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을 노숙자로 만들어"…APEC 동원 경찰관들 원성

폐지 박스 이불 삼고, 영화관서 모포 깔고 자는 모습
경찰직협 11일 '경찰을 노숙자로 만든 APEC 사진전'
경찰청 "실내 공간 확보 한계…도시락 규모 즉시 개선"

영화관 복도에 누워있는 경찰관들.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제공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동원된 대규모의 경찰 공무원들이 제대로 된 숙소나 식사를 제공 받지 못하는 등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했던 것에 대해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가 공개한 APEC 정상회의 당시 사진을 보면 근무복을 입은 경찰관이 폐지 박스를 이불 삼아 바닥에 깔고 몸 위에 덮은 채 쪽잠을 자는 모습이 담겼다. 영화관 대형 스크린 앞에서 단체로 모포를 깔고 자는 모습도 포착됐다. 다만, 영화관은 숙소가 아닌 대기 장소였다고 한다.

영화관에서 대기하는 APEC 동원 경찰관들.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제공

또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는 도시락을 받지 못해 사비로 밥을 사 먹거나 찬밥을 먹었다는 증언들도 나왔다. 한 경찰관은 "모텔 화장실이 문이 없고 통유리로 돼 있었다"며 "룸메이트한테 못 보여주겠다. 감방도 칸막이는 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낡은 모텔이나 산속 여관에 묵었다는 증언도 있다.

직협은 1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이러한 사진들을 전시하는 '경찰을 노숙자로 만든 APEC 사진전'을 연다. 12일과 14일에는 국회 앞에서 사진전을 열겠다고 예고했다. 직협은 "경찰청, 경북경찰청, APEC 기획단이 1년간 준비한 세계적 행사에 동원된 경찰관들의 열악한 환경과 복지를 알리겠다"며 경찰 지휘부 대상 직무 감사를 통한 전수조사, 사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에 경찰청은 "보문단지 내 경찰관 대기 시설로 활용할 수 있는 대규모 실내 공간을 확보하고자 다양한 시설을 임차했으나, 호텔·리조트 중심의 보문단지 인프라로 인해 모든 경찰관이 대기시간 이용할 수 있는 실내 공간 확보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대기 공간에 대한 해명을 내놨다.

도시락 관련 불만에 대해서는 "시행 초기 일부 혼선과 혼잡, 배송 지연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즉시 급식·도시락 현장지원팀 규모를 대폭 증원하고, 각 시설경호 담당 경찰서와 전국 시도청 인솔관을 통해 문제점과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개선·지원에 총력을 기울여 이후에는 특별한 문제 없이 식사 조치가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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