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을 통해 캄보디아로 이뤄진 해외송금이 최근 4년간 급증하며 보이스피싱·조직범죄 자금의 유출 통로로 악용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충남 당진시)이 농협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캄보디아 조직범죄가 본격화된 2021년(캄보디아 정부 발표)부터 지난해까지 농협은행을 통해 송금된 금액은 4년간 약 3배나 급증했다.
2021년부터 올해 9월까지 농협은행을 통해 총 2만1981건, 금액으로는 3605억 원(2억5172만 달러)이 송금됐다. 이 중 한국인 송금액은 3160억 원(2억2045만 달러)으로 전체의 약 88%를 차지했다.
연도별 송금 추이를 보면 △2021년 368억 원(2569만 달러) △2022년 459억 원(3205만 달러) △2023년 942억 원(6580만 달러) △2024년 1038억 원(7247만 달러)으로, 세 배나 폭증했다. 올해 9월 기준 송금액도 이미 798억 원(5569만 달러)에 달해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2023년부터 2025년 9월 사이 농협은행을 통해 캄보디아로 송금한 사람의 지급정지 계좌는 31건으로 확인됐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납치·협박형 보이스피싱 송금인지 점검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농협은행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캄보디아 현지 단체인 '위기의 여성들을 위한 행동' 에페십(AFESIP, Agir pour les Femmes en Situation Précaire)에 약 3만 7천 달러(한화 약 5천만 원)을 기부했다 .
하지만 이 단체는 2014년 창립자 소말리 맘(Somaly Mam)이 성착취 피해자에게 허위 증언을 시킨 사실이 드러나 미국 내 비영리 기구가 폐쇄됐으며 미 대사관은 해당 단체의 자금 운용과 서비스 수준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논란에도 소말리 맘은 현재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어기구 의원은 "캄보디아를 중심으로 납치·협박형 보이스피싱이 확산되고 있지만 농협은행의 금융사기 방지 시스템은 여전히 허술하다"고 지적하며 "캄보디아 송금이 범죄자금 통로로 악용될 우려가 큰 만큼 해외계좌 실명확인과 이상거래 탐지체계를 전면 재점검하고 현지 사업과 기부금 운용을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