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가 산하기관인 창원산업진흥원의 액화수소 구매확약에 따른 채무를 부담할 책임이 있다는 1심 판결에 대해 다시 한번 법원의 판단을 받기로 했다.
시는 지난달 15일 액화수소플랜트 대주단 측을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1심 소송에서 패소한 데 불복해 지난 4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앞서, 재판부는 시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면서 진흥원이 대주단 측에 제공한 액화수소 구매확약은 결국 시의 채무부담 대상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대해, 창원시 관계자는 "1심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나 해당 판결이 우발채무에 대한 지방의회의 의결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한 부분은 지방재정법과 지방자치법에서 규정한 의회의 예산 통제권을 훼손하고 지방재정의 근간을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는 판단에 항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우발채무는 현재는 지자체 채무가 아니지만, 지자체가 민간투자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민간·공공기관과 체결한 협약·확약·보증 등 내용에 따라 향후 채무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는 채무를 뜻한다.
이번 항소 결정이 단순히 창원시의 손해배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책임성을 확립하고 향후 행정의 공공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시는 1심 판결이 우발채무에 대한 지방의회의 의결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한 부분은 향후 비슷한 사업에 대한 자치단체의 책임이 인정될 수 있어 서울지역 대형로펌 3곳과 창원지역 변호사 3곳에 자문을 받아 항소를 결정했으며 1심을 맡은 법무법인 클라스한결에서 항소장을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시는 항소심이 진행되는 중에도 진흥원, 대주단 등 사업 관계자들과 협의를 이어가면서 이 소송으로 인한 여파가 지역사회로 이어지지 않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9년부터 추진된 창원 액화수소플랜트 사업은 이듬해 4월 창원시 산하 창원산업진흥원과 두산에너빌리티,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액화수소플랜트 운영을 맡을 특수목적법인 '하이창원'을 공동 설립(지분 진흥원 49%, 두산 35%, 산단공 16%)했다.
하이창원은 국·도·시비에 더해 파이낸싱(PF) 대출로 710억원을 충당해 액화수소플랜트를 착공, 2023년 8월 준공했다. 계획대로라면 두산에너빌리티 창원공장 내 1만 9919㎡ 터에 구축된 액화수소플랜트에서는 하루 5t·연간 1800t 규모 액화수소를 생산할 예정이었다.
다만 하이창원이 두산에너빌리티 측 성능 검증 시험 단계를 믿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설비 인계 절차가 지연됐다.
하이창원은 PF 대출 때 '창원산업진흥원이 하루 5t씩 액화수소를 구매한다'는 구매확약서를 담보로 제공했다.
이후 창원시는 이 구매확약서는 시 채무가 아니라며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대주단은 담보 유효성에 문제가 생겼다고 보고 기한이익상실(만기 전 대출금 회수)에 나섰고 하이창원은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다. 하이창원 경영권은 현재 대주단에 있다.
진흥원은 수소충전소 가압류 등 상황을 막고자 대주단에 액화수소 대금 16억원 상당을 우선 지급하고 연말까지 협상 시한을 연장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