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숨진 미화원 CCTV 보니…사고 직후 또 차량 매달려 작업

사고 직후 다른 작업자 와서 또 매달려 작업
노동부 가이드엔 '후미 발판 탑승 금지' 명시
전문가 "사고 이후 상황 관리 매뉴얼 등 부족"
구청, 뒤늦게 조치…"현재 발판·손잡이 등 제거"

지난달 18일 새벽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쓰레기 수거차 후미에 매달린 상태로 작업하던 50대 환경미화원이 사고를 당해 구급차로 병원에 옮겨진 뒤 도착한 다른 작업자가 곧바로 사고 차량 후미에 매달려 이동했다. 서울 강서구의회 김민석 의원 제공 영상 캡처

지난달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환경미화원이 쓰레기 수거차 후미에 매달려 작업하다 차량과 전봇대 사이에 끼여 숨졌다. 그런데 사고 직후 투입된 다른 작업자도 사고를 낸 차량의 후미에 매달려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작업 방식이지만, 현장에선 이러한 악습이 개선되지 않고 고착화됐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작업 현장을 관리·감독해야 할 구청은 뒤늦게 차량 후미에 달린 손잡이를 제거하는 등 조치에 나섰다.

31일 CBS노컷뉴스가 서울 강서구의회 김민석 의원으로부터 확보한 사고 당시 CCTV 영상에 따르면, 50대 남성 환경미화원 A씨가 구급차로 병원에 옮겨진 뒤 도착한 다른 작업자는 곧바로 사고 차량 후미에 매달려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발생 약 50분 만이었다.
 
지난 21일 새벽 서울 용산구의 한 식당가 골목에서 환경미화원들이 생활폐기물 처리 작업을 하고 있다. 송선교 기자

지난달 18일 오전 3시 30분쯤 A씨는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쓰레기 수거차 후미에 매달린 상태로 작업하던 중, 마주 오던 순찰차를 피해 후진하는 수거차와 전봇대 사이에 끼였다. A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같은 날 끝내 숨졌다.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고 후미에 매달려 있다가 사망에까지 이르는 사고가 났지만, 다른 작업자도 곧바로 같은 행동을 반복한 것이다.
 
과거부터 환경미화원이 쓰레기 수거차 후미에 매달리는 것은 안전사고 위험을 높이는 행위로 지적돼 왔다. 고용노동부의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작업안전 가이드'에는 재해예방을 위해 '후미 발판 또는 적재함에 탑승해 이동을 금지'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동 시 도보 또는 조수석에 탑승'해야 한다고도 기재돼 있다.

 
또 도로교통법 제49조도 '운전자는 자동차의 화물 적재함에 사람을 태우고 운행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은 "이러한 사고가 났으면 작업 중지나 작업 취소 등을 해야 할 필요도 있는데, 일은 일대로 마쳐야 하기 때문에 다시 급히 작업을 하려다가 (후미에 매달리는) 상황이 나타난 것"이라며 "사고가 난 뒤에 상황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에 대한 매뉴얼 등이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통 환경미화원 작업 매뉴얼 등은 차량 후미에 매달리지 말라고 하지만, 그렇게 하면 시간 안에 과업을 모두 마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안전을 우선으로 고려하는 작업 방식을 택하기는 어려운 환경"이라고 전반적인 근무 환경에 대한 어려움도 짚었다.
 
강서구의회 김민석 의원은 "CCTV를 보면 분명히 (A씨가) 매달려 있다가 사고가 났지만, 사고 이후에도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료가 사망한 직후에도 이런 위험한 행동이 반복되는 것은 결국 구청 등이 안전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남은 폐기물을 정리하기 위해 사고 당시 근무자가 아닌 다른 근무자가 왔다가 (차량) 후미에 타고 간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차량 뒤에 매달려 있다가 일어나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현재는 차량들에서 발판과 손잡이 등을 다 제거했다"며 "현장 점검도 나갔다"고 말했다. CBS노컷뉴스는 당시 상황과 관련한 K산업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접촉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사고 차량 운전자인 50대 남성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고용노동부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