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韓선물 나왔다…엔비디아 'GPU 26만장' 푼다(종합)

삼성·SK·현대차·과기부 5만장 씩, 네이버 6만장
블랙웰 26만장 투입, 국내 AI 팩토리 가동 본격화
HBM3E 208만개 수요…삼성·SK 동반 수혜 기대
정부·민간 총투자 4조원대…국산 AI 생태계 강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 참석해 있다. 류영주 기자

엔비디아가 한국에 최신 GPU '블랙웰(GB200)' 26만장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납품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특히 그동안 엔비디아에 HBM을 독점적으로 공급해온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도 핵심 공급 파트너로 부상하면서 시장 경쟁이 본격화됐다.

HBM3E 208만개 규모…9천억 원대 시장 형성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과 SK는 엔비디아로부터 각각 5만장씩 GPU를 공급받아 AI 팩토리 구축 협력을 추진한다. 여기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 5만장, 현대차그룹 5만장, 네이버클라우드 6만장까지 포함하면 총 26만장 규모다.

이번 공급은 엔비디아가 한국 정부 및 민간 대기업들과 함께 추진하는 '소버린 AI(Sovereign AI)' 인프라 확충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블랙웰 1개당 HBM3E(5세대) 12단이 8개 탑재되므로, 전체 26만장에는 HBM3E 약 208만개가 필요하다.

이번 물량은 전량 국내 AI 인프라 구축에 투입되며, HBM 공급사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08만개에 달하는 HBM 물량 확보는 매출 증가 외에도 공급 타이트 유지로 인한 가격 방어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에 따르면 HBM3E 12단은 개당 약 300달러 수준으로, 이번 공급 규모는 약 9천억 원대로 추산된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부품 거래를 넘어 국산 HBM을 탑재한 AI 인프라 구축으로 이어져 정부의 '소버린 AI' 정책 기조에도 부합한다는 평가다. 과기부는 국가 AI 컴퓨팅센터와 NHN클라우드, 카카오, 네이버클라우드 등 민간 클라우드사와 협력해 5만장 규모의 최신 GPU를 우선 배치할 계획이다.

삼성·SK, AI 팩토리로 HBM4 주도권 경쟁 가열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SEDEX) 2025'에 마련된 SK하이닉스 부스에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인 HBM4 실물이 전시돼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그룹은 각각 5만장 규모의 AI 팩토리를 구축하며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강화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AI 팩토리를 통해 지능형 제조 및 로봇 개발에 엔비디아 기술을 활용할 계획이다. 엔비디아의 Omniverse, cuLitho, Nemotron, Cosmos, Isaac Sim 등의 기술을 적용해 반도체 공정의 디지털 트윈과 차세대 로봇 시스템을 구현한다.

SK그룹은 5만장 이상의 GPU를 활용해 아시아 최초의 산업용 AI 클라우드를 구축한다. SK텔레콤은 RTX PRO 6000 블랙웰 서버 GPU 기반의 인프라를 운영하며, 제조·로보틱스 스타트업과 공공기관에도 개방해 디지털 트윈 및 AI 에이전트 개발을 지원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역시 엔비디아 및 정부와 협력해 5만장 규모의 블랙웰 GPU를 투입, 제조·자율주행 등 AI 모델 학습과 검증에 활용하며 약 30억 달러(한화 약 4조 원)를 투자한다.

네이버클라우드는 6만장 이상의 GPU를 도입해 산업별 맞춤 AI 모델 개발과 초거대언어모델(LLM)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엔비디아 젠슨 황 CEO는 "한국은 기술과 제조업의 리더로서, 가속 컴퓨팅 인프라가 전력망과 브로드밴드만큼 중요한 시대의 중심에 서 있다"며"이제 한국은 지능(intelligence)을 새로운 수출품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국가가 됐다"고 말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도 "AI는 이제 혁신을 넘어 미래 산업의 토대가 됐다"며 "엔비디아와 협력한 AI 인프라 확충은 한국이 세계 3대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투자"라고 밝혔다.

HBM4 향한 삼성·SK의 '2강 체제'


이번 GPU 공급은 HBM 시장의 주도권 싸움에도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그동안 엔비디아에 HBM 대부분을 납품해온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며 압도적 1위를 지켜왔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지난 9월 HBM4 양산 체제를 업계 최초로 구축해 4분기부터 출하를 시작했으며, 내년 본격적인 판매 확대를 예고했다. 젠슨 황 CEO는 지난 5월 '컴퓨텍스 2025' 현장에서 SK하이닉스 부스를 찾아 "HBM4를 잘 지원해달라"고 언급하며 긴밀한 파트너십을 드러낸 바 있다.

삼성전자도 빠른 속도로 추격 중이다.

삼성은 전날 실적발표에서 "HBM3E를 전 고객 대상으로 양산 판매 중"이라고 밝히며 엔비디아향 12단 공급을 공식화했다.

엔비디아는 "삼성과는 20년 넘는 협업 관계를 이어오며, 현재 HBM3E·HBM4 핵심 공급 협력을 진행 중"이라고 발표해 삼성의 역할을 재확인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에 HBM4 샘플을 출하했으며, 향후 최종 공급 협의가 마무리되면 본격적인 양산 체제에 돌입할 예정이다.

엔비디아는 삼성전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ETRI, 연세대 등과 함께 AI-RAN(지능형 무선망) 및 6G 기술 공동개발을 추진한다. AI-RAN은 GPU 연산을 기지국으로 분산시켜 통신 효율을 높이고 기기 배터리 사용량을 줄이는 차세대 통신 기술이다.

또한 네이버클라우드·LG AI리서치·SK텔레콤·NC AI·업스테이지 등과 협력해 '소버린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Sovereign AI Foundation Models Project)'를 진행 중이다. 이는 한국어 기반 초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하기 위한 공공-민간 협력 사업으로, 엔비디아의 NeMo 및 Nemotron 데이터셋을 활용해 한국형 AI 모델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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