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강태완 씨 1주기…신속 수사 촉구한 노조 "마땅한 책임 묻자"[영상]

민주노총 전북본부, 11일 고용노동부 앞에서 기자회견
노조 "다른 사고에 비해 명확한 인재…시간 걸릴 이유 없어"
故강태완 씨 어머니 엥크자르갈 씨 "책임 물어 태완이 같은 사례 없어야"


지난해 11월 산재 사고로 사망한 이주 청년 노동자 故강태완 씨의 1주기를 맞이해 노동 단체와 유가족들이 고용노동부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등은 11일 오전 고용노동부 전주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태완 군이 사망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고용노동부의 중대재해수사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앞서 故강태완씨는 지난해 11월 8일 전북 김제의 한 특장차 제조공장에서 개발 중인 텔레핸들러(고소작업차와 지게차 기능 결합 장비)를 이동시키던 중 고소작업대와 야적된 장비 사이에 끼어 사망했다. 5세 때 어머니 와 함께 몽골에서 이주한 후 지역특화형 비자를 받아 연구원 신분으로 출근한 지 8개월 만에 발생한 일이었다.
 
고 강태완 씨 끼임 사고 재현. 그래픽=김성기 기자

노조는 "고용노동부 전주지청은 지난해 사고 직후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를 약속한 것과 달리 故강태완 씨의 사건이 길게는 2~3년까지 걸릴 수 있다고 말한다"며 "사실 관계가 명확함에도 늘어지는 수사에 부정한 의도가 있진 않은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또한 "강씨의 죽음은 개발 중인 장비를 시험하게 하거나, 사고 예방을 위한 충분한 공간도 마련하지 않은 회사가 안전 관리 의무를 소홀히 해 발생한 명백한 인재다"며 "고용노동부 전주지청은 수사에 박차를 가해 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를 기소하고 회사 측의 구체적인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감독해야 한다"고 외쳤다.
 
그러면서 "이주노동자였던 강태완 씨는 한국에서 일하면 정당한 임금과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살아왔다"며 "그러나 끊임없는 산재가 발생하는 대한민국은 강태완씨의 희망에 언제나 배신과 뒤통수로 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강씨의 어머니 엥크자르갈 씨도 발언을 이어갔다. 엥크자르갈 씨는 "아무도 내게 말해주는 사람이 없다"며 "아까운 아들이 사망했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다시는 태완이 같은 일이 없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책임질 사람이 마땅한 책임을 지고, 잘못한 사람이 처벌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발언 중인 故강태완 씨의 어머니 엥크자르갈 씨. 심동훈 기자

기자회견 이후 강씨의 사건을 전담하는 박영민 노무사와 취재진들이 고용노동부 전주지청 광역중대재해수사과를 찾아 고용노동부의 입장을 듣고자 했지만 담당 과장과 근로감독관은 '출장'을 이유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박영민 노무사는 "아직까지 송치도 하지 않았으면서 2~3년이 더 걸릴 것이라는 고용노동부의 설명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출장을 핑계로 자리를 비운 책임자에게 크게 유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박 노무사는 "강씨가 사고를 당한 현장은 작업계획서에 명시되지 않은 작업이 이뤄지는 곳이었고, 현장의 안전을 책임지는 관리자도 상주하지 않았다"며 "그런 점에 비춰볼 때 강씨의 사건은 다른 사고에 비해 빠르게 결과를 낼 수 있는 건이다"라며 강씨의 사건이 다른 중대재해에 비해 명확한 지점이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이런 박 노무사와 노조의 지적에 고용노동부 측은 "검찰 측의 지시를 받아가며 성실히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고용노동부 전주지청 광역중대재해수사과를 방문해 항의 중인 박영민 노무사와 고 강태완 씨 어머니 엥크자르갈 씨. 김현주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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