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애기 보러 갈까?' 사법거래 의혹 판사 고발당해

경찰, 특가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
사법거래 의혹 변호사도 추가 혐의 고발
"일부 사실 달라…부적절한 처신 반성"

여경은 판사와 A 변호사가 나눈 SNS 대화 캡처사진(왼쪽)과 A 변호사가 여 판사와 나눈 대화 캡처사진을 주점 여종업원에게 보낸 SNS 대화캡처 사진. 독자 제공

유흥주점 접대 의혹을 받는 수원지법 평택지원 여경은 부장판사가 뇌물수수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결국 경찰에 고발당했다. 여 판사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사법거래를 시도한 변호사도 추가로 고발됐다. 여 판사와 변호사 간 사법거래 의혹이 수사를 통해 밝혀질지 관심이 쏠린다.
 

경찰, 뇌물수수 혐의 현직 판사 수사

31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제보자는 최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수수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여경은 부장판사에 대한 고발장을 제주경찰청에 제출했다. 여 부장판사는 피고발인 신분으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여 판사에게 수년 전부터 유흥주점과 골프 접대를 한 의혹을 받는 A 변호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와 사기미수, 변호사법 위반,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함께 고발당했다.
 
A 변호사는 이미 지난해 11월 당시 제주지법 형사 단독재판부 재판장인 여경은 부장판사가 맡은 사건 피고인 측 변호인에게 "여경은 부장판사와 막역한 사이인데 원하는 형량을 받도록 해주겠다"며 금품을 요구한 혐의로 제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수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이번에 추가로 고발당한 사건은 A 변호사가 첫 공판이 열린 지난해 11월 14일 여경은 판사가 법정 구속시킨 제보자 측에 접근해 사법거래를 시도한 혐의다. A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제보자 측에게도 여 판사와의 친분을 과시하고 보석 석방을 시켜주겠다며 2천만 원을 요구한 혐의다.
 
A 변호사가 제보자 측에 보낸 여 판사와의 친분을 과시하는 내용의 SNS 메시지. 독자 제공

A 변호사는 당시 제보자 측 지인에게 '단지 고등학교 대학교 선배라서 제가 보석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경은(여경은 부장)이 하고는 원래 친했고, 4년 전에 경은이가 제주도 와서 심심해 해서 제가 제주 올 때마다 술 사주고 공치고 한 후배이자 동생'이라는 내용의 SNS 메시지를 보냈다.
 
제보자는 결국 A 변호사의 제안을 거절했다. 이 과정에서 제보자 측 변호인이 A 변호사와 여 판사에게 '사법농단이 의심된다'며 항의했다. 이후 여경은 부장판사는 제보자를 보석으로 풀어주고 올해 2월 무죄를 선고했다. 2심에선 벌금형이 선고돼 현재 대법원에서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
 

판사, 변호사 사법거래에 관여했나?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여 판사가 A 변호사로부터 유흥주점 접대를 받은 정황이 포착된다. A 변호사가 제주교도소에 수감된 제보자를 찾아가기 바로 전날인 지난해 12월 11일 '오늘 2차는 스윽 애기 보러 갈까?'라고 SNS 메시지를 보내자, 여 판사는 '아유 좋죠 형님^^'이라고 답한다.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여경은 부장판사와 A 변호사는 이날 밤 여성 접객원이 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는 '7080라이브카페'에 다녀왔다. 이 업소는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됐지만 사실상 불법으로 유흥주점 영업을 하고 있다. 식품위생법상 일반음식점에서는 유흥 접객행위를 할 수 없다.
 
여경은 부장판사는 지난 21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문제가 된 A 변호사가 증인 사건을 단 한번이라도 변론한 게 있느냐'는 질문에 "지난해 11월 진행한 형사사건 중 1건 있다"고 답했다. 유흥주점 접대 의혹 당시라 직무 관련성이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5일부터 12월 12일까지 여 판사와 A 변호사가 주고받은 통화기록. 독자 제공

제보자 측 변호인은 "판사가 재판과 관련된 변호사로부터 접대를 받는 행위는 개별 현안에 대한 대가가 아니더라도 장래의 직무집행에 대한 편의를 기대하고 제공되는 '포괄적 뇌물'에 해당한다. 변호사로부터 향응을 받은 행위는 직무의 공정성을 해치는 명백한 뇌물수수 행위"라고 했다.
 
"여경은 판사는 공직자로서 직무관련자인 변호사로부터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의 목적을 벗어나는 가치에 상당한 금품을 받아선 안 된다.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도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까지 여 판사는 A 변호사와 함께 해당 업소를 다녀온 사실은 인정하고 있지만, A 변호사의 사법거래 시도 사건에 관여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수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일부 사실 다르지만 부적절한 처신 반성"

사법거래 의혹에 대해 A 변호사 측 법률대리인은 "자신을 선임하게 되면 여경은 판사에게 청탁하겠다는 게 아니라 변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 같다는 정도로 말한 거다. 알선수재에서 문제가 되는 직접적으로 금품을 요구한 건 아니다. 실제로 사건을 수임하지도 못했다"라고 밝혔다.
 
여 판사와 A 변호사가 제주에서 사적으로 만난 부분에 대해선 "A 변호사가 여 부장판사와 친목으로 만난 거지. 사법거래라든지 청탁을 위해 만난 적은 단호하게 없다고 한다"고 했다.
 
지난해 6월 28일 근무시간 음주난동이 벌어진 노래방. 고상현 기자

취재진은 여 판사에게도 직접 입장을 물었으나 "해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여 판사는 지난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더불어민주당 김기표 의원의 관련 질문에 "사실관계가 다른 내용이 일부 있지만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서는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앞서 CBS노컷뉴스는 여경은 부장판사 등 판사 3명이 지난해 6월 28일 근무시간 술을 마시고 술 판매가 금지된 노래방에 술을 사가지고 갔다가 업주와 시비가 붙어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빚어졌다고 단독 보도했다. 아울러 여 판사가 A 변호사로부터 유흥주점 접대 받은 의혹도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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