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진> 민요와 민속예술에 대한 연구에 이어 한국문화와 일본문화를 비교 연구하며 제주다운 노래 만들기 운동을 해 온 분이 있습니다. 바로 조영배 제주대학교 명예교수인데요. 오늘은 조영배 명예교수와 다양한 얘기 나눠봅니다.
교수님은 오랜 시간 제주민요와 제주노래 만드는 데 앞장서 오셨잖아요. 지금의 제주민요와 제주노래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조영배> 현직 교수로 있을 때 늘 이야기했던 겁니다마는 민요나 전통적인 문화라고 하는 것이 옛날 것이 아니에요. 오랜 옛날부터 지금까지 누적되어 온 데에서 전통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은 지금도 전통이거든요.
보통 제주민요를 옛날 노래로 생각하는데요.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노래라 생각을 바꾸는 것이 좋겠고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민요 우리다운 노래라고 하는 것은 끊임없이 새롭게 창출되어야 돼요.
제주민요가 과거의 것으로 고착되면 이미 죽은 노래가 되고요. 그것을 새롭게 만드는 운동, 새롭게 발전하는 운동 그런 민요가 표방하고 있는 정서적인 것을 새롭게 현대적으로 창출한 창작한 노래들도 사실은 따지고 보면 다 민주적 전통 속에 있는 것이죠. 오늘날 K뮤직 K-POP이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잖아요.
사실 K-POP도 우리의 전통 속에 있는 것을 가지고 세계와 만난 거예요. K-POP 속에는 우리 정서가 들어있고 음악적인 것과 정서적인 것 한국 문화적인 게 들어 있고 그러나 거기에 갇히지 않고 다른 것과 만나서 새로운 걸 창출한 거거든요. 그러니 그런 노래들도 따지고 보면 우리 한국 전통에 속하는 거고요.
그런 의미에서 제주의 민요라든가 제주다운 노래의 새로운 창작 운동은 제주도에서 매우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박혜진> 교수님께서는 연구자이자 창작자의 역할도 하고 계시잖아요. 지난해에는 교수님께서 음원 발표회도 여셔서 직접 작사 작곡하신 곡들을 공개를 하셨습니다. 당시 몇 곡의 노래를 선보이셨죠?
◆조영배> 한 15곡 정도 발표했던 걸로 압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에서 지원해줘서 음원을 만들 수 있었는데요. 그 음원은 대부분 제주적인 정서를 노래한 가곡을 중심으로 선보였거든요. 제주적인 정서를 담은 가곡이 우리나라 전반에 널리 알려지지 못했어요. 그래서 제가 어떻게 하면 제주적인 정서를 반영해 볼까하는 노력 속에서 나온 음원들이었습니다.
◇박혜진> 교수님은'민요'는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제주의 역사적 언어라고 하셨는데, 현재 제주민요의 보존·전승에는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조영배> 변화가 필요하죠. 기본적으로 두 가지 방향이죠. 과거의 것을 과거에 불렀던 사람들의 형태로 계속 보존하는 노력도 해야 됩니다. 자료로서 기록도 하고, 그대로 전승하는 사람 교육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안 되죠.
그것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노력들을 해야 됩니다. 하지만 변화시키는 노력을 두려워해요. 고착된 걸 바꾸면 안 될 것 같은 두려움이 있어서 그래요. 문화는 변화하는 것이지 절대 고착된 게 아닙니다. 역사에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문화는 늘 변화돼 왔죠.
변화의 두려움을 갖지 않고 정책적으로든 실제 현장에서 종사하는 분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됩니다. 정책적으로 새로운 전승, 새로운 변화, 새로운 융합으로 나가는 길을 만들어 나가야 된다는 지적을 해두고 싶습니다.
