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은 뉴클리어 파워, 만나고 싶다"…김정은 선택은?

[APEC 2025 협력과 경쟁③]
北미사일 발사에도 트럼프 대통령 "대화 가능"

연합뉴스

▶ 글 싣는 순서
①한미협상 타결 임박? APEC 노딜 가능성도
②발표만 남았다…원자력협정 개정 '숙원' 이뤄지나
③트럼프 "北은 뉴클리어 파워, 만나고 싶다"…김정은 선택은?
(계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북미간 대화 재개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가운데, APEC 정상회의가 불과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로 긴장감이 고조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25일 아시아 순방길에 나서며 APEC 정상회의 기간 북한을 만나고 싶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공은 다시 북한으로 넘어갔다.

트럼프 "APEC 정상회의 기간 北 만나고 싶다…北은 '뉴클리어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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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기에 앞서 백악관에서 기자들이 김 위원장과 만날 가능성을 묻자 "그렇게 하고 싶다. 그(김 위원장)는 우리가 그쪽으로 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대화 의지를 밝혀왔지만 아시아 순방길 직전 북한과의 대화 의사를 직접적으로 밝혀 주목된다. 북한이 지난 22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음에도 다시금 대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고도화된 핵능력을 인정함으로써 북한의 대화 조건을 일부 수용하는 듯한 발언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 안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나는 그들(북한)이 일종의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무기를 가진 국가)라고 생각한다"며 "그들이 뉴클리어 파워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한다면 글쎄, 그들은 핵무기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나는 그 점을 말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북한을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하의 합법적 핵보유국(nuclear-weapon states·현재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으로 인정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러나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현실을 언급함으로서 북한이 요구하는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절충, 언급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김 위원장 측에) 알려줬다"며 물밑 접촉 가능성을 내비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순방길에 핵 보유를 언급한 것은 APEC 정상회의 기간 김 위원장과의 만남에 있어 분위기를 조성하고 강력하게 만남을 희망하는 '북미 대화 촉진'의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발언으로 다시 높아지는 기대…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결정된 이후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만남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안팎으로 나오며 분위기가 고조됐다.

미 정부 당국자들이 북미 대화와 관련해 비공개로 논의해왔다는 외신 보도와 유엔사의 북미대화 예상 기간 전후 판문점 특별견학 일정 조정 등 정황이 더해져 기대감은 높아져갔다.

일단 북한은 북미대화 가능성을 일축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22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한반도 긴장감을 한껏 높인 것이다. 

이와 관련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핵무기 고도화의 의지를 꺾지 않겠다는 것으로 비춰진다"며 "트럼프 대통령 역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와중 대화를 제안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북한이 '비핵화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핵무력정책법에 따라 핵은 더 이상 거래의 카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온 가운데,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공동의 정책목표로 삼는 한 북한이 전격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작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25일 북한에 비핵화와 관련해 '핵 보유' 자체는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함으로써 북한이 대화에 나설 발판을 만들어주려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이후에도 직접적인 대미 비난 메시지는 보내지 않았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24일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 위원장이 9월 21일(최고인민회의 연설) 이후에 메시지를 굉장히 잘 관리하고 있다고 본다"며 "미국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 장관은 북측이 최근 판문점 북측 시설 미화 작업에 나선 동향도 소개했다.

미사일 발사 자체가 북미간 사전 물밑 접촉이 이뤄지고 있었다는 증거라는 분석도 있다. 

변상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라는 든든한 뒷배를 확보한 지금 지금 미국과 대화에 나서는 것이 유리하다"면서 "물밑대화가 이뤄지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 대화가 잘 이뤄지지 않자 북한이 부정적인 시그널로 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사전에 조건부 대화 가능성을 언급했던만큼 상황이 허락한다면 얼마든지 '깜짝 회동'이 가능하다는 가능성 자체는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9년 6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뒤 소셜미디어를 통해 북-미 회동을 공개 제안, 32시간 만에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다.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에 따라 얼마든지 회동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양무진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에도 북미가 이번 APEC정상회의 계기 만날 가능성은 적다"면서도 "북한은 러시아와 중국의 뒷배를 가지고 있고 현재 체제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트럼프 대통령과 현 시점에 만나서 어떤 이익이 있을까에 대한 김 위원장의 계산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미 전문가들도 가능성이 적지만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는 분석을 내놨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는 지난 21일(현지시간) 팟캐스트 대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에서는 '비핵화가 우리의 목표이자 정책'이라고 해놓곤 판문점에 가서 '북한은 핵강국'이라고 말하는 것이 상상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실제로 회담이 이뤄질지는 북한의 결단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도착하는 29일까지 북한이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만일 이번에 회담이 성사되더라도 깊은 수준의 논의는 이뤄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22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주최한 포럼에 참석해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다고 해도 "가장 낮은 수준의 합의가 현실적인 기대치"라며 "북한의 ICBM 시험발사 및 7차 핵실험의 중단 대 연합훈련·전략자산 전개 중단 또는 축소의 맞교환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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