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4억 명의 세계 1위 거대 소비시장, 매년 6%대의 빠른 경제 성장률, 그리고 IT·제조·바이오 산업 인프라까지. 인도가 글로벌 제조업의 새로운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 수도 첸나이(Chennai)는 '인도의 디트로이트'라 불릴 만큼 자동차 산업이 발달한 도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닛산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의 생산 거점이 밀집해 있으며, 부품 공급망이 잘 갖춰져 있어 부산 지역 자동차 부품 기업들의 진출도 활발하다.
저렴한 인건비·투자 우대정책, 부산 기업엔 '기회의 땅'
부산 기업이 인도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저렴한 인건비가 가장 큰 매력이다. 인도는 중국보다 임금 수준이 낮고, 숙련된 기술 인력을 쉽게 확보할 수 있다.또한 인도 정부는 외국인 투자 우대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다. 세제 혜택과 산업단지 부지 제공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진출 장벽을 낮추고 있다. 지리적으로도 인도는 중동·아프리카·동남아를 잇는 물류 허브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부산 제조기업이 활용하기에 유리하다.
정치·사회적 안정성이 높고 영어 사용이 보편화돼 있어 현지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이 용이하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성우하이텍 첸나이 공장, 부산 기업의 '성공 모델'
일찌감치 인도 첸나이에 진출해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구축한 대표적인 부산 기업이 성우하이텍이다. 7일 찾은 첸나이 외곽의 성우하이텍 공장은 끝없이 펼쳐진 평지 위에 거대한 규모로 자리 잡고 있었다.2공장은 전기자동차 배터리 케이스를 생산한다. 작업장은 사람보다 로봇팔이 더 많았고, 정밀한 용접·조립 공정 대부분이 자동화돼 있었다. 265대의 로봇이 투입된 생산라인은 성우하이텍 기술연구소에서 자체 개발한 스마트 공정 기술로 운영된다.
1공장에서는 자동차 차체 외관 프레스 작업이 이뤄진다. 천장에 닿을 만큼 거대한 프레스 기계가 철판을 연속으로 눌러 외형을 완성하며, 로봇 364대가 고강도·고정밀 공정을 수행한다. 모든 공정은 비파괴 정밀 검사를 통해 수십 개 항목을 통과해야만 출하된다.
글로벌 공급망 격변 속 부산 기업의 위상 강화
성우하이텍 첸나이 법인은 1997년 인도 진출 이후 현재 연 매출 3918억 원, 종업원 1851명을 보유하고 있다. 주력 생산품은 차체 부품과 전기차 배터리 케이스다. 현대차그룹 협력사 중 최초로 해외 동반 진출한 기업으로, 현재 인도 내에서는 첸나이·푸네·아난타푸르 등지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미국, 멕시코, 중국, 체코, 독일 등 10개국 22개 생산거점을 구축하며 현대자동차뿐 아니라 GM, BMW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도 납품 중이다. 지난해 성우하이텍의 전체 매출은 4조 2450억 원이다. 이가운데 해외 사업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60%로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다.
부산상공회의소는 이번 인도 경제사절단 파견을 계기로 부산 기업의 인도 시장 진출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5일에는 남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상공회의소인 마드라스 상의(MCCI)와 만나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양재생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은 "세계 5위 제조 강국 인도는 거대한 내수 기반과 역동적인 산업 생태계를 갖춘 세계 경제의 다음 축"이라며 "뉴델리에서 정책 협력의 문을 열고, 첸나이에서 제조·물류의 교두보를 다지는 이번 사절단을 통해 지역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인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