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리 "죽이겠다 협박도…'문화계 블랙리스트' 상처·공허함만 남아"

배우 김규리. 황진환 기자

"드디어 판결이 확정됐네요."

배우 김규리가 이명박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판결 확정에 대한 입장을 전하며 당시 겪었던 어려움을 털어놨다.

김규리는 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그동안 몇 년을 고생했던 건지 이제는 그만 힘들고 싶다"며 "사실 트라우마가 심해서 '블랙리스트'의 '블'자만 들어가도 경기를 일으키게 된다"고 운을 뗐다.

그는 "그동안 말을 안 하고 있었던 제 경험 중에 '저희 집 골목에 국정원 사무실이 차려졌으니 몸조심하라는 것'과 며칠 내내 이상한 사람들이 집 앞에서 서성거렸던 일들이 있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영화 '미인도(2008)'로 시상식에 참석했는데 화면에 제가 잡혔다고 전화가 왔다고 하고, 작품 출연 계약 당일에 취소 연락도 왔다"며 "블랙리스트 사실이 뉴스에 나왔을 때도 SNS에 짧은 심정을 올리니 다음날 '가만 안 있으면 죽여버린다'는 협박도 받았고, 휴대폰 도청으로 고생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사죄는 했다는데 누구한테 사죄했다는 건지. 기사에 내려고 허공에다가 한 것 같다"며 "상처는 남았고 공허하기만 하다. 어쨌든 상고를 포기했다 하니 소식 기쁘게 받아드린다"고 전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7일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 10월 30일 상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이번 사건으로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입은 당사자분들과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오·남용한 과오를 다시 한 번 철저하게 반성하고 국민이 신뢰하는 국정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문성근·김미화·안치환·김규리·박찬욱 등 문화예술인 36명은 지난 2017년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이 작성한 '블랙리스트'에 올라 정신적·물질적 손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달 17일 "대한민국은 이 전 대통령,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공동해 원고들에게 각 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며 국가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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