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 부녀 16년 만에 무죄 '확정'

검찰, 재심 판결 상고 포기…강압수사·허위자백 인정
"부녀 치정" 몰아세운 수사 16년 만에 뒤집혀

지난 10월 28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고등법원 앞에서 사건 발생 16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피고인들의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의 백씨 부녀가 16년 만에 완전한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검찰청은 4일 광주고등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이의영)가 지난 10월 28일 존속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백모(75)씨와 딸(41)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결을 수용해 상고하지 않기로 했다.

이들은 2009년 7월 6일 전남 순천의 한 마을에서 청산가리를 탄 막걸리를 마시게 해 주민 2명을 살해하고 2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사망자 중에는 백씨의 아내도 포함됐다.

당시 검찰은 "백씨 부녀가 부적절한 관계를 숨기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발표해 전국적인 공분을 샀다.

1심은 무죄, 2심은 유죄가 선고됐고, 대법원은 2012년 유죄를 확정했다. 그러나 피고인들은 2022년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했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광주고법은 지난 2024년 1월 재심 개시를 결정하고 형 집행을 정지한 뒤, 같은 해 12월부터 재심 재판을 진행했다.

재심 재판부는 "딸은 경계선 지능을 가진 사람으로 신뢰관계자 동석 없이 자백이 이뤄졌고, 진술거부권 고지도 없었다"며 "범행에 사용됐다는 청산염의 과학적 증거나 '부녀 치정'이라는 범행 동기도 증거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검찰은 객관적 정황 없이 단순한 의심만으로 강압 수사를 벌였다"며 "문맹에 가까운 백씨에게 유도신문을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적법절차를 지키지 못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한다"며 "오랜 기간 고통을 겪은 피고인과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보상과 명예회복 절차가 신속히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재심을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앞으로는 형사보상과 국가배상 절차로 이어질 예정"이라며 "형사보상 청구는 이번 달 안에 진행하고, 수사 과정에서의 불법을 체계적으로 문제 제기하는 국가배상 청구는 내년 초쯤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은 진범의 공소시효가 아직 살아 있는 사건으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분들이 유가족이기도 하다"며 "진정한 명예회복은 진범을 찾는 것이기에, 가족들과 협의해 진범 수사를 촉구하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붙였다.
 
박 변호사는 "피고인들이 많이 기뻐하고 있다"며 "검찰의 사과에 가족들도 크게 안도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재심 무죄 판결에 상고하지 않기로 하면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의 진범을 찾기 위한 수사가 다시 시작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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