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씨를 둘러싸고 있던 성벽이 무너지고 있다. 최근 법정에서 돌연 입장을 바꾸며 김씨에게 등을 돌린 건진법사 전성배씨에 이어, 김씨 최측근들의 이탈이 본격화할지 관심이 쏠린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전씨는 김씨의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받은 샤넬 가방을 김 여사에게 전달했느냐'는 질문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가방을 받아서 제 처남에게 전달하라고 시켰고, 전달은 유경옥(전 대통령실 행정관)을 통해서 했다"며 "유경옥은 코바나컨텐츠 고문을 할 때부터 알고 지냈기 때문에 그쪽을 통해서 전달하라고 시켰다"고 설명했다. 전씨는 '실제로 김 여사에게 전달됐느냐'는 특검팀 질문에 "김 여사에게 전달받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전씨는 그라프 목걸이 역시 윤 전 본부장에게 받은 뒤 유 전 행정관을 통해 김씨에게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그간 검찰과 특검 수사 기간 내내 통일교 측으로부터 샤넬 가방을 비롯한 금품을 받았으나 이를 잃어버려 김씨에게 전달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고수해오던 전씨가 진술을 180도 바꾼 것이다.
김씨의 최측근은 아니지만 김씨 측이 통일교로부터 받은 샤넬 가방을 교환해준 매장 직원이 최근 '영부인과 관련한 교환 건이 있다고 들었다'고 증언한 것도 전씨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윤 전 본부장의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 공판에서 당시 샤넬 매장 직원 서모씨가 "부점장으로부터 영부인 교환 건 관련해 (손님이) 올 거라고 들었다"고 증언한 것이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결국 전씨가 법정에 들어서면서 김씨를 '손절'하고 자신의 형량을 줄이기 위한 행보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전씨가 통일교 측의 금품을 김씨에게 건넨 '단순 전달자' 역할이었다는 것을 부각해, 자신은 이익을 취한 것이 없다는 취지로 알선수재 혐의를 벗어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전씨의 증언을 시작으로, 김씨 최측근들의 이탈이 이어질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재판이 진행될수록 김씨를 손절하고 각자도생을 도모하려는 이들이 김씨에 대한 불리한 증언들을 내놓기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개정된 특검법의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 조항의 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조항은 수사 대상 사건과 관련해 위법 사항이 있는 사람이 △자수한 경우 △타인을 고발하거나 범행하는 것을 방해한 경우 △주요 진술·증언이나 자료제출 등 범인 검거를 위한 제보와 관련해 자신의 범죄로 처벌되는 경우 등에는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김씨의 최측근들을 비롯한 핵심 관련자들이 처벌을 피하기 위해 재판에서 진실을 증언하기 시작할 경우, 김씨의 혐의가 뚜렷해질 수 있다.
당장 주목되는 것은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과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의 '입'이다. 지난달 29일 김씨의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던 김씨의 최측근인 유 전 행정관과 정 전 행정관은 불출석 사유서도 제출하지 않은 채 당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유 전 행정관은 전성배씨로부터 통일교 측이 전달한 샤넬 가방과 그라프 목걸이 등을 김씨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김씨가 받은 샤넬 가방을 같은 브랜드 다른 제품으로 교환하는 역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행정관의 경우 전씨의 휴대전화에 '건희2'라고 저장된 연락처의 실제 사용자라고 김씨 측은 주장하고 있다.
재판부는 오는 14일 유 전 행정관과 정 전 행정관을 다시 소환하기로 했다. '문고리 3인방'으로 분류될 만큼 김씨의 최측근이었던 두 사람이 향후 법정에서 어떤 증언을 내놓을 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