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기업 임원 될 확률 '0.82%'…승진 문턱 더 좁아져

연합뉴스

국내 100대 기업에서 일반 직원이 임원으로 승진할 확률이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임원 수는 줄고 직원 수는 늘면서 대기업의 '임원 문턱'이 한층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분석 전문기관 한국CXO연구소는 11일 '2025년 100대 기업 직원의 임원 승진 가능성 분석' 보고서를 발표하고 올해 상장사 매출 기준 100대 기업의 임원 승진 확률이 평균 0.82%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0.84%에서 0.02%p 낮아진 수치다.
 
조사에 따르면 100대 기업의 전체 직원 수는 올해 상반기 기준 86만 1076명으로 지난해보다 1만 1670명(1.4%) 증가했다. 반면 미등기임원 수는 7135명에서 7028명으로 107명(1.5%) 줄었다. 이에 따라 임원 1명당 직원 수는 지난해 119명에서 올해 122.5명으로 늘어, 직원이 임원으로 오를 수 있는 확률이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1년 105.2명당 1명 수준이던 임원 비율은 2018년 124.5명, 2021년 131.7명까지 상승한 뒤 지난해 119명까지 완화됐지만, 올해 다시 120명대로 올라섰다.
 
기업별로는 KB금융이 임원 승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은 전체 직원 142명 중 미등기임원이 23명으로, 직원 6.2명당 1명꼴(16.2%)이었다. 현대코퍼레이션(7.45%), 키움증권(4.95%), LX인터내셔널(4.72%), SK가스(3.96%)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임원 진입이 어려운 기업으로는 기업은행이 꼽혔다. 기업은행은 전체 직원 1만 3532명 중 미등기임원이 12명으로, 직원 1127.7명당 1명꼴(0.09%)에 불과했다. 이마트(763.2명당 1명·0.13%), 삼성중공업(316.9명당 1명), LG디스플레이(313.2명당 1명) 등도 임원 진입 장벽이 높은 기업으로 조사됐다.
 
2025년 100대기업 주요 업종별 임원 1인당 직원수 현황. CXO연구소 제공

업종별로는 증권업의 임원 비중이 가장 높았다. 증권사는 직원 38.9명당 1명꼴로 임원을 두고 있었으며, 무역(53.7명), 보험(75.8명), 석유화학(76.1명), 식품(97.3명), 건설(98.1명)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유통업은 330.5명당 1명 수준으로 임원 진입이 가장 어려운 업종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 연도별 임원 1명당 직원수 변동 현황. CXO연구소 제공

삼성전자·현대차·LG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대기업들도 모두 임원 진입 문턱이 작년보다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경우 미등기임원 1명당 직원 수가 지난해 110.3명에서 올해 117명으로 증가했다. 이에 반해 임원 승진 확률은 2014년 1.24%에서 올해 0.85%로 떨어졌다. 현대자동차는 임원 1명당 직원 수가 지난해 143명에서 올해 151.6명으로 늘었고, LG전자는 116.1명에서 116.2명으로 소폭 상승했다. SK하이닉스도 163.9명에서 165.6명으로 늘었다.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국내 대기업 임원의 평균 재임 기간은 2년 남짓으로, 세대교체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며 "정년 연장이 현실화될 경우 인건비 부담과 조직 효율화 차원에서 임원 자리가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정년 65세 연장이 현실로 이어지면 기업들은 인건비 부담과 조직 효율화 차원에서 임원 자리를 지금보다 더 축소하고, 핵심 직무 중심의 인력구조 재편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일반 직원도 임원 승진 경쟁보다는 전문 분야 역량을 지속적으로 축적하는 것이 중장기 생존 전략에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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