 필요성이 낮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이 전 장관과 김 전 사령관, 유 전 관리관, 김 전 단장에게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 과정에서 수사외압을 작용했다는 의혹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적용했다. 특히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고리라고 할 수 있는 이 전 장관에 대해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용서류무효 등 6개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수사외압 의혹' 수사 차질 불가피…수사력 비판도
수사외압 의혹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되면서 특검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되는 윤 전 대통령을 향한 수사도 일부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특히 해당 의혹은 특검 수사의 핵심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출범 이후 4개월이 다 되도록 한 명도 구속하지 못했다는 점을 두고 수사력에 대한 비판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법원의 영장 기각 사유를 분석해 이 전 장관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일부 피의자들에 대해선 불구속 상태에서 기소하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9일 2차 수사기간이 마무리되는 상황에서 3차 수사기간 연장이 이뤄질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1, 2차 연장과 달리 3차 연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한 이후 승인을 받아야 가능하다.
'순직 2년 3개월만' 임성근 전 사단장은 신병확보
특검은 채상병 순직 사건 주요 피의자인 임성근 전 사단장의 신병 확보에는 성공했다. 2023년 7월 채상병이 순직한 지 2년 3개월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이정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임 전 사단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난 7월 2일 출범 이후 특검이 신병을 확보한 것은 임 전 사단장이 처음이다. 채상병 순직 경위와 책임 소재를 규명하는 수사에는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원은 함께 영장이 청구된 최진규 전 대대장에 대해선 "피의자가 기본적 사실관계는 인정하고 있고, 관련 증거도 관련자 진술 및 휴대폰 압수 등을 통해 상당 부분 수집되어 현 상태에서 피의자가 객관적 사실 관련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임 전 사단장과 최 전 대대장은 채상병 순직 사건 관련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다. 임 전 사단장은 2023년 7월 19일 경북 예천군 수해 현장에서 순직한 채상병의 상급 부대장으로 안전 장비를 지급하지 않고 무리한 수색 작전을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특검팀은 당시 해병대의 작전지휘권이 육군에 넘어가 있는 상황에서 임 전 사단장이 부대원들에게 작전 수행과 관련한 구체적인 지시를 했고 이것이 명령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최 전 대대장은 채상병 순직 전날 수색지침을 바꿔 수중수색을 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