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떠나야 하나" 수없이 고민했던 이승우, 무엇이 그를 붙잡았나

이승우. 전북 현대 제공

소속팀 전북 현대는 2025시즌을 우승으로 장식했지만, 이승우의 마음 한편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리그 22경기에 나섰는데 선발 출전은 단 7회뿐, 이에 이승우는 거스 포옛 전북 감독에게 화도 내고 이적까지 고민했다.

5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의 K리그1 우승 미디어 데이에서 이승우는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밝혔다.

앞서 공격수 전진우는 "나도 프로 생활을 하면서 많이 뛰지 못한 경험이 있어서 어떤 감정인지 잘 알고 있다"며 "승우 형이 많이 뛰지 못했지만, 중요한 역할을 많이 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황에서 승우 형은 팀을 위해 헌신하고 분위기를 좋게 만들려고 했다"며 "내가 승우 형의 위치에 있었다면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텐데, 승우 형을 보며 내가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사람으로서 많이 배웠다"고 덧붙였다.

골키퍼 송범근도 "승우가 겸손하게 우승에 자기 지분이 없다고 하는데, 많이 뛰진 못했지만 밖에서 분위기를 잘 만들어서 팀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처럼 이승우는 올 시즌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 시즌이었다.

그는 "쉽지 않은 시즌이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많이 뛰지 못했다.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남아야 하나, 떠나야 하나 수없이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하지만 전북에 남고 싶단 생각이 컸다. 선택은 감독님이 하시지만, 감독님께 화가 나서 이야기도 많이 했다"며 "스스로 잘 컨트롤하고 잘 준비해야겠단 생각이 컸다. 하루하루 묵묵히 지냈다"고 덧붙였다.

포옛 감독은 "이승우가 뛴 포메이션이 내가 좋아하는 시스템은 아니다. 챔피언스리그 탈락 후 형태를 바꿨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이승우가 벤치로 갔다"며 "이승우와 스페인어로 직접 소통하며 좋은 대화를 나눴다. 이승우에게 '벤치에서 시작하지만 나는 항상 네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이승우도 상황을 이해했다"고 말했다.

이승우가 포옛 감독에게 불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그는 포옛 감독이 사생활에 간섭하지 않아서 만족스럽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그는 과거 수원FC 시절 경험한 일이 아니라고 부연하며 "그저 느낀 대로 말했던 것 같다. 수원FC에서 김도훈 감독님과 김은중 감독님도 편하게 대해주셨다"며 "특정 팀을 말한 게 아니라 다른 팀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몇몇 지도자들은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을 때 사생활 등 외적인 이유를 찾더라. 반대로 이기면 본인의 전술 때문이라고 한다는데 듣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오래 살지 않아서 익숙하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느낀 대로 솔직하게 말하고 싶다"며 "그건 분명 옳지 않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승우. 전북 현대 제공

이승우가 전북에 남은 이유는 '원클럽맨' 최철순 때문이다. 전북에서 20년 동안 뛰며 리그 우승을 무려 10회 경험한 최철순을 보며 '제2의 최철순'이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

그는 "현실적으로 '제2의 최철순'이 되는 건 어렵겠더라. 20년을 더 해야 하는데 마흔살이 넘으면 힘들 것 같다"며 "'제2의 홍정호'라도 되고 싶다. 전북은 K리그뿐만 아니라 아시아 최고의 팀이다. 전북에 온 이유도 우승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바람이 이뤄져서 너무 기쁘다. 앞으로도 전북에 있는 동안 매년 이렇게 행복한 감정을 느끼고 싶다"며 "전북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선수들이 오고 싶은 팀이 될 수 있도록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국가대표의 꿈도 여전히 놓지 않고 있다. 이승우는 "축구를 멈출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잘 준비해야 한다"며 "선수로서 임무이고 목표다. 이런 동기부여를 통해 하루하루 잘 준비하고, 내년에 혹시 기회가 돼서 (월드컵에) 간다면 너무 행복할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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