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성> 지난달 나흘 동안 열렸던 춘천 막국수닭갈비축제가 3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을 몰리면서 역대 최대 흥행을 기록하며 지역 대표 축제로 자리 잡았습니다. 오늘은 육동한 춘천시장 모시고, 막국수닭갈비축제의 흥행의 요인과 축제의 뒷이야기도 들어보겠습니다. 또 최근 춘천시가 추진 중인 태극기 게양 운동 현황도 점검해 봅니다. 안녕하세요?
◆육동한> 네, 안녕하십니까. 벌써 겨울 초입입니다. 춥습니다. 저도 옷을 껴입고 왔는데요. 추위는 누구에게나 오지만, 그 추위가 모든 시민에게 똑같이 오는 건 아니죠. 어려운 분들이 많습니다. 아무쪼록 이번 겨울에는 서로를 돌보고, 베푸는 따뜻한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요즘 독감(인플루엔자)이 아주 독합니다. 저도 아직 맞지 못했는데, 꼭 예방주사 맞으셔서 건강하게 겨울 나시길 바랍니다.
◇최진성> 맞습니다. 이 시기가 겨울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을이라 하기엔 너무 춥죠.
◆육동한> 네, 말하자면 감기 걸리기 딱 좋은 때입니다. 저도 조금 걸려 있습니다. 하하.
◇최진성> 맞습니다. 11월은 한 해를 돌아보고, 남은 시간 다시 한번 힘을 낼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육동한 춘천시장 모시고 지난 시정 이야기, 또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나눠보겠습니다. 먼저 가장 최근이야기부터 나눠보죠. 지난 10월 16일부터 19일까지 열린 막국수닭갈비축제, 정말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시민들 평가도 좋았는데요. 축제의 성공 요인을 꼽는다면요?
◆육동한> (인터뷰를 나누는 날로부터) 불과 열흘 전인데, 지금도 그 축제를 생각하면 가슴이 뜁니다. 엄청난 평가와 좋은 결과로 마무리됐죠. 많은 분들이 물어보십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바뀌었냐"고요. 저는 두 단어로 말씀드립니다. '단절'과 '개혁'입니다.
20여 년 간 이어온 축제에서 문제점을 알면서도 고치지 못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걸 이번에 과감히 끊었습니다. 시민 여러분도 공감하셨을 겁니다. 기존의 외지 업체에 의존하는 방식, 이런 걸 다 바꿨습니다. 춘천 시민의 축제인데, 왜 외지 업체들이 주인 역할을 해야 하죠? 그건 본말이 전도된 겁니다. 그래서 이번에 엄청난 결심을 하고 가끔은 좀 리스크도 감수하면서 죄송하지만 외주 업체와 철저히 단절했다는 말씀 드립니다.
두번째는 할 때마다 장소 문제가 있었습니다. 예전엔 (행사장까지) 너무 멀고, 주차가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과감히 시내 중심, 공지천 일대로 옮겼습니다.
또 하나는 시기 조정이었습니다. 한여름 더위 속의 축제는 고통이었죠. 그래서 가을로 옮겼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춘천의 것들로 채운 축제'였다는 점입니다. 외부 공연을 최소화하고, 춘천이 갖고 있는 공연 자산들, 합창단·가수·마임·인형극 등 지역 공연 자산을 모두 활용했습니다. 진짜 시민이 주인이 되는 축제였죠.
또 가장 중요한 것이, 춘천 업체들이 적극 참여했습니다. 그간 춘천 업체의 참여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춘천의 막국수, 닭갈비 대표업체들이 다 나와주셨어요. 사실 그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직원들이 여러 번 찾아가서 설득하고, 부탁 드리고 사정했습니다. 결국 "시민의 축제를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으로 함께해 주셨습니다.
세상 일이 그렇습니다. 일이 안 되려면 뭘 해도 안 되는 거고, 일이 되려면 모든 게 다 이렇게 맞아 들어가는 건데, 이번에는 다행히 다 맞아 들어간 거 아닌가 생각합니다. 개막식날 인파가 구름떼처럼 왔습니다. 시장인 제가 너무 놀랐고 당황해 가지고 개막사 때 제가 목이 메었던.
