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찾은 최재천 교수…"기후·식량 위기의 활로는 '다양성'"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지난 11일 전주 덕진예술회관서 강의
"손 잡지 않고 살아가는 생명은 없다" 기후·식량 위기 활로로 '다양성' 강조
인류의 존재 의미는 '앎의 특권', '알면 사랑한다'며 자연과 조화 언급해

강연 중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심동훈 기자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석좌교수가 전북 전주를 찾아 기후·식량 위기의 활로로 '생명 다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11일 전북 전주 덕진예술회관에서 <손잡지 않고 살아가는 생명은 없습니다> 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 최 교수는 "연구하면서 관찰한 자연은 모든 어려운 문제를 '다양성'으로 풀어갔다"라며 생명 다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후위기는 함께 겪는 문제…'함께·미래세대 중심으로' 풀어야

강연 중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심동훈 기자
최재천 교수는 팬데믹 등 기후 변화로 인해 겪게 되는 어려움으로 강의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지금껏 기후 변화는 일부 지역의 개별 문제로 여겨져 왔지만 팬데믹 이후로는 지구상의 모든 생물이 함께 겪는 일이 됐다"며 "함께 겪는 문제라면 함께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2030년부터 2052년 사이로 예고됐던 지구 표면 온도 2도 상승이 10년 빠른 2020년대부터 시작됐다"며 "지구 온도가 지금처럼 올라 생명 다양성이 사라진다면, 가장 큰 피해자는 인류가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생물학자들의 98%가 기후 위기로 지구 생물 다양성의 절반이 사라지면 호모 사피엔스는 멸종할 것이라고 예측했다"며 "경각심을 가지고 대응하지 않으면 모든 손해는 미래세대가 떠앉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발언권이 없는 아이들을 이 세상에 내보낸 것은 우리들이다"라며 "책임없이 세상을 이렇게 망가뜨려 놓고 떠나면 과연 공정한 일인가"라며 미래 세대를 위한 기성 세대의 태도에 성찰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기후위기의 여파는 식량 대란으로…가장 큰 피해자는 대한민국

강의 중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설명하는 최재천 교수. 심동훈 기자
최재천 교수는 농경이 시작된 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인류가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농경이 시작되기 전 인류는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중량 중 1%불과했지만, 고작 1만년 만에 96~99%를 차지하며 완벽하게 지구를 장악했다"며 "이는 지구상에 엄청난 생명 다양성의 불균형을 초래했고, 오늘날 겪게 되는 팬데믹 등 기후 위기는 모두 거기서 시작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인류의 확장으로 인한 생물 다양성 감소의 심화가 식량 대란을 일으킬 것이라며 가장 큰 피해자는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는 4년 안에 멸종한다"는 아인슈타인의 어록을 인용한 최 교수는 "우리가 먹는 농산물 80%의 번식을 돕는 꿀벌이 사라지면 전 세계적으로 식량 대란이 일어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쌀과 계란을 제외한 모든 것을 외국에서 사먹는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식량의 해외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나라다"며 "식량자급률이 20%가 안 되는 대한민국은 식량 대란 사태가 벌어지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연은 순수를 혐오한다"…어려움 타파할 해법은 '다양성'에 있어

청중과 질의응답하는 최재천 교수. 심동훈 기자
인류의 증가와 이로 인한 생물 다양성의 감소, 기후변화의 위험까지 경고한 최재천 교수는 "결국 해답은 '다양성'에 있다"고 강조했다.
 
"자연은 순수를 혐오한다"는 故윌리엄 해밀턴 옥스퍼드 교수의 문구를 언급한 최 교수는 인류의 획일성을 추구하는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자연은 다양성을 기반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만 인류는 다양성을 혐오하는 유일한 생명이다"라며 "다양성이 확보된 사회에서 서로 다른 존재끼리 손 잡으며 살아갈 때 거기서 창의성과 아름다움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획일화 된 농업 문화와 공장식 사육, 원하는 개체만을 확보하기 위한 인위 선택의 과정이 AI와 구제역, 팬데믹 등의 문제를 초래했다"며 "아주 적은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최 교수는 "원금은 건드리지 말고 이자로만 살아라"는 故박경리 선생의 어록을 공유하며 자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박경리 작가의 말씀처럼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자연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을 소박하게 향유하며 살아야 하는 구체적인 목표와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강연 이후엔 청중들과의 질의도 이어졌다. "인류는 필연적으로 생태계를 오염시키는데, 그런 인류의 존재엔 어떤 의미가 있냐"는 질문에 그는 '알면 사랑한다'는 자신의 어록을 언급하며 "인류에게는 '앎의 특권'이 주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알면 사랑하고, 많이 알수록 사랑은 커지기에 그 가운데서 자연을 대하며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류의 존재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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