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7조 투자하는 현대차, 인도를 '제2의 미국'으로 만들까[기후로운 경제생활]

현대차 인도 첫 현지인 CEO 임명, 현지화 전면 드라이브
7조 투자로 인도 시장 2위 목표…'메이드 인 인디아' 선언
충전 인프라 한계 속 하이브리드로 승부수
석탄 전력 의존 속 재생에너지 확대가 관건


◆ 홍종호> CBS 경제연구실 시작합니다. 기후의 눈으로 경제를 읽다. 저는 기후로운 경제생활의 진행을 맡은 홍종호입니다. 한 주 동안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기후 현안 전해드리는 주간 기후 브리핑 시간입니다. CBS 경제부 최서윤 기자 나와 계세요. 안녕하세요.

◇ 최서윤> 네. 안녕하세요.

◆ 홍종호> 오늘은 어떤 이야기 준비해 주셨습니까?

◇ 최서윤> 네. 인도로 가는 현대차, 하이브리드로 승부수 띄운다.

◆ 홍종호> 현대차는 지금 미국에서 관세 부담이 만만치 않은 기업 중 하나 아닙니까? 인도는 한참 전부터 현대차가 주목해 온 시장이라 지금 상황에서 일종의 돌파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내용 좀 정리해 주세요.

◇ 최서윤> 네. 현대차가 인도 법인장에 현지인을 처음으로 임명했습니다. 투자 규모를 대폭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 경영 체제 변화에 신호탄을 쐈다는 소식을 준비해 봤습니다. 메인 전략으로 하이브리드를 띄우고 있거든요. 현대차 미래 전략이랑 인도 수송 부문의 에너지 전환 소식들을 프로그램에서 함께 다뤄보면 좋을 것 같아서 가져왔어요.

일단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현대차가 인도에 첫 발을 들인 게 30년 전입니다. 1996년에 법인 설립했고요. 1998년에는 남부 첸나이에 공장을 건설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이 시작됐어요. 인도 공장에서는 베뉴, 투싼, 아이오닉 같은 익숙한 차종이 생산되고 있는데요. 현대차의 해외 법인 중에서 작년에 최초로 현지 증권시장에 상장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방금 말씀드린 차종은 다 익숙하실 텐데 낯선 차도 있어요. 시로스, 크레타가 인도 시장 맞춤형으로 출시한, 소위 가성비 SUV 모델들입니다. 1,400만 원 정도 하더라고요. 현대차가 인도 현지의 수요에 맞게 SUV 전략도 세워 왔고요. 서민들의 현지 교통수단인 툭툭과 릭샤를 재해석한 모델도 콘셉트카로서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영상 하나를 띄워드리고 있는데요. 크레타 출시 10년 기념 영상입니다. 보시면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인도 국민 배우인 샤룩 칸이 모델로 등장해요.

1990년대 중반에 현대차 인도 법인을 처음 설립했을 때는 현대차를 아무도 모르던 시기잖아요. 그때 샤룩 칸을 삼고초려 끝에 모델로 기용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오랜 인연이 지속되어 온 거예요. 인도 법인 홍보대사로 활동을 해왔습니다.

◆ 홍종호> 인도에서 현대차의 시장 점유율은 어떻습니까?

◇ 최서윤> 요즘에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왔다 갔다 하긴 하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2위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기준의 현대차 인도법인 판매 대수가 60,501대였어요. 이 중에 내수 판매가 44,001대, 수출이 16,500대로 점유율이 11%이고 2위예요. 주요 경쟁자는 표에 보이시는 것처럼 마루티 스즈키, 타타, 마힌드라 같은 인도 대표 자동차 브랜드들이랑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 최서윤> 그리고 내년 1월 1일에 인도 법인이 설립 30주년을 맞는다고 해요. 이때 새 CEO로 현지 출신인 타룬 가르그 법인장이 공식 취임할 예정입니다. 타룬 가르그 법인장은 경쟁사인 마루티 스즈키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하다가 6년 전에 현대차 인도 법인에 합류했다고 하니 전문가겠죠. 이번 인사 발표처럼 주목받은 소식이 2030년까지 현대차가 인도에 7조 2천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겠다고 계획을 밝힌 겁니다.

