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첫 '핼러윈데이'…자제모드 유지하는 식품·유통업계

핼러윈 장식조차 보기 힘들어진 이태원…"민원 들어와"
유통·식품업계는 핼러윈 대신 수능·크리스마스 등에 '올인'
핼러윈 지양하는 흐름엔 새로 들어선 이재명 정부 영향도

핼러윈데이를 앞둔 27일, 사람이 없는 이태원 거리. 전민 인턴기자

이태원 참사 이후 사회 전반에 '핼러윈'이 자취를 감추면서, 유통·식품업계도 이를 의식해 올해 역시 핼러윈 마케팅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그 대신 다가오는 수능, 크리스마스 등 연말 대목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태원 상권, 핼러윈 기피 분위기

 
참사가 발생했던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골목. 전민 인턴기자

지난 27일 취재진이 찾은 이태원 거리는 곧 핼러윈데이가 다가온다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차분했다. 오는 31일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평소라면 북적였을 이태원 거리에는 핼러윈을 연상시키는 장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곳 상인들은 핼러윈 장식을 두면 이젠 민원까지 쇄도한다고 말한다. 한 카페 직원 A씨는 "작년 핼러윈데이 당시 아랫집에서 핼러윈 장식을 꾸며놨는데 민원이 많이 들어왔다"면서 "우리 카페도 참사 이후로는 핼러윈 장식을 따로 하지 않는다"고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이태원에서 5년 넘게 카페를 운영해온 B씨도 "예전에는 핼러윈 이벤트도 준비했지만 이제 핼러윈데이는 전혀 축하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안 한다"면서 "참사를 겪었던 사람들이 어떻게 핼러윈을 축하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이태원 상권은 핼러윈데이를 건너뛰는 대신 크리스마스 등 연말 이벤트 준비에 한창이다. 참사가 발생했던 현장 근처 양식점에서 일하는 직원 C씨는 "지금은 핼러윈 대신 가을 느낌으로 가게를 꾸몄지만 11월로 넘어가면 트리도 두고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화려하게 장식할 것"이라고 전했다.
 

유통·식품업계, 핼러윈 대신 연말 공략

 
CJ푸드빌 제공

핼러윈 마케팅을 지양하는 분위기는 스타벅스, 공차 등 식품·유통업계는 물론, 롯데월드, 에버랜드 등 테마파크까지 산업 전반에 퍼져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추모와 애도의 취지를 존중해 별도의 핼러윈 마케팅 활동은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스타벅스는 매년 핼러윈데이 맞이 시즌 프로모션을 준비해왔지만, 참사 이후 핼러윈데이와 관련된 별도의 프로모션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그 대신 일찌감치 수능과 크리스마스 프로모션에 돌입해 '연말 감성'을 자극하는 이벤트에 총력을 다 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기존 수능 시즌 인기 상품인 '클로버 샌드 쿠키', '찰떡같이 합격파이' 등을 새롭게 출시했다
 
제빵업계도 행운을 의미하는 클로버를 전면에 내세우며 수험생 잡기에 나섰다. 뚜레쥬르는 클로버와 열쇠 디자인을 적용한 패키지를 통해 수능 맞춤형 신제품을 출시했다. 파리바게트는 제품의 은색 태그를 긁으면 일곱 가지 행운의 합격 메시지 중 하나가 무작위로 등장하는 '클로버 롤리팝' 등을 선보였다.
 
공차 역시 지난 2022년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할로윈 딸기 초코 스무디' 등의 시즌 상품을 출시하고 '할로윈 sns 인증샷' 이벤트를 진행했으나, 이태원 참사 이후 지금까지 핼러윈 프로모션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롯데월드와 에버랜드 등 주요 테마파크도 저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롯데월드는 2022년 '호러 할로윈:The Expansion' 이벤트를 진행했으나, 올해는 이름에서 '할로윈'을 빼고 '호러 아일랜드:좀비월드'와 '포켓몬 월드 어드벤처:고스트 대소동'이라는 행사를 진행한다.
 
에버랜드도 과거 '할로윈 인피니티 가든'을 운영하고, '월드 크리에이터스 할로윈', '할로윈 위키드 퍼레이드', '달콤살벌 트릭오어트릿' 등 대대적인 핼러윈 축제를 열었지만, 올해는 '오즈의 마법사' 콘셉트로 축제를 대신했다.
 

이재명 정부, 첫 공식 추모행사 개최

 
김민석 국무총리(왼쪽 첫번째), 우원식 국회의장(왼쪽 세번째부터),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식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업 전반에서 핼러윈 행사를 자제하는 흐름에는 새롭게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기조 역시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부터 이태원 참사 책임 주체를 주시해온 만큼, 각 산업계 역시 이러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행동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이태원 참사 발생 이후 민주당은 정부의 책임을 강하게 추궁하며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을 향해 진상 규명을 촉구해왔다. 이후 이재명 정부는 지난 23일 '이태원 참사 합동감사'를 발표하며 "예견된 대규모 인파 운집에 대한 경찰의 사전 대비가 명백하게 부족했고, 그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이 영향을 미쳤다"며 정부의 총체적 부실 대응을 지적했다.
 
그리고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북광장에서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식이 열렸다. 정부가 유가족들과 정부 차원의 공식 추모 행사를 개최한 건 이태원 참사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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