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특검팀이 추경호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가 비상계엄 해제를 위해 국회 본회의장으로 이동하자는 한동훈 전 대표의 요구를 거부하고 사태를 방관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추 전 원내대표가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명확히 인식하고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요청을 받고 '협력'했다고 봤다.
윤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5개월 전 한 전 대표에 대해서 과격한 발언을 쏟아냈고, 군 동원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언급했던 것으로도 나타났다.
13일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추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에 따르면 특검팀은 "한 전 대표의 국회 본회의장 집결 요구와 양립 불가능한 국민의힘 당사 집결 공지를 발송·유지함으로써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에 출석해 표결하는 것을 방해했다"고 적시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추 전 원내대표는 작년 12월 3일 밤 11시22분쯤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상계엄에 협조해달라는 취지의 전화를 받았다. 이후 한 전 대표가 '계엄을 막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가야 한다'고 요구하자 '중진 의원들이 당사로 올 테니 그들의 의견을 들어보자'며 거부하고 소속 의원들에게 전달하지도 않았다.
한 전 대표는 '원내대표 명의로 계엄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내달라'고도 요청했지만 추 전 원내대표는 "당 대표가 입장을 냈으니 굳이 원내대표가 따로 입장을 낼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특검팀은 추 전 원내대표가 계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하는 것을 막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계엄 해제 표결에 동참하는 것을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이후로도 한 전 대표는 국회 본회의장 이동을 거듭 요청했지만 추 전 원내대표는 비상의원총회를 위해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는 이유로 원내대표실에 계속해서 머물렀다고 한다.
특검팀은 또 우원식 국회의장이 밤 11시55분쯤 국회의원 전원에게 본회의 집결 지시를 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결 장소를 명확히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추 전 원내대표는 응답 없이 3차례 더 '당사로 모여달라'고 공지한 것으로 파악했다.
특검팀은 추 전 원내대표가 12월 4일 오전 1시3분쯤 계엄 해제요구안이 의결된 뒤 오전 2시5분쯤 계엄군이 철수할 때까지도 원내대표실에서 나오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특검팀은 계엄 해제 의결 후 윤 전 대통령의 2차 계엄 선포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서도 추 전 원내대표가 국회를 벗어나 당사로 이동한 점도 문제라고 봤다.
특검팀은 또 "피의자(추경호)는 대통령 윤석열의 요청에 따라 국회의원들이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에 참여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효력을 유지하는데 협력하기로 결심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추 전 원내대표가 45년 전 전두환 신군부의 비상계엄 선포 당시 고려대학교 2학년 재학생으로서 휴교 조치 및 학생 탄압 사실을 경험했다는 점도 거론하며 "역사적 경험 등을 통해 일련의 조치들에 대한 위헌·위법성과 그것이 내란에 해당할 가능성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체포동의안에는 윤 전 대통령이 오래전부터 계엄을 모의·계획한 정황도 담겼다.
특검팀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2024년 7월 하와이 순방 중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 강호필 합동참모본부 차장과 함께한 자리에서 "한동훈은 빨갱이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을 비난하며 "군이 참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말했고,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도 이에 동조했다고 한다.
강 전 차장은 이후 신원식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분위기가 위험하다. 장관님이 막아야 한다"고 보고했다. 이에 신 전 장관이 "이 자식들이 아직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느냐"며 곧장 김 전 처장에게 전화해 크게 항의하기도 했다.