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회사인데 왜…" 정지석 투정에 러셀의 일침? ""6시간 버스 힘들다고? 유럽에선 너무 짧아!"

대한항공 정지석(오른쪽)이 9일 OK저축은행과 원정에서 득점한 뒤 러셀 등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KOVO

'진에어 2025-2026 V리그' OK저축은행-대한항공의 1라운드 경기가 열린 9일 부산 강서체육관. 이날 경기는 OK저축은행이 연고지를 이전한 이후 처음 치르는 홈 개막전으로 4270명이 들어찰 만큼 뜨거운 열기를 과시했다.

OK저축은행은 경기 시작 전부터 4067석이 매진됐다고 밝혔다. 추가로 판매한 입석까지 현장에서 모두 판매돼 관중은 4270명까지 늘었다. 취재 기자석 뒤에도 팬들이 서서 뜨거운 응원을 펼쳤다.

프로배구가 처음 열리는 만큼 원정팀인 대한항공은 물론 OK저축은행 선수단도 낯설 수밖에 없었다. 경기 전 OK저축은행 신영철 감독은 "금요일에 버스로 오면서 점심도 먹고 하니 5시간 정도 걸렸다"면서 "키가 큰 선수들의 피로도 있고 버스를 오래 타면 관절 안 좋아질 것 같아서 휴게소에 들렀다"고 전했다.

경기에서는 대한항공이 세트 스코어 3-1로 이겼지만 2시간이 넘는 접전이었다. OK저축은행 선수들은 전력 열세에도 홈 개막전 승리를 위해 3세트를 따내는 등 투지를 불태우면서 경기장은 응원 열기로 가득찼다.

원정팀인 대한항공 선수단조차 OK저축은행의 홈 개막전에 만족감을 드러낼 정도였다. 헤난 달 조토 감독은 "경기는 양 팀 수비가 좋아 랠리가 길어져 너무 힘들었다"면서도 "개막전 행사가 매우 예뻤고, 이벤트를 준비해줘서 고맙고, 축하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OK저축은행 홈 개막전 행사 모습. OK저축은행


이날 22점을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끈 대한항공 주장 정지석은 "예전 OK저축은행의 출정식 때는 적응이 안 됐는데 어제 훈련할 때는 느낌이 좋았다"면서 "그걸 최대한 긍정적으로 떠올리면서 한 게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이어 "팬들이 많이 와서 아드레날린 뿜뿜 하니까 재미있었다"면서 "팬들이 OK저축은행을 응원했지만 배구가 처음 열리는 날이니까 플레이 자체를 응원해주시는 것 같아서 원정보다 중립 경기장 느낌이 났다"고 돌아봤다.

외국인 주포 러셀도 "OK와 좋은 싸움을 해서 분위기가 좋았고, 첫 홈 경기라서 많은 팬 앞에서 뛰어서 재미있었다"면서 "배구하기 좋은 환경이고 팬들의 에너지를 느꼈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날 러셀은 양 팀 최다 34점으로 펄펄 날았다.

하지만 부산이 갖는 변수도 있다. 정지석은 "이동 시간이 걱정됐는데 버스로 휴게소를 2번 들르는데 5시간 반 정도 걸렸다"면서 "우등석이라 괜찮지만 선수들이 각자 발 받침대를 놓는 등 장거리 여행에 대비했다"고 들려줬다. 이어 "나도 허리 부상이 있었기에 정자세로 앉으려 했다"고 덧붙였다.

신장이 큰 선수들인 만큼 장시간 차량 운행이 영향을 줄 수 있다. 정지석은 "비행기 회사라 기대했지만 항공편이 없었고, 고속 열차도 아닌 게 아쉽긴 하더라"고 짐짓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이어 "대전, 천안, 의정부 등은 버스로 많이 가도 2시간 안"이라면서 "부산에 올 때 이동 시간이 줄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난 펄펄 난다고' 대한항공 러셀의 스파이크 모습. KOVO


이에 구단에서는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정지석의 인터뷰를 함께 들은 대한항공 관계자는 "체육관과 숙소가 있는 경기도 용인에서 김포공항까지가 너무 멀다"면서 "또 비행기를 타더라도 버스를 따로 내려보내야 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어 "선수들의 의견을 잘 반영해 준비하겠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러셀이 일침(?)을 놓기도 했다. 인터뷰실에 함께 들어온 러셀은 "한국 선수들은 여기서만 뛰어서 모르겠지만 유럽은 6시간 정도 이동은 너무 짧다"면서 "버스 안에서 체력 관리를 잘 하고 있다"며 정지석을 바라보면서 웃었다. 이어 "나는 거리가 문제는 없는데 2시간 정도로 줄어든다면 당연히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 "부산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팀들에게도 부산 원정은 한번쯤 고민해봐야 할 상황이다. 과연 올 시즌 OK저축은행의 연고지 이전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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