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EP "내년 세계 경제, 美관세 영향 이어져…3.0% 성장" 전망

KIEP, '2026년 세계경제 전망' 발표…세계 경제 올해와 내년 모두 3.0% 성장 전망
올해는 "완만하지만 예상보다 높은 성장세 유지"했지만
美 관세 불확실성 이어지며 내년 선진국 성장세 조정될 전망
불확실성에 중·러 등 신흥국들은 희비 교차할 듯

연합뉴스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가 올해 세계 경제가 3.0% 성장하고, 내년에도 종전 전망보다 0.1%p 높여 올해와 같은 3.0%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KIEP는 11일 발표한 '2026년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가 지난해보다 0.3%p 떨어진 3.0%(PPP 환율 기준)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5월 KIEP가 전망했던 것보다 0.3%p 상향조정한 결과다.

KIEP는 올 한 해 미국 관세정책의 부정적 파급효과가 제한적이었고, 주요국들의 내수가 양호한 흐름을 보이며 '완만하지만 예상보다 높은 성장세'를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내년에 펼쳐질 세계 경제를 '완충된 둔화, 비대칭의 시대(Buffered Slowdown amid an Asymmetric World)'로 요약하며 △신(新)관세·무역질서 급변 △재정여력 약화와 위기 대응능력 저하 △인공지능(AI) 등 기술 투자 쏠림과 금융시장 혼란 및 투자 위축 등을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우선 KIEP는 내년 전망에 대해 미국, 중국 등 주요국 간의 최근 합의를 기점으로 글로벌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점차 완화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지역 이슈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적절한 수준에서 관리될 것을 전제로 전망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국의 내수 부문에 있는 구조적 이슈가 위기로까지 비화되지는 않고, 강(强)달러 기조가 점차 완화돼 내년 연평균 유가(WTI, 미국 서부 텍사스 중질유)가 60.7달러 수준을 유지할 경우를 가정한 결과, 올해와 같은 3.0%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KIEP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에 대해서는 미국 관세정책의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주요 선진국 성장세가 전반적으로 조정되겠지만, 여전히 미국을 중심으로 완만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중국, 러시아 등 신흥국들은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 견고한 내수에 힘입어 성장세를 유지하는 신흥국과 구조적 제약으로 둔화되는 신흥국 간 성장 차별화가 뚜렷해질 전망이라고 봤다. KIEP가 제시한 '완충된 둔화, 비대칭의 시대'가 각각 선진국과 신흥국 전망에 조응하는 설명인 것이다.

다만 관세 조치의 충격이 반영되는 가운데 새로운 관세 조치 시행이 예고되거나, 각종 유예 조치의 만료 시기가 도래하는 등 미국 관세정책의 영향과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내년 세계 교역은 부진할 것으로 봤다. 미국의 관세정책이 부른 하방 리스크가 올해에서 내년으로 사실상 이월된데다, 올해 '급한 불'을 끄려 각국이 단행했던 선제적 대응이 낳을 반작용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지난 1년 동안 세계 교역 환경이 다자체제 약화, 각국의 보호무역 조치로 급변했지만, 올해 경주 APEC 정상회의 전후로 주요국 간 합의가 이루어진 가운데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KIEP는 "관세 인상과 보복의 악순환으로 글로벌 무역전쟁이 재점화될 경우 세계 교역과 투자가 급격히 위축될 위험이 있다"며 "정책 공조 부재 속에 나타나는 통상 갈등은 거시경제 전반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KIEP는 코로나19 위기 이후 급증했던 세계 각국의 정부부채가 다소 줄었지만, 최근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은 정부부채가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에 도달한데다 재정적자가 상시화되는 기조까지 자리잡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예컨데 미국은 2025년 회계연도 기준 연방 재정적자가 약 1조 8천억 달러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6%에 달하며, 정부부채도 약 38조 달러(GDP 121%)까지 누적됐다.

이에 대해 KIEP는 "정부의 위기대응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거시경제 취약성을 증대시키는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AI 관련 투자 붐이 세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지만, 관련 기업들의 이익이나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 수준이 아직 제한적이라는 점도 골칫거리다. KIEP는 자칫 AI 거품이 붕괴하거나, 기대에 못 미치는 현실이 드러날 경우, 기술 부문 자산가격의 급격한 조정과 함께 경제 전반에 부정적 충격이 파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에 대해서는 AI 및 데이터센터 등에 대한 대규모 민간투자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소비심리 위축 등 관세정책에 따른 부정적 효과가 점차 현실화되면서 올해 1.8%에 이어 내년에 1.6%의 완만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은 안정된 물가와 완화된 정책의 파급효과로 소비와 투자가 점진적으로 회복되나, 대외 불확실성에 따른 수출 제약으로 올해와 같은 1.1%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일본은 개인소비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겠지만, 미국 관세 영향의 본격화에 따른 수출 및 생산 여건의 악화 등으로 올해(1.1% 예상)보다 낮은 0.6% 성장에 그칠 것으로 봤다.

중국은 소비 촉진, 설비 현대화 등 경기부양 조치가 강화되겠지만, 미중 관세 갈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올해의 높은 성장세(4.8% 예상)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하며 성장률은 4.2%로 다소 주춤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는 그간 성장을 견인한 내수가 여전히 견조한 상승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정부의 적극적인 인프라 투자 및 자본지출 확대,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 등을 기반으로 올해와 동일한 6.5%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세안 5개국은 대외 불확실성 지속으로 수출이 다소 둔화되겠지만, 민간소비와 투자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며 4.7%의 안정적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러시아는 재정 및 투자 여력의 한계 속에 생산성 둔화와 노동력 감소 등 성장 기반이 약화되면서 1.0% 성장에 그쳐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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