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12·3 비상계엄 당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문짝을 부수고라도 안으로 들어가 의원들을 다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재차 증언했다.
4개월 만에 내란재판에 출석한 윤 전 대통령은 곽 전 사령관에게 "국회 확보는 질서 유지를 위해 들어간 것 아니냐"고 물었지만, 곽 전 사령관은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30일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의 공판기일을 열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7월 재구속 이후 16차례 연속 재판에 불출석하다 4개월 만에 처음으로 이날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남색 양복에 흰 셔츠를 입은 윤 전 대통령은 한 손에 서류 봉투를 든 채 법정에 들어섰다.
곽 전 사령관은 이날 공판에서 비상계엄 선포 이튿날인 지난해 12월 4일 오전 0시 31분쯤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아직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으니 국회 문짝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앞서 곽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비상계엄 당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에서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
또 곽 전 사령관은 지난해 10월 1일 국군의날 등 윤 전 대통령이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이 참여한 관저 저녁 모임에 참여했다고 인정했다. 해당 자리에는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육군수도방위사령관도 참석했다고 증언했다.
특검의 '당시 모임에서 피고인이나 김 전 장관이 계엄이나 비상대권에 대해 발언했느냐'는 질문에 "직접 계엄이란 용어는 사용한 적이 없다"면서도 "비상대권, 특별한 방법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9일 모임에서 '윤 전 대통령이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해결 방법이 없다고 말한 적이 있냐'는 질의에는 "분명히 제 기억 속에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곽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2일 김 전 장관의 비화폰으로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과 연이어 통화했다고 증언했다. 곽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비화폰으로 전화 와서 바로 등장한 게 윤 전 대통령"이라며 "'준비되면 며칠 뒤에 보자'고 하셨는데 김 전 장관이 '아니야. 내일 보자'라고 이야기했다. 두 마디는 기억한다"고 말했다.
곽 전 사령관은 증언 도중 감정이 북받친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거나 울먹이기도 했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은 곽 전 사령관을 직접 신문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곽 전 사령관에게 "국회라는 곳이 어마어마하게 넓고, 본관도 7층부터 지하 1층까지 있는 등 매우 크다"라며 "의원회관은 어마어마하게 크고, 수천 명이 있는 곳이다. 당시 국회는 회기 중이었다. 그런 것은 생각하지 못했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곽 전 사령관은 "당시 인식은 근무하는 인원 말고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답했다.
윤 전 대통령이 "김 전 장관으로부터 장병들에게 실탄을 개인 휴대 시키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는지"를 묻자 곽 전 사령관은 "지시받지 않고 스스로 결정해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이 "스스로 지시했다면 국회에 들어간 것은 질서 유지를 위한 거점 확보가 아니냐"고 말하자, 곽 전 사령관은 "질서 유지,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는 11월 3일 곽 전 사령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이어가기로 했다.
한편, 이날 윤 전 대통령은 "체력이 닿는 데까지 하여튼 나오겠다"며 "사실 건강상태가 좋지는 않다. 도저히 못 나오는 상황이 되면 말씀드리고, 웬만하면 나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을 향해 "피고인이 오늘 출석했는데 다시 한번 강조하겠다"며 "지금까지 불출석에 대한 불이익은 피고인이 부담하고, 이후에 불출석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