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결정적 증거' 여인형 메모에 드러난 계엄 전조

내란특검 "여인형 메모, 尹 외환 혐의 결정적 증거"
"핵 시설, 김정은 휴양소…저강도 드론분쟁 일상화"

박지영 내란특검보가 10일 특검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서초구 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석열과 김용현, 여인형 등은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남북 간 무력 충돌 위험을 증대시키는 등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저해했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은 10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을 형법상 외환죄 중 이적 혐의로 기소하며, 여 전 사령관의 휴대전화 메모를 핵심 증거로 들었다.

메모에는 북한과의 군사적 긴장을 높여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으로 삼으려 했다는 정황이 다수 담겨 있다. 특검은 이들이 계엄 선포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남북 간 무력 충돌 위험을 고조시키는 등 대한민국의 군사적 이익을 저해했다고 밝혔다.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10월 18일 "불안정한 상황에서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찾아 공략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불안정 상황을 만들거나 만들어진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내용을 적었다.

그러면서 "체면이 손상돼 반드시 대응할 수밖에 없는 타겟팅", "평양, 핵 시설 2개소, 삼지연 등 우상화 본거지, 원산 외국인 관광지, 김정은 휴양소", "최종 상태는 저강도 드론분쟁의 일상화"라는 메모를 남겼다.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 무인기를 띄우는 등 도발을 이어가며 남북 사이 긴장을 유발해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쌓으려 했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북한의 러시아에 전투 병력 파견 공개", "글로벌 안보상황의 위험성을 국민들이 체감"이라는 문구도 발견됐다. 해당 메모가 작성된 10월 18일은 국정원이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1만2천명 파병 결정 사실을 언론에 알린 날이었다.

브리핑하는 박지영 내란특검보. 연합뉴스

같은 달 23일 작성한 메모에는 "풍선, 드론, 사이버, 테러, 국지 포격, 격침 등", "충돌 전후 군사 회담 선(先) 제의 고려" 등의 내용이 적혔다.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언급한 메모도 있었다. 여 전 사령관은 "적의 전략적 무력시위시 이를 군사적 명분화 할 수 있을까?"라며 "핵실험 >>> 군사적 조치? 안보정국?", "ICBM >>> (공란)" 이라고 적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은 10월 27일에는 '정치인 체포조'와 관련한 메모를 썼다. 그는 "포고령 위반 최우선 검거 및 압수수색", "휴대폰, 사무실, 자택주소 확인", "행정망, 경찰망, 건강보험 등"이라고 적었다.

비상 계엄 선포를 한 달여 앞둔 지난해 11월 5일에는 지상작전사령관과 특수전사령관, 수도방위사령관, 방첩사령관이 모여 계엄 관련 논의를 한 정황이 담긴 메모도 남겼다.

여 전 사령관은 이들을 'ㅈㅌㅅㅂ'으로 축약해 적었다. 그는 "ㅈㅌㅅㅂ의 공통된 의견임", "4인은 각오하고 있음", "적 행동이 먼저임. 전시 또는 경찰력으로 통제불가 상황이 와야 함", "호기를 잡도록, 오판하지 않도록 직언드림"이라고 기록했다.

비상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 지정됐던 '비충암파'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을 두고는 "신뢰할 수 없음", "아무것도 모름, 감정만 앞선 것임", "강호의 사례 참고, 고통스러운 과정", "보안 위험, 이너(inner)로 들어오면 안 됨"이라고 적었다.

또 메모에는 "고위 리더십 공감 불충분", "중령급 이하 대다수 교체 되었음", "체제수호 사명 자각 이제 시작됐음", "복무여건 획기적 개선, 우군화 해야함"이라는 문구도 담겼다. 특검은 이같은 메모를 근거로 여 전 사령관이 군 인사에도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는 같은 날 메모에 "적의 여건을 조성하고, 인내하면서 당장의 위협을 완화하고, 결정적인 호기를 기다려야 한다"며 "회합은 'ㅌㅅㅂ'으로 한정"이라고 썼다. 강호필 전 지작사령관이 계엄에 반대하는 뜻을 보여 작전에서 제외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여 전 사령관은 지난해 11월 9일자 메모에는 '이재명·조국·한동훈·정청래·김민석·우원식·이학영·박찬대·김민웅·양경수·최재영·김어준·양정천·조해주' 등 이름을 적었다. 비상계엄 당시 방첩사가 체포를 시도했다고 알려진 인물들이다.

또 그는 지난해 11월 15일에는 "군사적 태세, 공세적 조치 + 자위권적 응징 태세"라는 메모를 남겼다.

내란특검은 이날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여 전 사령관 등 3명에 대해 일반이적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특검은 이들이 2023년 10월쯤부터 비상계엄 선포를 계획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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