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앞둔 여고 앞 "위안부는 매춘" 집회 예고 후 '노쇼'한 단체

우익단체 여고 앞 '소녀상 철거' 집회 강행 예고에
경찰서장 등 경찰관 245명 학교 주변 둘러싸
정근식 서울시교육감도 집회 예정 시각에 학교 방문
"학생들 학습권 침해 심각한 행위…학교 교육 모독"
정작 우익단체는 현장에 나타나지 않고 잠적

29일 서울 성동구의 한 고교 앞에 우익단체의 '소녀상 철거 요구' 집회가 예고돼 경찰이 학교 정문 앞을 차단한 모습(왼쪽)과 '흉물 소녀상 철거 요구 집회' 포스터. 김지은 기자·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수능을 2주 앞둔 29일, 서울의 한 여고에서 "위안부는 매춘"이라 주장하는 강경 우익단체의 집회가 예고돼 학교 앞 긴장감이 커졌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직접 학교를 방문하고 200명이 넘는 경찰관들이 출동해 만일의 사태를 대비했지만, 정작 주최 측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단순 소동으로 끝났다.

이날 오후 2시쯤 서울의 한 여자고등학교 인근에 경찰관 245명이 출동해 삼엄한 경비 체계를 갖췄다. 경찰관들은 학교 주변을 500m 정도 둘러싸고, 학교 정문으로 이어지는 차도의 통행 일부도 제한했다. 정문에는 관할 경찰서장이 나와 직접 현장을 지휘하고 있었다. 학교 수업이 한창인 시간이어서 평소와는 완전 다른 모습이 연출된 것이다.

난데없이 평온한 오후에 이같이 경찰관들이 나선 이유는 우익단체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측이 이날 이 시간에 '흉물 소녀상 철거 요구 집회'를 예고해서다. 이들이 주장하는 '흉물 소녀상'은 '위안부 소녀상'이다. 이들은 지난 22일 소녀상이 설치된 서울의 고등학교 2곳 앞에서 이같은 집회를 열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집회가 예고됐던 오후 2시가 지나서도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수많은 경찰관들의 삼엄한 경비에 시민들과 하굣길에 나선 학생들만 놀란 분위기었다. 이곳을 지나던 한 남성은 무슨 일인지 묻고는 "(위안부 피해가) 본인의 가족들 일이었어도 그럴 거냐. 소녀상 철거하라는 집회라니 대체 왜 그러나"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날 해당 집회에 맞서 정근식 서울시교육감도 이 고등학교를 찾았다. 정 교육감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우리 학생들의 안전한 학습 환경을 방해하는 집회가 이뤄지는 것이 개탄스럽고 지극히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수능 시험이 2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학교 부근에서 이런 시위가 계획되고 이뤄지는 것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심각한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1930~40년대 일본이 강제적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을 동원한 것은 1998년 유엔 인권위원회에서도 명백한 범죄로 규정됐다"며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고, 입에 담을 수 없는 표현으로 학교 교육을 모독하며 학생과 학교 공동체가 토론해 만든 소녀상을 비난하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29일 오후 3시 서울 성동구의 한 고교 옆 중학교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경찰이 안전을 위해 통행을 안내하는 모습. 김지은 기자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측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경찰이 막고 있어 집회를 열지 못했다"며 향후 다시 집회를 열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앞서 다음 달 19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2시 고등학교 2곳 앞에서 철거 요구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에 경찰은 지난 22일 학생들의 수업과 등하교 시간(오전 7시 30분~오후 4시 30분), 수능 예비 소집일인 다음 달 12일, 수능 당일인 13일 등에는 집회 제한을 통고했다. 이 단체가 사전에 학교 측에 전달한 집회 내용을 보면, "신성한 교정에 위안부 매춘부 동상 세워놓고 매춘 진로지도 하나" 등 문구가 적힌 현수막·손팻말을 사용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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