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일 경주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첫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번 회담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 주석이 11년 만에 국빈 방한하면서 이뤄졌다. 경색됐던 양국 관계 복원을 목표로 이재명 정부의 '균형·실용 외교'가 본격 시험대에 오른다.
민생·평화 중심 의제…'핵잠' 언급에 미묘한 기류
이번 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 개선과 신뢰 회복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민생·경제 협력 및 한반도 평화 문제를 중심 의제로 논의할 예정이다.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과 시 주석 모두 민생이 가장 중요하다는 모토 아래, 민생 문제 해결에 대한 주제가 채택될 것"이라며 "민생 문제의 연장선상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실현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하기로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지난달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나온 '핵추진 잠수함(핵잠)' 발언은 돌발 변수가 됐다. 이 대통령은 "핵잠 연료 공급을 위해 결단해달라"고 공개적으로 발언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즉각 승인했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튿날 브리핑에서 "관련 사항을 주목하고 있다"며 "한·미 양국이 핵비확산 의무를 실질적으로 이행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하는 일을 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한한령(한류 제한 조치) 해제 문제, 서해 불법 조업 등 민감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전략무기 관련 발언이 부담이 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핵잠이 '대중 견제' 신호로 읽힐 수 있는 만큼,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과 외교적 수사가 균형 외교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관계 회복 우선…비핵화·FTA 실질적 진전 주목
다만 중국 측도 한국과의 관계 회복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만큼, 완전한 대립 구도로 흐르진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외교부 1차관을 지낸 최종건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핵잠 도입은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중국도 이를 알고 있다"며 "중국 외교부가 성명이 아닌 '코멘트'로 입장을 낸 점은 사안을 쟁점으로 부각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양국 정상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공동의 의지를 재확인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특히 이 대통령은 'E.N.D(교류·관계 정상화·비핵화) 이니셔티브' 등 정부 대북정책에 대한 중국의 지지와 '건설적 역할'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 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지난달 회동한 만큼, 북핵 문제에서 중국이 적극적으로 한국 편에 서긴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경제 분야에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이 주요 의제로 꼽힌다. 2017년부터 서비스·투자 분야 협상이 이어졌지만 진척이 없었던 만큼, 이번 회담에서 실질적인 가속화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또 희토류 등 원자재 공급망의 안정과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기술산업 협력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이 정부의 '균형 외교'가 실제 작동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무대인 만큼 이 대통령은 회담 전부터 시 주석에게 경주 명물인 황남빵을 선물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시 주석은 "맛있게 먹었다"며 "경주가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라고 들었다. 매우 아름답고 좋은 곳"이라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