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범 "집에서도 못 세워 본 볼펜, '굿뉴스'서 딱 세워졌죠"[왓더OTT]

[인터뷰]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 류승범 배우
"12시간 술자리 끝에 '내가 뭐라고'…변성현, 열정·순수함 다가와"
"아이 세상 들어가고 싶어…하나의 과녁 없는 게 작품 매력이죠"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는 1970년 3월 일본에서 납치돼 북한으로 향하던 항공기를 평양공항으로 위장한 김포공항에 착륙시키며 발생한, 이른바 '요도호 납치 사건'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넷플릭스 제공

흰 우유를 마시고, 어깨춤을 췄다. 한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던 1970년대 중앙정보부장의 모습은 영락없는 아이의 모습이었다.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에서 중앙정보부장 박상현 역을 맡은 배우 류승범은 극 중 인물에 대해 "미성숙한 인물"이라고 바라봤다.

"1970년대 중앙정보부장이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카리스마를 떠올리지만, 박상현은 권력의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어요. 역설적인 의도가 숨겨져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는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변성현 감독님이 아이 같은 면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대본을 볼 때마다 의외성이 전달됐는데 물어보니 저를 캐스팅한 것도 의외성이라고 하더라"며 "그제야 캐릭터를 접근하는 데 큰 실마리를 찾게 됐다"고 떠올렸다.

이어 "대본을 보니 박상현은 겉과 속이 달랐다. 그때 충청도 사투리가 생각났다"며 "충청도 사투리가 지닌 풍자적인 느낌이 인물의 감성과 느낌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감독님께 보여주면서 조금씩 발전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넷플릭스 영상 캡처

아이 같은 모습 뒤에는 집요함도 존재했다. 극 중 박상현이 책상 위에 볼펜을 세우는 장면을 두고 류승범은 "중앙정보부장의 샤프함을 상징한다고 해석했다"고 말했다.

볼펜 한 자루를 세우는 장면은 어떤 장치의 도움 없이 직접 해낸 것이라고 한다. 변 감독 역시 "현장에 고정 장치가 있었는데도 류승범 배우가 직접 세웠다"며 귀띔했다.

"사실 볼펜을 세워본 적이 없어요. 집에서 혼자 연습해 봐도 안 세워지더라고요. 현장에서 촬영하다가 딱 세워졌죠. 그때 '왜 잘 세워지죠?' 했다니까요.(웃음)"


"12시간 술자리 끝에 '내가 뭐라고'…변성현, 열정·순수함 다가와"

변성현 감독은 최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개인적으로 애드리브를 좋아하지 않지만 류승범 배우에게는 열어뒀다"고 밝혀 눈길을 끈 바 있다. 이에 류승범은 "원래 설정에 충청도 사투리가 없었는데 그 틀이 바뀌면서 제게 문을 열어주신거 같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제공

류승범은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블랙코미디를 장르에 도전했다. 대본을 읽어보니 실제 사건을 영화적으로 재해석한 설정과 변 감독 특유의 표현 방식이 새롭게 다가왔단다.

그는 "작품 전개가 막 형식으로 구성돼 있고 배우가 카메라를 직접 바라보며 말하는 방식이 새로웠다"며 "다른 영화에서 본 적은 있지만 참여해 보지는 않았다.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는 것도 새롭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이어 "함께 해보니 감독님이 감각적이고 스타일도 추구하시더라. 이미지적인 부분에서도 섬세하셨다"며 "감독님께서는 '많이 웃겨달라', '뻔한 건 싫다'고 하셨다. 항상 새로운 틀에 관심을 가지고 확장하려는 분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 제공

앞서 류승범은 변 감독과 12시간에 걸친 술자리 끝에 이번 작품 출연을 결심하게 된 사연으로 눈길을 끌었다. 당시 그는 쿠팡플레이 시리즈 '가족계획(2024)' 촬영을 막 마치고 휴식을 계획하고 있었다고 한다.

"대본을 받고 두 번째 만남이었어요. 감독님이 긴 시간 작품에 대해서 얘기해주셨는데, 그 열정과 순수함이 제게도 다가왔어요. 저런 진심이 있는데 '내가 뭐라고'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웃음)"

류승범은 이번 작품을 통해 영화 '용서는 없다(2010)' 이후로 15년 만에 설경구와 재회했다. 그는 "제게 많은 영향을 주신 선배님과 또 작업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기쁘고 감사했다"고 떠올렸다.

함께 연기한 홍경에 대해선 "연기에 임하는 태도가 진솔한 사람"이라며 "거짓되지 않은 사람이었다. 왜 사람들이 홍경 씨를 좋아하는지 알겠더라"고 말했다.

특별출연한 전도연과의 호흡 역시 "선배님의 연기를 넋 놓고 봤다. 얼토당토않은 설정이었는데 재미있게 표현하셔서 구경하는 기분이었다"고 덧붙였다.

"아이 세상 들어가고 싶어…하나의 과녁 없는 게 작품 매력이죠"

류승범은 이번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구도로 서부극 장면 속 려돌찬(박해수) 몸에 총알구멍이 뚫린 그림자 연출을 꼽았다. 그는 "그 장면을 보고 진짜 '와' 이랬다"고 감탄했다. 넷플릭스 제공

류승범은 최근 근황을 전하며 가족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아이가 저를 많이 웃게 해주고 즐겁게 해준다. 제 삶에서 가족은 삶의 원동력"이라며 "아이와 지내다 보니 유아의 세상이 너무 좋더라"고 말했다.

이어 "제 아이가 친구들과 노는 걸 보고 있으면 웃음 코드도, 노는 방식도 다른데 얘네들은 왜 이걸 즐거워하지? 왜 안 힘들지? 성인으로서 해석하게 된다"며 "우리가 만들어놓은 세상을 아이가 배우는 게 아니라 제가 그 세상에 들어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류승범은 끝으로 작품의 관전 포인트를 소개했다.

"작품에는 하나의 과녁이 있는 게 아니에요. 영화를 영화적으로 보시는 분들이 있고, 실제 사건을 중심으로 보시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젊은 분들이 보실 때는 또 달리 보이는 게 이 작품의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이어 "오케스트라는 모든 악기의 소리를 모아 합주를 이뤄야 하는데 감독님이 지휘자로서 완성을 하는 그런 영화이고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화 '굿뉴스'는 공개 2주 차에 넷플릭스 국내 톱10 영화 부문 1위, 글로벌 톱10 비영어 영화 부문 8위를 차지하는 등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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