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대규모 해양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천연기념물 제주시 한경면 차귀도에서 민·관·군 합동 대규모 해양정화활동을 벌였지만, 정작 수거한 쓰레기를 제대로 치우지 않아 일대 오염이 더 심해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6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은 지난 5일 차귀도 생태조사를 위해 현장을 찾았다가 방치된 해양쓰레기 더미를 목격했다. 대규모 정화활동 이후 수거된 쓰레기가 치워지지 않은 채 갯바위 곳곳에 그대로 쌓여 있었던 것이다.
실제 파란이 제공한 영상에는 쓰레기 마대자루 수십 개가 갯바위에 방치돼 있었고, 일부는 파도에 삭거나 터져 내용물이 쏟아졌다.
그 안에는 스티로폼 부표, 플라스틱 통, 로프, 빈 페트병 등이 뒤섞였고, 일부는 바다로 떠밀려 나갔다가 다시 해안으로 밀려왔다.
바위틈마다 잘게 부서진 스티로폼 조각이 박혀 있는 등 현장은 스티로폼 잔해로 뒤덮이기도 했는데 사실상 '재오염' 상태였다.
이 쓰레기는 다름 아닌 제주도가 직접 수거한 것이다.
제주도는 지난달 13일 민·관·군 관계자 15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차귀도 일대에서 대규모 해양정화활동을 벌였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전까지는 해경이나 민간단체가 주도했지만 제주도 주관으로 진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제주도는 약 40톤의 해양쓰레기를 수거해 관공선과 민간 선박을 동원, 본섬으로 옮겨 안전하게 처리했다고 밝혔다. "자연환경이 크게 개선됐다"는 홍보 문구까지 내세웠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체 수거량 140톤 중 100톤이 현장에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무인도라 반출이 쉽지 않고, 수거 물량이 워낙 많아 한 번에 옮길 수 없었다"며 "올해 안에 남은 100톤을 모두 치울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윤상훈 파란 전문위원은 "요 며칠 슈퍼문에 사리물때까지 겹쳐 만조 때 쓰레기가 전부 바다로 떠내려갔다"며 "주말부터 다시 날씨가 나빠질 거라 더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퍼포먼스에 불과했다"며 "수거가 아니라 단지 쌓아둔 수준인데, 그마저도 관리가 전혀 안 됐다. 오히려 해양오염을 키운 셈"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제주지방해양경찰청은 6일 진에어와 함께 차귀도 일대에서 해양정화활동을 벌여, 제주도가 방치한 해양쓰레기 등 20톤을 추가로 수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