◇최진성> 그러니까요. 울컥하셨어요.
◆육동한> 네, 정말 그날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이게 진짜 시민의 힘이구나' 싶었습니다. 운도 있었지만, 변화는 그냥 오지 않습니다. 말씀드린 단절과 개혁의 결단, 그리고 시민의 참여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시민들께서 엄청난 호응을 해 주셔서 이번에 아주 즐겁고 행복하게 축제를 마무리할 수 있었고요. 민원도 거의 없었고, 다소 문제 된 것들도 내년되면 우리가 쉽게 치유할 수 있는 그런 정도로 잘 마무리 됐습니다. 다시 한 번 사랑하는 춘천시민 여러분 고맙습니다. 이 축제의 성공은 여러분들이 만들어주셨습니다.
◇최진성> '단절과 개혁', 그 키워드가 행정에도 통하는 것 같습니다. 또 막국수와 닭갈비라는 본질에 집중했던 것도 결과로 이어진 것 같고요.
◆육동한> 맞습니다. 단순한 이야기죠. "축제는 시민이 주인이다. 그리고 시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한다". 너무 당연한데, 그걸 왜 못했을까 싶습니다. 결국 결심의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작년 레고랜드 일대에서 축제를 하면서 여러 어려움을 겪었죠. 평가도 좋지 않았고, 직원들도 지쳐있었고요. 그때 우리 직원들하고 몇 가지 콘셉트를 상의해서 결심했습니다."내년엔 절대 이렇게 하지 않겠다." 그래서 작년 10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선언했습니다. 리스크가 있어도 방향을 분명히 하자고요.
사실 겁나는 일이죠. 확신할 수도 없고요. 하지만 쐐기를 박지 않으면 못할 것 같아서 선언한 겁니다. 이후 모든 부서가 합심했습니다. 축제는 한 부서의 일이 아니거든요. 안전, 교통, 위생, 경관 등 전 부서가 협력했습니다. 시장·부시장 주재로 점검 회의도 수차례 했습니다. 그만큼 준비에 축적된 시간이 있었고, 그 열정이 결국 결실을 맺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만큼 흠 없이 하려고 굉장히 축적을 한 시간이 있었다는 말씀 드리고요. 아울러 저는 이번 축제의 성과가 '직원들의 열정'과 '시민의 참여'가 만든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진성> 새로운 시도들이 많은 만큼 실무를 맡은 직원분들은 걱정이 많았을텐데요. 문자로 확신을 주셨다는 후문이에요.
◆육동한> 카운트다운이 며칠 안 남았을 때였죠. 너무 큰 변화를 시도하다 보니 "이게 과연 될까?", "혹시 잘못되면 또 비판받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직원들 사이에서 많았습니다. 그 이야기가 제 귀에도 들려왔어요.
저도 사실 불안했지만, 마음을 다잡고 총괄 과장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여러분은 충분히 했다. 시장이 다 알고 있다. 마음 편히 놓아라. 결과의 모든 책임은 시장에게 돌려라."사실 그 문자, 저도 잊고 있었는데, 얼마 전 직원들이 그 문자를 기억하더군요. 절박한 순간이었지만, 직원들이 차분히 자신 있게 일하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최진성> 그래도 아쉬운 점도 있었을 텐데요.
◆육동한> 네, 축제를 진행하면서 계속 머릿속이 복잡했습니다. "내년엔 이걸 어떻게 개선할까" 하는 생각이죠. 올해 장소가 조금 좁았습니다. 인파가 워낙 많다 보니 시민들이 주변 식당, 편의점 등으로 흘러나갔죠. 이건 아쉬움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축제가 도심 전역으로 확산된 '성공의 징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내년엔 더 많은 분이 올 테니, 공간 확보가 과제입니다. 주차 문제도 지적이 있었지만 심각하진 않았습니다. 인근 대형 아웃렛 등에서 협조를 많이 해 주셨어요.
그래도 이 축제는 기본적으로 '도심 축제'입니다.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걷는 축제, 그게 기본 컨셉입니다. 이 점을 더 강화하고, 주차 문제도 개선하겠습니다.
