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확산에 전력수요 급증…반도체·디스플레이 '전력비 부담' 커질 듯

연합뉴스

최근 인공지능(AI) 확산과 산업·생활 전기화로 전력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전력비 비중이 높은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연구소(SGI)는 11일 발표한 '전력수요 증가와 전력산업 생산성 향상 효과 분석' 보고서에서 "최근 5년간 전기요금 급등으로 산업계 전력비 부담이 크게 늘고 있다"며 "공급 인프라 확충과 제도적 유연성이 뒤따르지 않으면 기업 수익성과 수출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GI는 보고서에서 국내 전력소비가 2010년 이후 연평균 1.7% 증가했고, 정부가 올해 3월 발표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30년대까지 연평균 2% 안팎의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공급 여건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을 경우 전력수요가 2% 늘 때 전력가격은 일반 물가 대비 0.8%포인트 상승하고, 국내총생산(GDP)은 0.01%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특히 전력가격 상승이 산업별로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제조원가에서 전력비 비중이 높고 대체 에너지원 활용이 어려운 업종일수록 생산비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우 전력가격이 0.8%포인트 오르면 생산액이 각각 1.1%, 0.5%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SGI는 전력산업의 생산성을 높이면 전력가격 상승세를 완화하고, 전력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일한 인력과 설비, 연료로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면 단위 생산비용이 낮아지고 경제 전반의 성장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분석에서는 전력산업의 총요소생산성(TFP)이 1% 개선될 경우 전력가격이 일반 물가 대비 0.6%p 하락하고, 국내총생산(GDP)은 0.03%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가격 상승에 따른 업종별 영향. 대한상의 제공

SGI는 전력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제도·기술·인력 측면에서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먼저 경직된 국내 전력시장 구조를 개선해 실시간 수요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거래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격 신호가 시장에 제대로 반영되는 거래 시스템을 구축하고, 소비자의 전력 사용 패턴을 고려한 다양한 요금제를 도입해 민간의 참여와 혁신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또 발전부터 송배전, 수요관리까지 전력산업 전 주기에 걸친 기술혁신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효율 발전설비 도입과 전력망 고도화, 인공지능(AI)·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활용한 계통 운영 최적화, 피크 부하 관리 등을 통해 효율적인 전력 소비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AI 기반 전력계통 운영, 스마트그리드, 재생에너지 통합관리 등 신기술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와 디지털이 융합된 전문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SGI는 이를 통해 전력산업의 혁신 역량을 강화하고, 급변하는 에너지 수요 구조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양수 SGI 원장은 "AI 확산으로 에너지 수요가 폭증하는 시기에 전력공급 체계가 효율적으로 작동해야 기업의 전력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정부와 산업계가 기술혁신과 인재양성에 함께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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