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견과류 가공업체 직원이던 '더채움' 권영기 대표는 당시 견과류 가공 방식에 깊은 회의를 품었다. 심혈관 질환 예방에 효과적인 불포화지방산 등이 풍부해 '슈퍼푸드'로 불리는 견과류를 식용유에 튀기고 소금까지 잔뜩 쳐 상품으로 출시하는 걸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고온 탓에 불포화지방산 등 영양소는 파괴되고 견과류에 절어 든 기름은 이내 산패되며 불쾌한 '쩐내'를 풍긴다. 가뜩이나 김치나 젓갈 등 염분 농도가 높은 고유 식품 섭취가 일상인 우리 국민 건강에 견과류를 뒤덮은 소금이 좋을 리도 만무했다.
권영기 대표는 당시 업체 대표에게 견과류 가공 공정 개선 필요성을 수없이 제기했지만, 돌아온 건 무시와 핀잔뿐이었다. 이에 권 대표는 IMF 외환 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1998년 더채움 전신인 '부림농수산'을 창업해 새로운 견과류 가공 기준 확립에 직접 나서는 모험을 감행했다.
권 대표는 도쿄와 미국, 프랑스, 상하이 등 세계 주요 식품박람회를 탐방하고, 전문기관에 의뢰해 관련 논문 수십 편을 분석했다. 그렇게 해서 도달한 결론은 '서양인 염분 섭취 구조를 무비판적으로 모방한 국내 견과류 가공 관행은 한국인 건강에 부적합하다'는 것이었다.
기름에 튀기지 않고 소금으로 덮지 않는다
'기름에 튀기지 않고 소금으로 덮지 않는다'는 제조 철학을 세운 권 대표는 기름을 쓰는 대신 커피 원두 가공과 유사하게 섭씨 150도 이하에서 90~100분간 진행하는 '저온 로스팅' 공법을 개발해 특허화했다. 섭씨 200도 이상 식용유에 길어야 25분 정도를 튀기던 기존 공법보다 비용과 시간은 훨씬 많이 들지만, 견과류 핵심 영양소인 불포화지방산을 지키고 단맛을 살리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권 대표는 또, 소금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천일염수 초미세 분사 기술을 적용한 '염도자동조절장치'를 개발해 나트륨 비율을 '1일 영양성분 기준치' 대비 1% 이하로 정밀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 더채움의 견과류 가공 공정은 항온 및 항습 자동 제어 시스템하에서 진행되며, 가공인 끝난 견과류는 질소 충전 포장 시스템을 거쳐 완제품으로 탄생한다.
"소비기한 1년이 지나도 쩐내 없는 품질을 유지하는 더채움의 견과류 가공 제품은 특허로 완성한 공정 혁신의 결과물"이라고 권 대표는 강조한다.
권 대표는 견과류 가공 제품 포장 규격도 새롭게 제시했다. 아무리 몸에 좋은 식품이라고 과다한 섭취는 부작용을 초래하는 만큼 하루 적정 단위 포장으로 소비자 영향 균형을 확보하고 섭취 편의성도 높이자는 취지다.
권 대표가 논문 연구와 시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 검증을 거쳐 도출한 견과류 하루 적정 섭취량은 25그램이다. 이를 바탕으로 더채움은 2010년 '하루한줌 E25g'을 출시했는데 이 제품은 세계 최초 적정 섭취량 견과 브랜드로 자리를 잡으며 국내를 넘어 아시아 전역에 '하루 25g' 개념을 확산시켰다.
"100년 전통 미국 기업보다 더 완벽" 찬사
엄격한 원재료 선별도 더채움 견과류 제품이 높은 품질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권 대표는 "선별 과정에서 원재료 손실률이 5%로 아주 높다"고 밝혔다.
이러다 보니 더채움 견과류 제품은 다른 업체보다 가격이 20% 정도 비싸다. 그런데도 매출은 2023년 74억 원에서 지난해 120억 원으로 급증했다. 권 대표의 '프리미엄 견과류 제품' 전략이 소비자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는 덕분이다.
더채움 견과류 가공 제품 우수성은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세계 최대 견과류 업체 미국 파라마운트팜즈(현 원더풀브랜드)는 이미 2011년 더채움을 OEM 공급사로 선정하며 "100년 전통의 미국 기업보다 더 완벽하다"는 찬사를 보냈다. 2015년에는 중소벤처기업부 '메인비즈' 즉 '경영혁신형중소기업' 인증도 받았다.
권 대표는 "먹거리를 만드는 기업은 정성과 철학으로 국민 건강을 지켜야 한다"며 "기업은 매출 증가가 아니라 가치 있는 제품으로 성장하는 만큼 건강한 먹거리 본질 탐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