◆ 홍종호> 현지인을 CEO로 모시겠다는 것은 현지화 전략을 더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한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겠고요. 투자 금액도 굉장히 크네요.

◇ 최서윤> 그렇죠. 이 내용들은 지난주 수요일에 투자자 대상으로 인도 현지에서 개최한 인베스터 데이라는 행사에서 발표된 거예요. 당시에 호세 무뇨스 사장이 인도는 현대차의 글로벌 성장 비전에서 우선순위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현대차 글로벌 시장 중에서 미국, 유럽, 국내, 다음으로 인도가 있는데요. 2030년에 2위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입니다. 엄청난 성장을 계획하고 있죠. 그래서 메이드 인 인디아, 즉 인도에서 만들어서 인도를 수출 기지로 삼겠다는 전략입니다. 기후 측면에서 보면 인도는 2030년까지 탈탄소화를 약속한 나라예요. 전력 생산의 50%를 비화석연료인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고요. 탄소 배출량도 50% 저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 홍종호> 어쨌든 목표는 굉장히 강력하게 내세웠네요.

◇ 최서윤> 예. 목표는 야심차죠. 특히 수송 부문의 배출량을 줄이는 데에서 마음이 급하다고 해요. 그래서 2027년까지 차량 부문의 배출량을 33% 줄이겠다는 안도 논의 중이라고 합니다. 실행이 되려면 아무래도 전기차 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져야 하는데 현대차가 지금 이 흐름을 탔다고 볼 수 있습니다.

◆ 홍종호> 제가 2년 전에 인도에서 학술대회가 있어서 가봤더니 당시에 인도 총리가 축사를 보내왔어요. 축사 내용 중에 굉장히 인상 깊게 봤던 게 2047년까지 인도를 개발도상국에서 졸업시키고 선진국으로 가겠다는 것이었어요. 50년이나 45년이 아니라, 47년이라고 하는 것을 굉장히 재미있게 봤었는데 뭔가 계획이 있는 것 같네요. 그러면 지금으로부터 22년 후잖아요. 소득이 올라간다는 건 결국 개인의 차량 소유가 엄청나게 증가한다는 것일 텐데요. 14억 인구의 개인 차가 내연기관차로 간다면 앞으로 탄소 중립은 요원한 거죠. 그러니까 특히 전기차 쪽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지 않을까 싶습니다.

◇ 최서윤> 전기차랑 녹색 산업이 인도 성장의 발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특히 현대차가 인베스터 데이 행사에서 2030년까지 인도에 신차 26종을 내놓겠다고 밝혔어요. 그런데 이 중에서 전기차가 5종, 하이브리드가 8종이 포함됐어요. 현대차가 아마 인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 친환경 차에 초점을 맞췄다고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 홍종호> 인도가 현재 탄소 배출량이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나라로, 세계 3위거든요. 미국은 떨어지는 추세이고 중국도 올해가 피크가 아닐까 하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인도는 그렇진 않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전기, 열 소비가 계속해서 늘 텐데 그중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문이 바로 수송, 운송이죠.

◇ 최서윤> 네. 현대차가 예전부터 인도 정부와 같이 수송 부문의 전동화에 발을 맞춰왔다고 해요. 인도 안에 있는 최상위 대학들이랑 기술 연구 협력도 하고요. 전기차 공급망을 현지화하고 인프라 구축하는 데에도 투자해 왔다고 해요. 그런데 아직은 인도의 환경에서 전기차를 편하게 굴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워요. 투자가 많이 이루어져도 인프라가 부족한 게 사실이거든요. 비교를 해드리면, 한국의 전기차 충전소가 90,700곳 정도이고 실제 충전기가 40만 대 정도 되는데요. 인도 전국에서 가동 중인 공공 충전소가 3만여 곳에 불과하다고 해요.