또 올해도 충분했습니다만, 더 많은 업체가 참여하도록 원칙을 정립하고, '농부의 장터' 같은 부스나 공예 스트리트 같은 시민 참여 공간도 확대하겠습니다. 아이와 어르신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도 보강할 계획입니다. 내년에는 공지천 일원뿐 아니라, 또 다른 공간을 새롭게 조성해서 콘셉트를 달리한 축제장 운영도 검토 중입니다.
동시에 조만간 축제 결과를 면밀히 평가하고, 우리 스스로 비판적으로 따져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그걸 바탕으로 내년엔 전국 최고의 축제 모델을 춘천시가 만들겠습니다.
또 오늘 저녁에 고생한 부서 직원들과 참여 업체, 닭갈비·막국수축제 조직위원회가 함께 모여 '쫑파티'를 합니다. 서로 위로하고 축하하는 즐거운 자리죠. 몇 달 전 단합대회 겸 준비 모임도 있었는데, 오늘은 정말 행복한 자리입니다. 이런 자리가 가능하다는 게 시장으로서 감사하고 또 기쁩니다.
◇최진성> 마음껏 축하하시고, 내년 축제도 기대하겠습니다.
◆육동한> 시민 여러분, 내년 축제를 기대해 주십시오. 개봉박두입니다.
◇최진성> 다른 얘기도 좀 나눠볼게요. 작년 인터뷰에서 '쓰레기 문제'를 언급하셨죠. 그때 인터뷰에서 말씀하신 이후에 변화가 있었나요?
◆육동한> 기억납니다. 그때 제가 "전형적인 시정 이슈 말고 생활 밀착형 이슈도 중요하다"는데 의견이 드렸고 제작진과 의견이 맞았죠. 그래서 위클리오늘의 편성 방향을 바꿨던요. 하하. 추석 연휴를 앞두고 쓰레기 투기에 대한 시장의 생각을 인터뷰 했었죠.
지난 추석 연휴가 길었는데, 쓰레기 민원이 크게 줄었습니다. 시의 준비도 있었지만, CBS 많이 노력해주셔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조나 인식이 많이 높아졌고요, 감사 드립니다.
전반적으로 좋아졌지만 죄송합니다만 시장의 눈높이에선 아직 멀었습니다. 이건 공동체의 문제이자, 개인의 성숙함, 아이들의 교육과도 관련된 일입니다. 시장은 끊임없이 이 문제를 노력하며 시민들께 이 이슈를 계속 제기하겠습니다.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최진성> 맞습니다. 시민 의식이 바탕이 되어야 하겠죠. 그리고요. 오늘 스튜디오에 들어오시는데 옷깃의 '태극기 배지'가 눈에 바로 띄었습니다. 춘천시의 시정과 관련이 있는 건가요?
◆육동한> 물론입니다. 춘천시는 지금 태극기 게양 운동을 강력하게 추진 중입니다. 공식적으로는 제헌절부터 시작했죠. 현충일에 태극기를 다는데, 맞은편 아파트를 보니 단 한 채도 달지 않았더군요. 아파트가 고층이라 가구 수가 굉장히 많잖아요. 충격이었습니다.
그 즈음 한 원로를 만났는데, 그분은 평생 태극기 게양 운동을 하신 분이었습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국경일마다 직접 다니며 태극기 게양 실태를 기록하고 통계를 내신다고 하더군요.
◇최진성> 누가 시킨게 아니라요?
