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해병 특검팀이 11일 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은폐 의혹의 정점인 윤석열 전 대통령을 처음으로 소환해 9시간가량 조사했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10시 2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윤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범인도피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실제 조사는 오후 5시 30분쯤 마쳤고, 윤 전 대통령은 2시간가량 조서를 열람한 뒤 서울구치소로 돌아갔다.
윤 전 대통령 측 배보윤 변호사는 조사를 마치고 나와 2023년 7월 31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의 통화 내용에 대해 "사단장 처벌과 관련한 말씀은 전혀 하지 않았고,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의 수사·처벌이 잘못됐다는 등 지시하신 것은 없다"고 밝혔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구명하기 위해 '수사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보인다.
배 변호사는 "아들·딸 군으로 보낸 부모님들 전체로 봐서 (이런 사건이) 재발하면 안 되고 책임자가 있으면 문책해야 한다는 전체적인 말씀을 하신 것"이라며 "군 내부에서도 경위를 조사해 책임이 있으면 책임자를 문책하고 인사 조치할 부분은 해야 한다는 부분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7월 31일 오전 대통령실 외교안보 회의에서 격노한 직후 이 전 장관과 통화한 것과 관련해선 "(임기훈) 비서관이 답을 제대로 못 해 전화하신 것"이라고 했다.
당일 대통령실 회의는 오전 11시에 이뤄졌다. 윤 전 대통령은 오전 11시 45분 이 전 장관과과 '02-800-7070' 내선번호로 전화하며 호통을 친 것으로 전해졌다.
배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이 격노설과 관련해 기업에서 일어난 사고·재해를 예시로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고에 대한 수사는 수사기관이 할 테지만 내부적으로 조사를 해서 인사 조치를 할 수는 있지 않느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이날 특검팀은 김장환 목사(극동방송 이사장)가 연루된 개신교계 구명 로비 의혹,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와 김건희씨의 친분에서 비롯된 구명 로비 의혹에 대한 질문도 했으나 윤 전 대통령은 모든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준비해뒀던 100페이지 이상 분량의 질문지를 모두 소화했다고 한다. 다만 이 전 장관 호주 도피 의혹에 대한 조사를 위해 윤 전 대통령의 재차 소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