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사극이자, 첫 액션 연기였다. 잘 해야 한다는 마음이 앞서다 보니 촬영 현장에서 긴장을 했다. 작품 초반에는 원하는 연기가 나오지 않아 자책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탁류'에서 정천 역을 맡은 배우 박서함의 설명이다. 그는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당시 함께 출연한 로운과 신예은의 위로가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형만큼, 오빠만큼 정천을 아는 사람은 없다고 말해줬어요. 이 말이 잊혀지지 않아요."
또 다른 조력자도 있었다. 연출을 맡은 추창민 감독은 산책을 함께하며 박서함의 긴장을 풀어줬다고 한다.
그는 "초반에 걱정이 많았던 저를 감독님이 따로 부르셨다"며 "현장이 잘 보이는 곳으로 데려가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너 잘할 수 있게 도와주려는 사람들이야'라고 하시더라. 그때야 뭔가 좀 풀렸다"고 떠올렸다.
이어 "감독님은 정천이 조금 나빠졌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제가 마음이 약한 편이라 쉽지 않았다"며 "모든 배우에게 자유롭게 해보라고 하시면서 배우는 눈으로 말해야 된다는 걸 강조하셨다"고 말했다.
또, "대본을 손에서 놓지 못했는데, 감독님이 조금만 보라고 말씀해 주시기도 했다"며 "대본을 너무 보면 사극의 톤이 정형화될 수 있다고 하셨다"고 덧붙였다.
"저도 처음 보는 표정 나와 감독님이 좋아하셨죠"
군 복무를 마치고 3년 만에 복귀한 그는 복귀작 선택에 대한 고민도 컸다고 털어놨다.
박서함은 "사극 장르가 처음이라 어렵겠다고 생각했는데 대본을 읽고 나니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지더라"며 "추창민 감독님을 뵙고 대화를 나누면서 '이런 기회를 놓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떠올렸다.
첫 사극 연기에 대비해 그는 아나운서·성우 학원에 다녔고, 액션 스쿨에서는 하루 6~7시간씩 승마·국궁·검술 등을 익혔다.
박서함은 "감독님이 정천에 맞는 섬세하고 날카로운 검선을 원하셨다. 촬영 현장이 흙바닥이라 연습도 흙바닥에서 했다"며 "국궁 손동작도 당시 시대에 나온 모습으로 배웠다. 다행히 검술이나 승마보다는 더 빠른 시간에 자세가 나왔다"고 전했다.
이어 "문제는 말을 탄 채 활을 쏴야 하는 장면이었다. 두려움이 커서인지 손 놓는 게 잘 안되더라"며 "그 두려움을 버리는 게 어려웠는데 주변에서 '늘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서 성취감을 느꼈다"고 웃었다.
극 중 외형 변화에도 공을 들였다. 그는 "감독님께서 박서함 얼굴처럼 안 보였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분장 테스트만 7번 정도 받았던 거 같다"며 "수염까지 세세하게 신경 썼고 이전 작품과 다른 색다른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최귀화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선배님이 포스가 있으셔서 처음엔 좀 무서웠어요. 그런데 대화를 해보니 세심하시고 달콤하신 분이셨어요."
그는 "리딩하자고 하면 제가 긴장하는 걸 아셔서 산책 중에 대사를 해주시고 야외에서도 둘이 따로 연습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제가 감옥에 갇힌 신을 촬영할 때는 선배님이 리허설 중 강아지 짖는 흉내를 내셨다"며 "그때 제 안에서 뭔가 움찔한 게 느껴졌다. 저도 처음 짓는 표정이 나와서 감독님도 좋아하셨다. 감사했다"고 강조했다.
"갓 쓰니 고개가 저절로…상주 정말 더웠어요"
첫 사극이다 보니 예상치 못한 순간도 있었다. 키만 해도 193cm에 달하고 여기에 갓을 쓰다 보니 세트장에서 종종 부딪히곤 했다.
박서함은 "NG를 많이 냈다. 걷다가 턱이 있는지도 모르고 꽝 부딪힌 적도 있었다"며 "갓이 무거워서 고개가 계속 내려가기도 했다"고 웃었다.
무더위로 인한 고생도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았다. 그는 "로운, 신예은 배우가 더우니까 준비하라고 조언했는데 제가 평소 더위를 잘 안 타서 괜찮겠지 했다가 상주의 더위를 너무 얕봤다"며 "상투까지 쪼이고 있으니 정말 더웠다"고 말했다.
극 중 마포나루터를 재현한 세트장을 처음 봤을 때의 놀라움도 전했다. 그는 "세트장인지도 모를 정도로 세월의 흔적이 표현됐더라"며 "감독님이 비단 색 하나까지 바꿔가면서 봤고, 소품팀이나 미술팀이 고증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영상을 보니 정말 잘 표현됐다"고 감탄했다.
이어 숫자 3에 대한 각별한 애정도 전했다. 박서함은 "제 이름 서함을 빠르게 하면 '삼'으로 불리고, 데뷔일이 3월 3일"이라며 "예전에 살았던 집도 303호이기도 하고 3에 대한 인연이 있는 거 같더라. 새 회사와 계약할 때도 도장만 하나 찍으면 되겠다 싶어 3시 33분에 하려고 했는데 다 찍고 나니 37분이 됐다"고 웃었다.
박서함은 끝으로 배우로서 앞으로의 목표를 밝혔다.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저를 방해했었는데 지금 당장의 목표는 로운·신예은 배우, 선배님들처럼 현장을 즐기고 재미있게 촬영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한편, 총 9부작으로 구성된 '탁류'는 전 세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 시청 순위를 기록하는 사이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에서 한때 디즈니+ 월드와이드 TV쇼 부문 톱10에 오르고, 국내에서도 1위를 기록하는 등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