◆ 육동한> 네, 그분을 제가 말씀드릴게요. 전 춘천시학원연합회장을 지내신 하재풍 회장이신데요. 그분을 만나 수십 년간의 통계를 보여주시더라고요. 결론적으로는 태극기 게양률이 해마다 급격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금년 3·1절에 태극기 게양률이 불과 10.2%, 10가구당 한 가구꼴입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죠. 우리 어릴 적엔 태극기를 당연히 달았잖아요. 엄마 아빠 태극기 안 단다고 감시도 하고, 학교에서 배우면 바로 실천하고.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국가의 상징인 태극기, 그것을 통해 우리가 나라를 생각하고 애국심을 키워왔는데, 이제는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태극기는 국가관을 확립하는 가장 중요한 상징인데, 언젠가부터는 천덕꾸러기가 돼서요. 이런 말씀 드리기 거북하지만 요즘은 '태극기 부대' 같은 표현 때문에, 제가 이념적인 것을 얘기하는 게 아니지만요, 이런게 오히려 국민들 마음에서 멀어진 경향도 있습니다. 통계를 보면, 그 시점마다 태극기 게양률이 더 떨어지더라고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래서 저희 춘천시는 태극기 선양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미래 세대에게 나라 사랑의 마음을 전해야 한다는 절박함에서요. 지난 7월 7일, 여러 기관·단체가 함께 '나라사랑 태극기 달기 공동선언식'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효자동 봉의초 인근 거리에 '태극기 거리'를 조성해 사시사철 태극기가 펄럭이도록 했습니다. 시에서는 각 기관과 협력해 홍보도 진행했죠.
당초 광복절 게양률 목표를 좀 도전적으로 해가지고 10.2%에서 50%로 잡았습니다. 쉽지 않은 목표였지만, 결과적으로 29.14%를 기록했습니다. 약 2.6배 상승한 수치입니다.
◇ 최진성> 그런데 사실 요즘은 태극기가 없는 집도 많잖아요.
◆ 육동한> 맞습니다. 그래서 태극기 보급도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사나 신규 입주 시 태극기를 나눠드리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요. 시가 일괄 배포하는 것은 어렵습니다만, 여러 단체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 개천절에는 29.8%까지 올랐습니다. 아직 목표에는 못 미치지만 꾸준히 오르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내년 3·1절을 목표로 50% 달성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태극기에 대한 시민 의식입니다. 국가 미래와 국가의 상징인 태극기에 대한 의식을 춘천시민이 함께 하자는 거고요, '태극기 게양률 1위 도시, 춘천'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는 말씀 드립니다.
또 개인적으로는 언젠가 춘천의 한 광활한 지역에 높이 50m의 대형 태극기를 세우는 것이 꿈입니다. 그것이 춘천 태극기 선양의 상징이 되었으면 합니다. 미국 사회를 자유분방하다고 하지만, 그 나라 사람들은 국기와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강합니다. 가보셨으면 아시겠지만 도처에 성조기입니다. 우리도 그만큼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민 여러분의 협조에 감사 드리고, 앞으로도 함께해 주시길 바랍니다.
◇ 최진성> 저도 태극기를 달고 있는데, 앞으로 춘천시의 변화 계속 함께 지켜보겠습니다.
◆ 육동한> 고맙습니다. 혹여 태극기 얘기를 하니까 자꾸 이상한 눈으로 보시기도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하하.
◇ 최진성> 임기도 절반 이상 지났습니다. 남은 임기에 대해 시민께 하시고 싶은 말씀 해주시죠.
◆ 육동한> 저는 지금 춘천을 '첨단 산업 도시'로 키우고자 합니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춘천에 오랜 세월 쌓인 바이오 산업 기반이 있기 때문입니다. 30여 년 전, 배계섭 시장님이 황무지에서 시작하신 그 바이오 산업이 오늘의 밑거름이 됐습니다. 저 육동한도 그분처럼 '춘천의 미래를 단단히 세운 시장'으로 평가받고 싶습니다. 시민 여러분의 응원과 성원에 깊이 감사 드리며, 앞으로도 춘천의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최진성> 이제 정말 마칠 시간이고요. 사실 저는 마지막 시간이 더 기대되기도 했습니다. 바로 '선곡'이죠. 오늘의 끝곡, 시장님이 추천하신 곡은 무엇인가요?
◆ 육동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그룹 퀸(Queen)의 'We Are the Champions'입니다. 제가 말씀 드렸듯이, 모든 성과는 시민들이 만들어낸 것입니다. 시민 한 분 한 분이 바로 춘천의 '챔피언'입니다.
◇ 최진성> 이 곡 들으며 육동한 춘천시장과 인사 나누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육동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