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오는데 자리비운 '北 핵심' 최선희…북미 회담 멀어지나

최선희 외무상, 2019년 트럼프 제안에 "매우 흥미로운 제안" 화답
북한 실무 외교에 핵심 역할하는 최선희
트럼프 대통령 방한 기간 외유 일정 공개하며 묵시적 거부 의사 밝혔나
북미 정상회담 이뤄지더라도 '퍼포먼스' 정도일 것

연합뉴스

북한의 외교 정책 핵심인 최선희 외무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직전 러시아·벨라루스 순방에 나서, 이번 경주 APEC 정상회의 계기 북미 정상회담은 요원해졌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26일 북한 최선희 외무상이 러시아와 벨라루스 외무성의 초청으로 이들 국가를 각각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방문 기간과 일정, 의제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최 외무상은 러시아를 방문해 라프로프 외무장관을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계획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

최 외무상의 이번 순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할 예정인 가운데 이뤄져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계기 지난 2019년처럼 북미 정상 간 '깜짝 만남'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지난 22일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길에 앞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고 싶다"며 "북한은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이라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이같은 기대감은 더 커졌다.

그러나 북한 외교의 핵심인 최 외무상이 트럼프 대통령 방한 기간동안 자리를 비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북미 정상회담은 이번 계기에는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힘을 얻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29~30일 방한할 예정이다. 그런데 최 외무상이 러시아에 이어 벨라루스까지 방문하려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기간 한반도를 비울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최 외무상 없이도 북미 간 만남은 있을 수 있지만, 최 외무상이 갖는 무게감을 생각하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최 외무상은 2018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차 북미정상회담, 2019년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 빠짐없이 참석한 북한의 손꼽히는 대미 협상 전문가다. 지난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깜짝 북미 정상회동이 성사되는데 있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SNS를 통한 만남 제안에 "매우 흥미로운 제안"이라고 답함으로서 주요한 역할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한 가운데 최선희 외무상의 외유 일정을 공개한 것은 결국 북미 정상 간 만남에 대한 거부 의사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화에서 "최 외무상의 일정을 공개한 것의 의미를 따져보면 북미 간에 실무적인 외교적 접촉이 진행이 되지 않았거나 앞으로도 진행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일 북미 정상이 만나더라도 '사전에 실무 접촉이 필요한 정도의' 규모와 의미를 갖춘 회동이 아니라 하나의 퍼포먼스로 기획될 수 있는 만남 정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앞서 북미 대화 전제 조건으로 북한 비핵화 목표 포기를 요구했는데, 이 것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대화에 나설 뜻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으로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24일(현지시간) "나는 그들이 일종의 뉴클리어 파워(핵보유국)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들이 뉴클리어 파워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한다면 글쎄, 나는 그들이 핵무기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북한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것으로도 비춰졌는데, 북한이 원하는 것은 정치적 의미의 '핵 보유국'으로서의 인정이지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사실 인식은 아니란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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