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구인 글을 통해 계좌 명의자를 모집한 뒤 캄보디아 범죄 조직에 대포통장을 유통한 일당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사기 방조, 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방지 및 피해금환급에관한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총책 A씨와 또다른 조직 총책 B씨 등 48명을 붙잡아 26명을 구속 송치하고, 22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들은 텔레그램 등 SNS나 고수익 아르바이트 구인 글로 대포통장 명의자를 모집해 유령 법인과 법인 계좌를 만들어 캄보디아 범죄 조직에게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일당은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텔레그램 등 SNS를 통해 "통장 명의를 빌려주면 수천만원의 수수료를 지급하겠다"며 대포통장 20개를 모집했다. 이후 이들은 계좌 명의자인 이른바 '장주'를 직접 만나 공기계에 계좌이체용 앱을 설치하게 한 뒤, 긴급 여권을 발급받게 해 캄보디아로 출국시켰다. 캄보디아 현지에 있는 범죄 조직은 계좌 명의자들을 숙소로 데리고 가 휴대전화와 OTP카드 등을 인수해 로맨스스캠과 투자 사기, 보이스피싱 등 범행에 이용했다.
현지 범죄 조직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현금을 지급하지 않고 테더코인(USDT)으로 대가를 지급했다. 이후 은행 측 신고로 계좌 거래가 정지되면 명의자들을 귀국시켰다.
귀국한 이들 중 일부는 처벌을 피하기 위해 경찰 조사에서 "취업 사기를 당했다", "휴대전화를 빼앗기고 납치·감금을 당했다"며 피해자인 것처럼 허위 진술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이 계좌를 직접 들고 출국하는 등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으로 봤다. 경찰은 허위 신고한 계좌 명의자 2명을 위계에 의한 공무 집행 방해 혐의 등으로 추가 입건했다.
또 다른 조직인 B씨 일당은 올해 4월부터 7월까지 서울과 부산, 대전 등 전국 각지에 조직원을 두고 15개의 허위 법인을 설립해 법인 계좌 4개를 캄보디아 범죄조직에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법인 계좌 명의자를 구하기 위해 파인애플 유통회사를 가장해 SNS에 "공장에서 6개월 간 일하면 1억 원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구인 글을 올렸다. 이들 일당은 총책과 유통책 등 각각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특히 총책 B씨는 조직원들에게 "손가락을 잘라 보이라"고 압박하거나 90도 인사를 강요하고, 행동강령을 어길 경우 상급자가 하급자를 순차적으로 폭행하게 하는 등 신흥 폭력조직 형태로 운영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와 B씨 일당이 유통한 대포통장을 통해 빠져나간 범죄 피해액은 모두 70억 원 상당이며, 보이스피싱 등 특정된 피해자만 152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경찰청 형사기동대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캄보디아발 취업 사기와 납치, 감금 등에 대한 사건 접수 내역을 모니터링하며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투자사기와 로맨스 스캠 등 사기 범죄 조직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피해를 입은 경우 적극 신고해줄 것을 당부드린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