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가 부두를 사적 임대?…수억대 부당이익 챙긴 인천 모래 채취 업체

업체들의 하역장으로 변질된 모래부두
배후부지 이어 항만 '최전방'서도 전대
당국·업체 "일시적 행위, 시정 조치 완료"
시민단체 "항만 '전대판'…불법 따져야"

A업체의 모래부두에 타 업체 선박이 모래 외의 골재 등을 하역한 모습이 담긴 동영상 일부 화면. 독자 제공

인천항의 한 해사(바닷모래) 채취업체가 모래 채취에만 사용해야 할 모래전용부두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다른 업체에 공간을 빌려주고 자릿세를 받는 등 부당 이익을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항만당국은 이같은 불법 행위를 인지하고도 제대로된 조치를 하지 않고 있어 사실상 불법을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러 업체의 하역장으로 변질된 '모래부두'…자릿세까지

5일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해당 인천항 내 모래전용부두 운영사인 A업체의 회계전표에 따르면 A업체는 해당 부두를 타 업체들이 이용하게 한 뒤 이에 대한 요금(자릿세)을 받아 온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부터 '기타수입' 명목으로 자릿세를 받았으며, 작년 기준 수익은 연간 1억 원대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래부두를 사용하면서 A업체에 자릿세를 낸 업체는 103곳에 이른다. 업종도 건설업, 금속업, 어업, 펜션업, 무역 등 다양하다. 이 업체들은 주로 하역작업장으로 모래부두를 빌려 사용했다.
 
항만법상 모래부두는 해사채취선만이 사용하도록 허가가 난 곳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일반 석재와 자갈 등 다른 건설재료를 싣거나 내리는 모습이 어렵지 않게 관찰됐다.
 
지난 8월경 A업체 모래부두 일대에 폐기물 운반트럭들이 세워져 있는 모습이다. 독자 제공

A업체는 또 모래부두에서 내린 해사를 쌓고 세척하기 위해 조성한 야적장과 세척장에 대해 또 다른 업체의 건설폐기물 운반차량이나 수출 대기 중인 중고차를 주차하는 공간으로 빌려준 모습도 확인됐다.
 

배후부지 이어 부두에서도 불법 전대 정황

또 모래부두를 포함한 항만은 임대·전대 행위가 금지된다. 모래부두는 국가소유 항만시설로 해양수산부 산하 인천항만공사가 관리 주체다. A업체는 모래부두를 항만공사로부터 해사채취 및 하역 등 특정 목적을 위해 전용 사용 계약을 맺고 빌려 쓰고 있다.
 
항만법은 항만시설의 임대 또는 재임대(전대) 등 용도 외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항만법 제17조). 이를 위반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A업체의 행위는 항만공사와의 계약 위반인 동시에, 국가의 중요 공공시설을 사적으로 불법 전대하고 용도 외 사용함으로써 항만법 위반에 따른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A업체 모래부두 일대에 수출용 중고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독자 제공

항만법은 이 같은 위반 행위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항만법 제109조).
 
부두의 용도 외 사용과 전대 행위 등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 이유는 위험 물품의 밀반입이나 해안 국경선의 지형·형질 등의 변질 등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A업체의 위법 행위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도마에 올랐던 부두 뒤편 땅인 배후부지의 '전대 행위'와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그동안 항만 배후부지의 전대가 기승을 부린다는 사실은 알려진 바 있다. 이번에 부두에서도 비슷한 불법 행위가 발생하고 있다는 정황이 확인되면서, 전반적인 항만 관리의 부실이 의심된다.

 

당국·업체 "일시적 행위, 시정 조치 완료"

10여 년간 모래부두에서 모래가 아닌 골재들을 수시로 하역하고, 최근엔 중고차량과 건설폐기물 운반차량들까지 드나들었지만 관리당국은 '처음엔 몰랐다'는 입장이다.
 
해당 모래부두 주변에 방치돼 있는 폐기물들. 박창주 기자

인천항만공사는 A업체의 모래부두 용도 외 사용에 대해 올해 초 정황을 인지한 뒤 뒤늦게 시정 조치를 내렸다. A업체의 행위가 '계약 위반'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용도 외 사용을 금지한다'는 항만법 위반에 대해서는 쉽게 단정할 수 없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A업체 관계자도 "이미 누군가의 신고로 과태료를 내고 정상화했다"며 "수출용 차량, 건설폐기물 운반차량 적치의 경우, 따로 사용료를 받진 않았고 지금은 모두 치웠다"고 해명했다.
 

시민단체 "해안 국경선 '전대판' 전락…법적 책임 따져야"

시민사회단체는 관리당국의 미온적 대응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A업체 해사 야적장에서 차량 하부수리를 하는 모습. 독자 제공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최상위 법적 근거이자 기본인 항만법을 준수했는지조차 제대로 모니터링하지 않았다"며 "배후부지보다 더 엄격히 관리돼야 할 해안 국경선인 부두까지 업체들 배를 불리는 '전대판'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체에 대한 면밀한 조사는 물론, 용도 외 사용에 대해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관련 기관들에 대한 책임도 물어야 한다"며 "주변 부두들이 규정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전방위 실태조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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