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원·원자력항모 '상징적'…미일 '신(新)밀월' 열리나

미일 정상회담 앞두고 우려 적지 않았지만…
일본, 선제적으로 방위비증액 방침 꺼내들어
일본 기업들도 '대규모 투자' 카드 선보여
양국 정상, 희토류 등 중요광물 문서에 서명
트럼프, '일본인 납북 피해자' 가족 만나기도
양국 정상, 마린원 타고 조지워싱턴호 승선
다카이치 총리, 트럼프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
일단 트럼프의 호감 얻는데는 성공했단 평가
할말은 할 수 있는 관계 구축 여부가 숙제로

연합뉴스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방위비와 관세 협상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었던 미·일 양국이 '28일 도쿄 정상회담'을 계기로 다시 '신(新)밀월 관계'로 나아가는 계기를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앞두고, 일본측에서는 악재가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일본의 첫 여성 총리인 다카이치 사나에는 선출된 지 불과 1주일만에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만만치 않은 거물을 맞이해야하는 입장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가 전임 총리가 체결한 미·일 무역합의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던 만큼 이 부분에서 자칫 불협화음이 불거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또한 외교가에서는 일본과의 무역합의가 타결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는 일본의 방위비 증액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불거졌다. 
 
미국은 "동아시아의 안보 부담을 동맹국들이 적극적으로 분담해야한다"고 강조하면서 일본에 대해서는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5%로 증액하도록 압박하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미일 정상회담의 뚜껑을 열어보니 이같은 걱정은 기우에 가까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이번 회담에서 가장 우려했던 방위비 문제에 대해 "다카이치 총리가 일본 방위력을 대폭 강화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유화적 제스처를 취했다. 
 
그는 미일 무역합의와 관련해서도 "매우 공정한 합의였다"고 주장하며, 관세 협의 과정에서 있었던 양국의 '기싸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양국은 큰 틀에서 무역합의 이후 일본산 자동차 관세 인하 시점과 일본의 5천500억 달러 대미 투자 등을 놓고 견해차를 드러낸 바 있다.

이에 일본측이 선제적으로 방위비 증액 방침과 일본 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꺼내들면서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설득당한 것 같은 분위기가 연출된 것이다.
 
실제 지난 21일 취임한 다카이치 총리는 곧바로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2%로 올리는 시점을 2027회계연도에서 2년 앞당기기로 했고, 방위력 강화를 위해 3대 안보 문서 조기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양국 정상은 희토류와 중요 광물의 공급·확보에 관한 문서에도 서명했다.
 
연합뉴스

최근 중국이 첨단산업 핵심 물질인 희토류 수출 통제를 예고한 상황에서 양국간 공조 수위를 높여 공급망 다변화까지 거머쥔 것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는 '일본인 납북 피해자' 가족을 만나서는 문제 해결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미일 동맹의 '신밀월'을 시사하는 상징적인 장면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카이치 총리를 미국 대통령의 전용헬기인 '마린원'에 탑승시킨 것이었다. 외국 정상이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마린원에 오른 건 매우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두 정상은 도쿄에서 마린원을 타고, 가나가와현에 있는 미군 요코스카 해군 기지로 같이 이동해 미국의 원자력 항모인 조지워싱턴호에도 승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상에 올라 다카이치 총리를 가리키며 "우리는 매우 친한 친구가 됐다"며 "미일 동맹은 세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관계 중 하나이고 태평양 지역 평화와 안정의 초석"이라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도 "평화는 말이 아닌, 확고한 결의와 행동으로 지켜진다"며 "나는 앞으로 일본의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아베 신조 전 총리는 2019년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해상자위대 호위함에 올랐지만, 다카이치 총리는 아예 미 항공모함에 승선해 미일 동맹을 대내외에 과시한 셈이 됐다. 
 
단김에 다카이치 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하기도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분쟁 중재 활동에 관해 "전에 없던 역사적 위업"이라며 "이 정도 짧은 기간에 세계는 한층 더 평화롭게 됐다"고 치켜세웠다.
 
일본 언론들은 일단 "다카이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친했던) 아베 전 총리 후계자라는 인상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는 데는 성공했다"면서도 "일본 국익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할말을 할 수 있는 그런 관계까지 구축하느냐가 숙제로 남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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