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 전 독일 학자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소지했다가 불법 구금을 당하고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남성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4단독(김길호 판사)은 28일 정진태(72)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자본론뿐 아니라 칼 마르크스 사상이 담긴 저서는 국내에서 공식 출판되고 널리 읽혔다"며 "피고인이 가입해 활동한 스터디 클럽이 반국가단체인 북한에 동조할 목적으로 보기 어렵다.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거나 반국가의 목적이 없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사상과 학문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권리로 폭넓게 인정돼야 한다"며 "피고인은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으로 서적을 소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1983년 2월 서울대 학생이었던 정씨는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 등 이적표현물을 소지한 혐의로 붙잡힌 뒤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 4월 이 사건에 중대한 인권침해가 있다고 보고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 당시 정씨는 구속영장이 발부·집행되기 전까지 23일간 불법으로 구금된 상태로 조사받았다. 또 조사 과정에서 구타 등 가혹행위를 당해 허위 자백을 강요당한 사실도 밝혀졌다.
지난 2월 법원은 이 사건 재심을 열기로 결정했다. 검찰은 지난달 25일 결심공판에서 정씨에게 무죄를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