◆ 홍종호> 그 넓은 땅에요.

◇ 최서윤> 면적은 30배 넓은데 전기차 충전소는 한국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얼마 전에 인도 정부가 부랴부랴 전기차 충전소를 10만 개로 늘리겠다는 발표를 했는데요. 그렇게 빠른 시간 내에 되는 건 아니다 보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 더해서 전기차는 주행거리도 조금 불안하죠. 그리고 비용의 문제도 있기 때문에 여전히 인도의 소비자가 전기차를 선택하게 만드는 데는 현실적인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현대차는 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도기적으로 하이브리드를 해법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아요.

장벽이 있긴 한데 그래도 인도가 워낙 큰 시장이잖아요. 올해 초 기준으로 전기차 판매량에서 한국이랑 일본을 앞섰어요. 또 인도 정부의 정책 드라이브가 되게 세죠. 동시에 인도 시장의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앞으로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보입니다. 최근에 인도 정부가 전기 승용차의 제조 촉진 정책을 발표했어요. 현지에 투자하거나 현지 부품 생산에 있어서 인도 정부가 보조금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내용인데요. 앞으로 인도가 완성차 업체들의 격전지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 홍종호> 인도는 아직 전력 공급에 있어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게 석탄 화력이거든요. 그런데 전기차를 많이 보급하더라도 계속 석탄 화력 전기가 공급된다면 탄소 배출도 계속 이어지는 거기 때문에요. 이른바 간접 배출이 되는 거죠. 그래서 전기차 보급과 비례해서 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 생산과 같은 쪽에도 정책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결국엔 같이 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 최서윤> 그러네요. 당연히 재생 에너지도 확대될 거라고 봐야 하겠죠. 그리고 인도에서 현대차의 또 다른 전략이 있습니다. 아까 가성비 SUV에 대해 말씀드렸는데, 프리미엄 차를 출시해야 한다는 계획도 있다고 해요. 현지에서 생산한 제네시스를 선보이겠다는 계획도 있다고 해요. 호세 무뇨스 사장이 이익을 못 내면서 점유율만 늘리는 건 의미가 없다면서 지속 가능하고 수익성 있는 성장이 더 중요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수익성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 현대차가 인도에서 집중하는 하이브리드에 대해서도 유효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인베스터 데이 행사에서 나온 얘기인데 현대차에서 여전히 수익성이 가장 높은 것은 아직 내연차라고 해요. 그런데 하이브리드의 수익성이 굉장히 높아지고 있다고 해요. 일부 시장에서는 하이브리드가 오히려 내연차의 수익성을 능가하고 있다고도 하더라고요.

◆ 홍종호> 그러면 최 기자가 조사했을 때, 인도에서 전기차 이상으로 하이브리드에 대해 갖는 기대나 현대차가 하이브리드로 가는 전략 같은 것들이 나오고 있는 건가요?

◇ 최서윤> 말씀드렸다시피 충전 인프라 같은 게 아직 확충이 안 됐기 때문에요. 아직은 완전 전기차가 대중화되기에는 어려운 여건이 있기 때문에 하이브리드부터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홍종호> 미국에서도 하이브리드가 지금 상당히 팔리고 있다고 해요.

◇ 최서윤> 네. 그렇다고 해요. 미국에서 하이브리드의 성장률이 60%, 80%라고 해요. 그래서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생산 규모가 확대되면 그만큼 이익도 늘어날 거로 전망되고 있고요. 아무래도 관세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곧 발표될 올해 3분기 실적에서는 영업이익이 떨어질 걸로 예상되고 있긴 해요. 그런데 증권사 리포트 같은 거를 보면, 미국 내에서도 현대차의 하이브리드 분야가 확고한 2위로 마켓 쉐어를 가져갈 수 있을 거라 예상된다고 하고요. 또 하이브리드 포함해서 전체 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연료 전지차 같은 전체 전기차 중심으로 마켓 쉐어가 계속 확장될 걸로 관측됩니다.

◆ 홍종호> 네. 여기까지 들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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