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복귀 전공의 '내년 2월 전문의 시험'…특혜·역차별 우려도

9월 복귀 전공의(레지던트와 인턴), 내년 2월 전문의 시험 응시·레지던트 지원 허용
기존 일정대로면 내년 수련 마치는 전공의 3명 중 2명이 6개월 대기
조기 복귀자 "의정갈등 때도 의료현장 버텼는데"…'낙동강 오리알' 조롱도
수련 부실화 우려…의협 "수련 다 마쳐야 전문의 자격증 발급해 엄격 관리"

지난해 2월 의과대학 증원 정책에 반발해 병원을 떠났던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에 복귀했던 지난 9월 1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정부가 지난 9월 복귀한 전공의(레지던트와 인턴)에게 내년 2월 전문의 시험 응시와 레지던트 지원을 허용했다. 응시와 지원을 먼저 한 뒤 남은 수련 기간을 채우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또다시 전공의들에게 특혜를 마련해줬다는 비판과 함께 조기 복귀자에 대한 역차별이란 지적도 나온다.

'전문의 배출 지연'에 또다시 '특혜' 제공한 정부

1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9일 내년 2월 시행 예정인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 자격을 기존 '내년 5월 말 수료 예정자'에서 '내년 8월 말 수료 예정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또 내년 상반기 레지던트 1년차 모집에서도 내년 8월 말까지 인턴 수료 예정자에게 지원 기회를 미리 부여하기로 했다. 다만 합격 후 실제 수련을 마치지 못하면 합격은 취소된다.

당초 일정대로라면 9월 복귀 전공의들은 내년 8월 수련을 마친 뒤 2027년 2월 전문의 시험을 치를 수 있다. 수련을 마친 뒤 시험까지 약 6개월의 공백이 발생하는 구조였는데, 이번 조치는 그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사실상 특혜로 풀이된다.

9월 1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복지부 관계자는 "기존 일정대로라면 내년 수련을 마치는 약 2천명 중 3분의 2가 2027년 2월 시험까지 6개월 이상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번 조치는 수련의 연속성을 보장하고 전문의 배출 지연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9월 복귀 전공의들은 이번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서울의 한 전공의는 "애초 전공의들은 9월 복귀 당시 '선 응시 후 수련'을 요구해왔다"며 "그렇지 않으면 공백기 동안 취업도 할 수 없기 때문에 복귀 의미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남은 수련 기간도 다 채울테니 교육에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며 "의료사태 자체가 윤석열 정부의 밀어붙이기로 발생한 만큼 이를 수습하는 것도 정부의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의정갈등 때부터 버텼는데"…'멸시·조롱' 우려도

9월 1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반면 조기 복귀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역차별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지난 3월 복귀한 한 전공의는 "의정갈등으로 의료현장이 어수선할 때부터 병원에서 버텨왔다"며 "먼저 돌아오면 동료들에게 욕만 먹는 상황이라면 다음에도 누가 먼저 복귀하겠나"고 토로했다.

실제 의료계 커뮤니티에는 조기 복귀 전공의를 향한 비난글이 올라오고 있다. '레지던트 지원에서 인턴 점수 최하점을 주겠다', '낙동강 오리알 돼서 어쩌나'라는 식의 조롱도 이어지고 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회장은 "복지부는 6월과 9월 복귀 전공의들의 구제와 특혜 부여에만 몰두하며 가장 먼저 복귀해 환자를 지킨 3월 이전 조기 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정당한 예우와 제도적 보상에는 눈을 감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도 조기 복귀자에 대한 혜택을 고민 중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부도 혜택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며 "사실상 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시험을 치른 뒤 수련을 이어가는 방식에 대해선 수련 부실화 우려도 제기된다. 한 지역 의대 교수는 "전문의 시험을 치르고 수련을 계속하면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다"며 "수련 교육 과정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 김성근 대변인은 "현행 수련 제도에서도 병가 등 사유로 2월까지 수련을 마치지 못하면 2개월 추가 수련이 가능하다"며 "2월에 시험을 치르더라도 8월 말을 기준으로 전문의 자격증이 발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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