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의 오랜 숙원이었던 원자력(핵추진) 잠수함 건조가 가시화됐다. 이를 위해 국회 차원에서 풀어야 할 과제들도 쌓여 있다.
원자로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농축 우라늄을 미국에서 이전받기 위해서는 미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므로 이를 상대로 한 외교적 노력이 절실하다. 게다가 잠수함 승조원 충원에는 지금도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국회가 할 일이 많다.
우라늄 등 핵물질 이전, 美의회 승인 필요
맨 먼저 생길 수 있는 문제는 잠수함의 연료로 사용되는 농축 우라늄 그 자체다.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1일 브리핑에서 "연료 부분에 대해 미국의 도움을 청했다. 원잠 건설을 미국이 전반적으로 승인해야 하는데, 원래 핵연료는 군사적 목적으로 쓰지 못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며 "일단 지금은 연료에 대해 승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의 원자력법(Atomic Energy Act)과 핵확산방지법(Nuclear Non-Proliferation Act)에 따르면 미국이 다른 나라에 핵물질을 이전하거나 수출할 경우, 의회에 이 같은 계획을 제출하고 검토를 받아야 한다. 의회는 협정에 대해 검토를 한 뒤 찬성 또는 반대 결의를 통해 이를 승인하거나 차단할 수 있다.
현재는 미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미국은 2년마다 중간선거를 치르고 3년 뒤에는 대선도 있는 만큼 원잠이 건조되는 과정 가운데 의회 구도가 바뀔 가능성이 충분하다.
해군 잠수함 장교 출신인 한국국방연구원(KIDA) 유지훈 연구위원은 "앞으로 남아 있는 제도와 법률·기술·외교적 절차 및 과제들을 지혜롭게 협의하고 대응해 나가야 한다"며 "특히 미국 조야 내 주요 인사 및 기관들의 적극적인 지지 여론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올 3월 출범한 한미의원연맹에서 미 의회 등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미의원연맹 공동회장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미국은 의회의 독립성이 강한 구조로, 민주당 의원들을 잘 설득할 필요성이 있다"며 "12월에 미국을 방문해 관련 만남이 이뤄진다면 해당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협조를 구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약 우라늄 직접 농축하면?…관련 시설 국민적 동의 얻어야
핵연료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우리가 직접 나서야 할 수도 있다.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하게 되면 몇 년에 한 번씩은 연료를 교환해야 하기 때문이다.만약 우리가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을 통해 우라늄을 직접 농축하고, 사용한 연료봉을 처리하게 된다면 농축과 재처리,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 시설을 어떻게 지어야 할지도 과제다.
현재 경주에 설치돼 있는 방폐장은 비교적 덜 위험한 중저준위 폐기물을 수용함에도 건설 과정에서 심각한 주민 갈등을 겪었던 바 있다. 그런데 사용 후 연료봉은 고준위 폐기물에 속하고, 이를 수용할 수 있는 방폐장은 우리나라에 없다. 때문에 우리 원전에서 사용된 연료봉들은 각 원전 시설에서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
위험성을 줄이는 재처리 기술 자체는 있다. 하지만 연료봉을 습식 재처리(PUREX)하면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이 나온다는 문제 때문에 우리는 이 기술을 보유하지 못했다. 해당 우려가 덜한 건식 재처리(파이로 프로세싱)의 경우 한미가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관련 기술이 아직 제대로 개발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정보원 1차장을 지낸 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한미 공동 연구로 건식 재처리 능력을 확보하되, 불가능할 경우 습식 재처리도 제안해야 한다"며 "미국이 핵무장 가능성을 우려한다면 플루토늄은 미국으로 보낼 수 있다는 열린 자세를 강조하고, (다 쓴) 원자로를 폐로(廢爐)하며 안전하게 관리하는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 이전이나 개발이 이뤄진다 해도, 관련 시설을 어디에 어떻게 지을지에 대해서는 국회가 나서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조경태 의원은 "폐기물을 재처리하면 위험성이 줄어들긴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방폐장을 만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민주적 절차를 통해 최적지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인력 유출 심각한데, 작전 더 길어지면?…처우 개선과 사기 증진 필요
원자력 잠수함의 강점은 몇 달 동안 바닷속에서 숨어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는 데서 나온다. 하지만 바로 이 점 때문에 원잠을 운용할 해군 승조원들의 충원 문제가 걱정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당 황희 의원실이 해군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최근 3년간 잠수함 승조원 240여명이 복무 중 전역을 택하거나 승조원 자격이 해제되는 등의 사유로 이탈했다. 문제는 매년 양성되는 인원이 80~100여명으로, 양성되는 숫자와 이탈하는 숫자가 거의 비슷하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운용하는 잠수함들은 모두 디젤 엔진을 통해 배터리를 충전하거나, 공기불요추진체계(AIP)를 활용해 3~4주 정도 작전이 가능하다. 이 기간 동안 외부와의 통신은 단절되며, 하루에 8시간 정도 당직에 투입되고 개인 거주 공간은 매우 좁으며 공기도 좋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원자력 잠수함은 작전 기간이 몇 달 정도로 더 길어지므로, 이러한 문제가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 원자로를 탑재하면 필연적으로 잠수함의 크기가 커지고 물과 공기를 무한정 생산할 수 있기에 문제가 약간은 해결될 수 있지만, 단절로 인한 스트레스는 여전하다.
국방예산 등을 결정하는 국회에서 이에 대해 적극 나설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황 의원은 "설문조사 결과 승조원들이 자녀 교육 문제로 전역을 생각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었다. 다른 나라들처럼 국방부 내에 교육청 같은 단위를 개설해 초중고 대학 교육까지 적극 지원하는 체계, 전역 이후까지도 약간 기간을 연장해서 주거를 지원하는 방법 등이 필요하다"며 "국회 상임위에도 '복지소위'를 새로 만들어, 구체적인 안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원자력 잠수함 건조를 계기로, 승조원의 처우뿐만 아니라 '사기'를 또다른 관점에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온다.
해군 손원일함의 함장을 지낸 최일 잠수함연구소장은 "잠수함 승조원의 자부심은 남들이 하지 못하는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는 데서 나온다. UDT/SEAL(특수전전단)도 혹독한 훈련을 거치지만 우리나라에서 누구나 알아주는 부대"라며 "잠수함 전력의 (국가전략적) 성과, 승조원들의 가정사 등을 부각하면서 이들의 프라이드를 심어줄 수 있는 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 특히 원자력 잠수함 승조원은 정말 특별한 전문가라는 점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