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1심 배임죄 인정, '성남시 수뇌부' 언급…李재판 영향은

대장동 피고인들 1심 중형, 법정구속…업무상 배임죄 인정
최종 결정은 '성남시 수뇌부'가…李 관여 여부 판단은 안해
與 배임죄 폐지 추진…李 재판 등 변수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연합뉴스∙황진환 기자

대장동 민간업자들과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들이 기소된 '대장동 비리' 재판에서 법원은 김만배·유동규 등 모든 피고인에게 중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법원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공사의 실권을 갖고 있던 상황에서 사업자 선정에 영향을 미쳐 민간업자들이 최대 수천억 규모의 부당이득을 보게 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선고에서 당시 성남시장인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될지도 주목됐다.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이 '성남시 수뇌부' 결정에 중간 관리자 역할을 했다고 봤다. 수뇌부가 이 대통령을 가리킨 것으로 해석되지만, 재판부는 이 대통령의 관여 여부를 직접적으로 판단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민간업자들의 배임죄가 인정됨에 따라 동일한 사건으로 기소된 이 대통령의 재판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장동 피고인들 1심 중형, 법정구속…업무상 배임죄 인정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를 받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천화동인 소유주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 공사 전략사업실 투자사업팀장이었던 정민용 변호사에 대해 중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유 전 본부장은 징역 8년에 벌금 4억원, 추징금 8억1천만원, 김씨는 징역 8년에 추징금 428억원, 남 변호사는 징역 4년, 정 회계사는 징역 5년, 정 변호사는 징역 6년에 벌금 38억원, 추징금 37억2천200만원이 각각 선고됐다.

이들은 대장동 개발 사업 과정에서 성남시와 유착해 총 7886억원의 부당 이득을 얻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95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2021년 10월부터 차례로 기소됐다.

해당 재판은 2021년 12월6일 첫 공판준비기일 이후 결심공판까지 3년 6개월 동안 약 190차례 재판이 진행됐다. 사건의 쟁점이 많고 복잡해 수사와 재판 기록만 25만 쪽에 달했다.

재판부는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들과 민간업자들 사이의 유착이 공사의 큰 손실로 이어졌다는, 이 사건의 가장 큰 전제를 인정했다. 다만 검찰이 배임액으로 추산한 4895억 원이 직접적이고 명확하게 입증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의 배임'이 아닌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유착관계 형성과 사업자 내정에 따라 유 전 본부장과 정 변호사는 공모지침서에 민간업자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게 했다"며 "사업시행자 선정 과정의 공정성, 청렴성과 그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를 현저히 훼손한 행위로써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유 전 본부장과 정 변호사는 검찰 구형보다 형이 더 높게 나오기도 했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3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황진환 기자

최종 결정은 '성남시 수뇌부'가…李 관여 여부 판단은 안해

재판부는 특히 유 전 본부장의 경우 중간관리자의 역할을 주로 담당한 측면이 있지만 단순히 지시받은 사항만 수행한 역할에 그치지 않고 대장동 사업에 관한 공사의 실질적인 책임자로서 배임 행위를 주도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유동규는 공사 설립 준비, 대장동 개발사업과 위례 개발사업 계획 수립 등 이재명의 주요 공약 이행 업무를 맡았고, 성남시의 주무부서나 공단 이사장을 거치지 않고 이재명 또는 정진상에게 직접 보고하는 등 포괄적인 실무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이 단독으로 의사 결정을 할 수 없었으며 최종적인 결정은 '성남시 수뇌부'가 했다고 짚었다. 유 전 본부장과 관련해 재판부는 "성남시 수뇌부가 주요 결정을 하는 데 있어 민간업자들과 의견을 조율하는 등 중간 관리자의 역할을 주로 담당한 측면도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선고 과정에서 '성남시장'이라는 단어도 사용했는데 "당시 성남시장은 유동규와 민간업자들의 유착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이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수용 방식을 결정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성남시 수뇌부'로 이 대통령의 관여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해석되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이 대통령의 역할이 크지 않았거나 잘 모르고 있었을 가능성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 황진환 기자

與 배임죄 폐지 추진…李 재판 등 변수

재판부가 이 대통령의 관여 여부를 직접적으로 판단하진 않았지만 민간업자들의 배임죄를 인정하면서 이 대통령의 재판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민간업자들과 같은 혐의로 기소돼 있지만 대통령 취임 후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84조에 따라 재판은 중지됐다. 현재 함께 기소된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에 대한 재판만 진행 중이다.

한편 현재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형법상 배임죄 폐지'를 추진하고 있어 실현될 경우 이날 인정된 배임죄 또한 유죄 판결 논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의 재판 역시 면소(免訴)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재판부는 이날 배임죄 폐지와 관련해 "완전 폐지 시 부작용이 예상돼 처벌 가능한 영역을 유형화하는 대체입법이 예상되고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라며 "배임죄가 실존하는 한 법원은 실정법 따라 형을 선고하고 구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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