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6일 미국, 유럽 등 주한외국상공회의소와 간담회를 열고 한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의 애로와 제도 개선 건의사항을 청취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개최된 간담회는 주 위원장 취임 후 진행 중인 '현장 릴레이 간담회'의 일환으로, 국내에서 활동 중인 외국계 기업들의 정책 수요를 반영하기 위해 마련됐다.
공정위는 그간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및 유럽상공회의소(ECCK)와는 정기적으로 교류해 왔으나, 이번에는 영국·독일·프랑스·스페인·호주 상공회의소까지 참여 대상을 확대해 처음으로 공동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에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제임스 김 회장, 유럽상공회의소 필립 반 후프 회장을 비롯한 각국 상공회의소 관계자 12명이 참석했다.
주병기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세계는 이제 하나의 경제권이라 할 수 있을 만큼 국가 간 의존성이 높아졌다"며 "디지털 전환과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빠른 성장과 함께 경쟁정책에도 새로운 철학, 새로운 프레임워크와 새로운 정책도구가 요구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기업과 소비자들의 글로벌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정부 정책의 수립 방식에도 근본적인 전환이 요구된다"며 "외국 기업들과 직접 소통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주 위원장은 각국 경쟁법제 간 차이를 좁히기 위한 공정위의 노력을 소개하며 "공정위는 전 세계 경쟁당국과 긴밀히 협력하여 정책적 대화를 이어가고 있지만 각국 제도와 법 집행 환경은 여전히 다르고 서로의 접근법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며 "꾸준한 대화는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고, 정책의 실효성과 신뢰를 높이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말했다.
또한 "유럽연합(EU)의 데이터룸 제도를 참고해 '제한적 자료열람제도(한국형 데이터룸)'를 신설하고, 영미권의 디스커버리 제도를 반영한 '한국형 증거개시제도'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며 "자진시정 제출제도를 도입함으로써 글로벌 기업결합 심사에서 시정방안 간 상충도 방지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주한미국상공회의소는 APEC에서의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받아 혁신, 투명성, 그리고 공공-민간 협력 강화를 위해 한국 정부, 특히 공정거래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공정위의 플랫폼 정책 방향, 경쟁제한 규제에 대한 개선, AI 등 신기술 발전에 따른 제도 설계, 다국적 기업과의 정책 소통 강화 등을 요청했다.
공정위는 "국내 경쟁정책이 외국 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과 소비자들이 다국적 기업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주한외국상공회의소와 긴밀히 소통하여 경쟁·소비자 정책의 실효성과 신뢰를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주 위원장이 지난 9월부터 순차적으로 진행 중인 현장 간담회의 여섯 번째 일정으로, 중소기업중앙회, 외식업 가맹점, 기술탈취 피해기업, 납품업계, 건설 하도급 간담회에 이어 개최됐다. 공정위는 오는 13일에는 플랫폼 입점업체 간담회를 열고 소통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