◇박혜진> 교수님은 '한국과 일본문화의 비교 연구'를 통해 제주문화의 자생성을 강조해 오셨습니다. 양국 문화 비교에서 특히 제주가 배워야 할 점과 지켜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조영배> 제주 문화의 자생적인 측면과 자생적이지 않은 측면을 비교 연구했다는 게 제 연구의 정확한 내용일 것 같습니다. 제주도에는 자생적인 것도 분명히 있죠. 그러나 자생적이지 않은 것도 있어요. 예를 들어보면 아직도 제주도민 대다수가 모르는 게 있죠. 오돌또기를 본래 제주도 민요로 알아요. 하지만 오돌또기는 제주도 민요가 아니에요. 밭 밟는 소리, 해녀 노 젓는 소리는 제주도 민요예요. 자생적인 민요죠.
오돌또기나 너영나영, 이야홍타령이나 이런 노래들은 육지 노래들이 제주도에 들어와서 사당패들의 가락으로 들어와 변형된 노래들이에요 제주적으로 변형된 노래 중에서 대표적인 것은 오돌또기라고 할 수 있지만 제주도의 자생적인 본래 제주도 문화를 대표하는 노래를 오돌또기라고 하는 건 틀린 얘기죠.
◇박혜진> 교수님께서는 현재 '식민역사 문화청산제주회의'의 상임대표이자 창립 주도자로서 활동하고 계십니다. 이 단체를 창립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습니까?
◆조영배> 식민역사문화청산회의라고 하는 단체는 2024년도 8월에 뜻 있는 분들이 이런 모임을 만들어야 되지 않겠냐고 의견을 모아서 준비 작업을 했어요. 당시 뉴라이트 문제라든가 식민사관 문제라든가 일본에 부역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드러나서 한국 사회가 아주 멘붕이 온 적이 있습니다. 그때 뜻 있는 분들이 특히 교육계와 종교계에서 나섰어요.
우리가 작은 목소리라 할지라도 공개적으로 이걸 바로잡기 위해서 질타해야 한다고 해서 종교계와 교육계에 있는 분들이 게 많이 들어와 있고 사회단체 활동하는 분들도 들어와 10월 3일에 창립했거든요. 뉴라이트나 식민사관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면서 두 달 사이에 큰 단체가 돼 버렸어요.
◇박혜진> 예술가이자 학자로서, 지금의 한국사회가 문화적 식민 잔재를 청산하기 위해 가장 먼저 바꿔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조영배> 기본적으로 역사 왜곡이나 문화 왜곡, 특히 언어 왜곡도 심한데요. 왜곡됐다는 사실을 경우에 따라서는 한국의 학자들도 모르는 경우가 있고요. 알면서도 왜곡하는 학자들도 들어 있고요. 그런 학자들은 나쁜 학자들이죠.
뉴라이트 계열의 학자들은 아주 의도적으로 나쁘게 해석하도록 유도하죠.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강력하게 비판해야죠. 그런데 대부분의 국민들이 모른다는 데 문제가 있어요. 많은 분들이 고려 시대에 땅의 크기가 압록강까지도 안 가고 그 밑으로 좀 잘려 있는 그림으로 기억을 해요. 교과서에도 그렇게 쓰여 있어요.
그거 일본이 만든 거예요. 그게 틀렸다는 것이 다 밝혀졌어요. 하지만 지금도 그런 교육을 해요. 특히 언어 분야도 너무 모르는 게 많은데 그걸 알리는 일이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박혜진> 앞으로 도민과 소통하기 위해서 어떤 계획 갖고 계시나요?
◆조영배> 저는 문화예술학자로서 우리 문화를 어떻게 오늘에 맞게 연구하고 책으로 내고 또 그런 작품들을 쓸 것이냐 하는 게 개인적인 관심사입니다. 아마 11월 11일 또다시 제주적인 정서를 가진 음원 발표를 합니다.
이런 작품 활동과 저술 활동은 개인적으로 계속 해 나가고요. 식민역사문화 청산회의와 관련해서 시민운동을 깊숙하게 해나갈 계획입니다.
◇박혜진>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은요.
◆조영배> 우리 도민 여러분들께서 우리 문화를 사랑해 주시고 또 우리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참여해 주시고 식민역사나 식민문화가 왜곡됐던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그런 관심이 모였을 적에 제주 문화가 좀 더 발전된 문화로 더 바람직한 세계 문화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에 제주도민 여러분들께서 적극 관심과 또 참여를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